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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교사가 공정택 교육감님께 보내는 편지_ 하늘교육 2008.12.19
TO : 공정택 교육감님
요즘 검찰 다녀오시느라 몸이 편찮으실 줄로 압니다. 진위 여부가 밝혀지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실 같은 교육의 길을 몸 담은 저로써는 학원에서 어떤 형식으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야학을 했습니다. 교사가 되려는 마음을 먹게 해 준 곳이지요. 그 마음 다짐은 배움을 위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불을 밝혀 공부하는 중년의 학생들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눈이 나빠 안경을 두 개나 쓰고 중학교 도덕 책을 열심히 보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네요.
"경험 보다 좋은 교육이 없다." 존듀이의 말입니다. 배움과 가르침에 대해 많은 책을 읽고 고민을 해도 직접 야학에서 느낀 체험만도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부로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은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야학은 무척 어렵습니다. 시에서 지원은 잘해주나 봉사할 대학생들이 없어서죠. 왠줄 아세요? 다들 자기 입 풀칠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의식이 없다는 비판을 하기 전에 대학생들은 생존의 늪에 허덕여 남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대학생들은 지금 생존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철저하고 잔혹하게...대학이라는 상아탑에서만 가질 수 있는 의식과 교양은 버려둔 채 말입니다.
저보다 많은 교육 경력을 가지고 계시니 교육에 대해서 경험 면에서 매우 넓은 식견을 가질실 줄 압니다. 도대체 교육이 무엇일까요? 무엇이 바람직한 교육일까요? 초등학생 때부터 경쟁을 해야한다는 교육감님의 말씀이 수년 간에 걸친 교육 경험에서 나온 결론입니까?
짧은 경험이지만 야학에서 학생들은 배움의 가치를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더욱이 어렸을 적 배우고자 했지만 당시 가부장주의로 인해 여자라는 이유로 소외되었던 감정이 억눌려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학생들은 언제나 선생님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비록 대학생들이었고 사회 경험이 전무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학교 운영을 하기 위해 밤새우며 토론을 하고 계획을 짠 게 지금도 기억납니다.
우리 야학은 검정 고시를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짧은 소견이지만 배움이라는 것이 시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고 배우는 그 자체에 기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도 야학에서 하는 초라한 프로그램을 따르며 배우는 것 자체를 즐기고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을 행복해 하고 그래서 학교와 친구 그리고 선생님이 좋아서 야학에 왔습니다.
저는 학교가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선생님이 좋고 친구가 좋고 교육과정이 아이들이 좋아하고 전문화된 지식 교육이 되면 아이들은 학교를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실은 너무 달랐습니다. 시골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지식은 시험에 나오는 지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특성상 그럴 수도 있지만 결과를 위해 친구 간의 의리 보다는 스티커 한 장을 더 원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 행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아이들은 눈 속에는 피로와 원망을 보았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곧장 학원으로 향합니다. 시골이지만 그래도 학원은 가야하니깐요.
매일 매일 반복되는 훈육과 지식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더군요. 아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시험이고 결과였습니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그러한 사고와 태도가 고착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일제고사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을 해 주셨음 합니다. 아울러 파면과 해임된 교사들의 복직을 간절히 원합니다. 만약 교육감님께서 야학에서 제가 느낀 것들에 대해 공감을 하신다면 그 분들의 행동과 판단에 대해서 한번 더 들어 주십시오.
이 편지는 그 분들이 다시 교단에 설 때까지 계속 쓰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FROM : 경험 없는 시골 교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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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교사가 공정택 교육감님께 보내는 편지 2_ 하늘교육 2008.12.20
TO : 공정택 교육감
도시에서 먼 시골로 가야하기에 아침 7시쯤에 집에서 출발합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아침 출근 길은 역시나 차갑게 느껴지 움직이가 싫어지네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추위를 좋아할 사람은 없겠죠.
얼어 붙은 차를 예열하기 위해 시동을 켰습니다.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바깥을 보고 있었죠. 안개가 자욱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 속에 리어카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누추한 차람을 한 어떤 할머니가 나타났습니다. 리어카 속에는 그 날 새벽부터 주어 모은 듯한 박스가 가득하더군요.
따뜻하게 입은 거라곤 목도리 하나...'박스를 리어카에 가득 담기 위해 새벽 부터 일을 나서야 하셨을텐데 얼마나 추웠을까! ' 순간 따뜻한 옷을 입고 차 속에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더군요.
할머니가 떨었어야 했던 고통과 노동 시간에 비해 저 많은 박스는 충분한 노동의 대가를 보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나 많죠. 왜 그래야 할까?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들어 준 주역들이 저토록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이 마음 아프게 하였습니다.
좌파적 성향의 마음 가짐인가요? 대학생 때 지금도 존경하는 교수님 밑에서 공부하면서 좌파에 대해서 알게되었지만 이 같은 마음은 그저 인간으로써 느끼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에겐 좌파와 우파의 구별은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의 가치' '자연의 가치'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특히 시골이라 그런지 학력 수준은 도시와는 차이가 납니다. 공정택 교육감님 제자들은 학원 원장 노릇을 할 수 있어서 교육감 선거에 많은 지원(?)을 하였지만 이들은 자라서 그저 자기 밥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고 화목한 가정만 꾸려도 다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저는 우리 아이들이 먼 훗날 돈도 많이 벌고 명예를 떨친다면 참 좋겠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좋은 친구를 만나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면서 자기 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그저 평범한 시민으로만 자라줘도 너무 행복할 것 같고 또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흔히 부모들은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자기 자식들에게 '너 공부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식으로 가르칩니다. 아이들 스스로 저런 사람이 되기 싫어서라도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저 분들은 지금의 여러분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 부터 마을을 깨끗히 해주는 청소부, 공사판에서 힘든 일을 하는 공사장 아저씨들,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런데 우리가 싫어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오히려 그들을 존경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잘못된 것은 우리가 싫어하는 일을 하는 저 분들을 모욕하는 우리들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저분들이 없다면 우리는 따뜻한 집도 없고, 옷도 없고, 먹거리도 없고 깨끗한 거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정택 교육감님은 성적이라는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상대평가를 하면 1등이 있고 동시에 꼴등이 있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세상은 1등만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닙니다. 천재 1명이 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더라도 만명이 일을 하지 않으면 천재 1명의 존재도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1등이든 꼴등이든 모두 다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성적으로만 그 가치를 규정 짓는다면 그 아이가 가진 다른 1등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제도에서 1등을 누리는 사람들은 다른 면에서 1등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서 지금의 1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공부에서 1등만을 강조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은 건강하지 못합니다.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백창우 님의 노래 가사를 올립니다. 지금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내년에 나의 아이들과 함께 불러 보고 싶은 노래입니다. 좌파가 아닌 따뜻한 인간애로 봐주십시오. 죄송한 얘기지만 아래 글과 비슷한 의미를 담은 것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도덕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강아지 똥
백창우님 글, 노래
나는 조그만 똥이지만
강아지 똥이지만
흰둥이가 누고 간
강아지 똥이지만
소달구지 지나가는 골목길
담 밑 구석 자리에 놓인
못생긴 못생긴 똥이지만
내게도 꿈이 있단다
고운 꿈이 있단다.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아직은 비밀이지만
언젠가 알게 될 거야
내가 품은 씨앗 하나
샛노란 민들레로 피어나는 날
세상엔 무엇 하나
쓸모 없는 게 없다는 걸
나 같은 강아지 똥도
쓰일 데가 있다는 걸
서울시 교육청이 해임 파면한 교사분들도 그저 아이들과 학부모를 존중한 인간애를 가진 분들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서울시 교육청의 명예를 살린 분들입니다. 그 분들의 복직을 원합니다.
FROM : 경험 없는 시골 교사
http://agora.media.daum.net/profile/list?key=rxomUmeAto50&group_id=1
첫댓글 들을 귀가 없는 사람에게 이런 편지가 무슨 소용이 있을지 ... 씁쓸한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