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이 오리털로 파는 개털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세상
버스에서 만난 상해의 모습
연운에서 서안까지(6)서안역,연운항,상해,인천(8.22-23)
우리들은 광장으로 나갔고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아예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사연은 알 수 없었지만 우리들처럼 여행을 하거나 다른 곳을 가기 위해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우리들은 역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후 기차 안에서 먹을 과일과 맥주를 샀다. 과일을 사면서 한 동료의 가슴에서 한글로 쓰여진 배지를 보고 한국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친근하게 다가왔는데 인간적인 가까움이 아닌 중국과 한국 사이에 가까워진 관계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한 동료와 나는 중국 만두를 1원 주고 하나사서 나눠먹었는데 그 특유의 향 때문에 동료는 먹지 못하고 나는 그냥 삼켜버렸다. 한참동안 기다리다가 드디어 가이드를 따라서 구내로 들어갔다. 구내에는 이미 열차가 와 있었다. 우리 나라와 다른 점은 바로 그 점이었다. 우리나라는 열차가 도착하기 전에 역구내로 들어가는데 중국은 그 반대였다.
열차에 탑승을 하고 우리들의 자리를 찾았는데 답답함이 우리를 질식시킬 것 같았다. 3층 침대가 마주보고 있는데 침대에서는 똑바로 앉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자리가 안정되자 저녁식사로 나온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은 반찬이 뒤섞이고 김치 국물이 흘러나와서 엉망이었다. 하지만 먹어야 여행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먹었는데 밥은 중국에서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이 있었다. 식사를 한 후에 술잔이 오고갔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열차 가이드인 민성원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연변출신으로 서안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가이드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조선족으로 그의 할아버지의 고향은 공주라고 했다. 다른 가이드보다 더 반가웠다. 그와 중국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티벳을 여행했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민가에 묶었는데 돈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대신에 물건으로 답례를 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 순수함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동료들의 소주와 맥주의 폭격을 받다가 살며시 2층 침대로 올라가서 자리에 누웠다. 흔들거리는 열차에서 잠을 잔다는 것을 그리 쉽지 않았지만 술기운이 가능하게 했다. 잠에서 깨어났는데 동료가 아침식사를 하라고 한다. 아침식사라는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중국 컵 라면이 아침식사의 전부였다. 중국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중국인들의 손에 들려있는 컵 라면 봉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뜨거운 물은 탁자 아래에 있는 보온병을 이용해서 받아와 사용하였다.
물을 넣고 한참동안 기다려 뚜껑을 열으니 역한 냄새가 다가온다. 순간적으로 우리의 컵 라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중국 컵 라면을 먹는데는 작은 플라스틱 포크가 전부였는데 우리들은 전날 마련한 젓가락을 이용했다. 중국의 컵 라면은 먹어도 또 먹어도 줄지 않는다. 문제는 라면을 먹은 다음에 남는 물인데 그것은 화장실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볼일이 있어 화장실에 갔는데 문에 빨간 글씨로 '有人'이라는 글자가 나타나 있다. 화장실이 사용중이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글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아 침대로 돌아갔다가 다시 화장실에 갔더니 운이 좋게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볼일을 본 다음에 밖으로 나오니 온몸이 시원했다.
달리고 또 달리고 12시 30분이 되어서 연운항역에 닿았다. 우리들은 무거운 가방과 다른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갔는데 그 계단은 지옥의 계단처럼 느껴졌다. 파김치가 된 우리들은 또 다른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연운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이미 떠나버렸다는 것 이었다. 여행사 측에서 중국의 기차의 형태에 대해서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이유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연착을 3시간이나 한다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탄 열차가 고급이 아니라 다른 기차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연착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당연히 배를 탈 수 없었고 여행사는 그 순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그 곳에서 버스에 짐을 싣고 잠시 후 연운항 훼리터미널에 닿았다. 버스는 우리와 짐을 내리고 가 버렸는데 그 이유는 버스는 다른 성을 넘어갈 수 없어서라고 한다. 배가 고파서 헉헉대는데 여행사 측에서는 빵과 물 밖에 제공되지 않았다. 눈물 젖은 빵은 아니었지만 땀에 뒤섞인 빵을 먹는 마음은 착잡했다. 한참동안 기다리다가 청도에서 출항하는 4시 배를 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 우리들은 다른 버스가 오기까지 기다려야만 했는데 마치 패잔병과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들이 일조 휴게소에 닿았을 때 또 다른 소식을 들었다. 그것은 청도항에서도 배를 탈 수 없다는 얘기였다. 눈앞이 캄캄했으나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와 여행사 본사 사장과의 긴 통화 후에 두 가지 안이 나왔다. 청도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 비행기에 일부가 가고 나머지는 상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는 방안과 모두 상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는 방안이 나왔다. 다른 여행객들이라면 많은 항의를 했겠지만 우리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참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해로 가서 함께 출발하자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고 따를 우리들은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은 허탈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연운으로 돌아와야만 했고 버스 기사는 연운의 한 광장에 버스를 주차시켰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버스를 바꿔 타고 상해로 향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서 배가 고프다는 것이었는데 그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연운에서 상해로 가다가 염성이라는 도시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둠을 뚫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또 달려 염성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뱃속에서는 이미 전쟁이 일어났지만 Yingzhou hotel에 도착했다. 그 호텔에서 숙박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 였다. 그 호텔에서 근무하는 분 중 한 명이 코인항공여행사의 사장님과 친분이 있는 분으로 사장님의 배려로 우리를 위해서 한식을 준비해주었다고 했다. 식탁에 앉았을 때 우리들은 식탁 위에 놓인 김치를 보고 침을 삼켰다. 실로 오랜만에 맛 볼수 있는 김치였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콩나물 무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맛을 돋워 주었다. 한국사람은 김치와 된장국을 먹어야 힘이 나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염성시에는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어서 호텔에 아예 한국코너를 마련해 주고 있었다.
식사를 한 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들은 상해를 향해 긴 여행길에 나섰다. 10시 반에 우리들이 식사를 했던 호텔을 출발했다. 밥을 먹은 후라 졸리기 시작해서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났다. 버스의 앞바퀴가 펑크가 난 것이었다. 우리들은 다시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운전 기사는 버스를 도로의 옆에 주차시켰고 우리들은 버스에서 내렸다. 기사는 펑크 문제를 해결해줄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이 때 우리들의 불만은 늘어만 갔다.
그리고 여행사측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서안에서 연운까지 기차 탑승문제부터 자옥란호 승선문제, 그리고 청도로 가다가 돌아온 문제, 버스를 네 번이나 갈아타고 거기다가 펑크까지 나서 우리들을 질리게 만들었는데 우리들은 회사측에서 고의로 호텔 비를 아끼기 위해서 그런 다는 생각을 하도록 했으나 나중에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어 시간 어둠이 가득한 이국의 도로에 앉아있는 것이 얼마나 지루한지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버스의 바퀴를 바꾸고 다시 출발했다. 한참 달리다가 버스가 국도로 들어갔는데 홍수로 고속도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기차가 연착한 것도 홍수 때문이라고 하니 중국이 정말 넓은 나라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들은 잠자리에 들었고 잠에 빠져들었지만 잠자리가 편하지 않아서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눈을 떠보니 버스가 상해시내로 접어들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고층건물이 무리를 지어 서 있는데 미적인 감각을 살려서 아름답게 건축되어져 있었다. Barony hotel에 도착을 해서 객실에 올라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상해 포동공항으로 향했다. 조금 늦게 공항에 도착을 해서 서둘러서 수속을 했다. 먼저 짐을 부치고 세관을 통과하고 면세점으로 갔다. 선물로 줄 술 한 병을 사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는 동방항공으로 좌석은 50J였다. 창가 좌석이라 하늘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해서 상해 상공에 올랐고 갑자기 안개가 가득한 것을 발견했으나 잠시 후 맑은 하늘을 만날 수 있었다. 구름은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양무리가 되고, 다른 동물이 되고 섬이 되고 꽃송이가지 되어서 나에게 다가왔다.
잠시 후 기내식이 제공되었는데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맥주 한잔으로 마무리를 하고 국내 신문을 보았다. 국내 사정을 알 수 있었는데 민감한 정치문제를 접하면서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상해를 떠난 지 1시간 반만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맑은 하늘에서 ?걍囹恝? 내려앉았고 우리들은 통로를 통해서 입국절차를 밟았다. 다행인 것은 그저 가방을 들고 가는 것으로 통관을 한 것이었다.
대합실에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후 버스를 타고 예산에 도착을 했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우니 그 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 안에서 얘기했던 다른 여행을 그리며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다
첫댓글 즐겁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다녀오셨네요.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병석씨 읽은 흔적이 있어 맥주 한 병에 먹태 1/2 당첨되었습니다. 언제든지 전화하면 가능합니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는데...... 좋은 여행을 다녀오셨으니 이제 이선생님의 마음은 백만장자가 되셨네요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