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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잇는 행복한 다리, 해피브릿지(Happy Bridge). 행복한 다리가 되기 위해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의 조합원(직원)들이 필리핀 나보타스의 빈민을 찾았다. ‘화평동 냉면’, ‘국수나무’ 등으로 알려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은 “세상의 끝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조합원들이 필리핀 나보타스 빈민의 자립을 돕고 이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해피버드(Happy Bird)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일등주의가 아닌 협력과 상생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세상 끝에서 만난 ‘나’는 어떤 모습일까?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미소만으로도 소통은 충분했다. 함께 양계장을 짓고, 농구를 하고, 불꽃놀이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나보타스 빈민의 자립을 위해 양계장 사업을 준비 중인 희망농장에서의 마지막 밤, 헤어진다는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서로를 알게 돼 얼마나 반가운지, 헤어짐이 얼마나 아쉬운지, 고작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정이 많이 들 수 있는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 밤, 잠들기 전에 외식사업본부의 조정옥 팀장은 “내가 가진 게 정말 많구나....”라며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희망농장에서 지내는 다디(Dahdy) 씨가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양계장 짓는 것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자, 외식본부 지역사업부(경남)의 김현모 팀장은 “눈에서 진심이 느껴진다”며 뭉클해 했다. 품질관리부 이상대 팀장은 준준(Junjun)씨가 “I miss you"(네가 그리울 거야)라고 했다며 감격해 손으로 한참 가슴을 쓸었다. 외식본부 지역사업부(대전)의 마관영 대리는 “닭 농장이 지어지는 과정과 앞으로 공동체가 어떻게 될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다”며 희망농장을 떠나는 길에 아쉬워했다.
첫째 날 이상대 팀장은 왜 우리가 이곳에 있는지, 함께 농장을 짓고, 공동체 사람들과 어울리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 신부는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상태인 가난을 체험하면서 가난한 사람에 대한 인식을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가난의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김 신부는 “이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감사함을 느끼며, 빈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상대 팀장은 자신의 티셔츠에 가족들의 이름 하나하나 적게 했다. 유통사업부 양수일 본부장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를 돌보는 게 고생스럽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본부장은 늙은 부부가 5명의 손주와 13살짜리 아들을 포함에 6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과 짝꿍을 맺었다.
둘째 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오전 작업을 힘겹게 끝냈다. 잠시 쉬는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하루 동안이지만 자신의 짝꿍 가족들과 지낸 경험을 얘기하며 어떻게 하면 이들의 삶이 지속가능할지,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 고민은 희망농장 체험 내내 이들의 주된 대화 주제였다. 외식사업본부의 조정옥 팀장은 부엌에 조리도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을 눈여겨보고 뒤집기 등 몇 가지 조리 도구를 사줄 것을 제안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밥 먹기 전에 손 씻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논의했다. 점심을 먹고 양계장 공사작업이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지붕을 덮는 팀과 벽에 바를 시멘트를 준비하는 팀으로 나눠졌다. 슬레이트를 뼈대 위로 올려 못을 박아 고정했다. 벽을 바를 시멘트를 준비하는 팀은 돌을 걸러내고, 시멘트를 옮겨서 게워 내는 작업을 했다. 살이 익을 것 같이 뜨거운 햇빛 때문에 작업은 쉽지 않았다. 닦아도 소용이 없어, 땀은 흐르는 대로 내버려 뒀다. 이상대 팀장은 “햇빛 아래 한 시간만 있어도 두통이 온다”며 시멘트 작업 하는 쪽에 천막을 씌어 그늘을 만들어 줬다.
희망농장 주민들이 참가자에게 음식을 만들어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공동식당에 모여 가족별로 자리를 잡았다. 필리핀에서는 밥과 메인요리 하나로 식사를 한다. 메인요리는 가족마다 다양했다. 볶음 면, 닭 요리, 돼기고기 요리 등 평소에는 잘 먹을 수 없지만,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외식사업본부 마관영 대리는 “갈비 맛과 비슷하다”며 레이나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다 먹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안 쓰는 물건을 싸게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바자회가 열렸다. 주로 옷이었다. 주민들은 순식간에 물건들을 집어갔다. 바자회가 부족한 살림살이를 메울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시장이나 마트는 너무 비싼 곳이다. 한국에서 온 재활용 물건이 감사하기만 하다. 적게나마 돈을 받고 파는 것은 더 이상 스스로가 빈민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에이프릴은 “한국에서 온 옷이 디자인이 예쁘고, 바자회에서 사면 훨씬 싸다”며 기뻐했다. 이향우씨는 자신이 가져온 옷을 고른 에이프릴를 보고 뿌듯해 했다.
저녁 메뉴는 카레였다. 슈퍼에서 산 카레 가루가 없어졌다. 카레를 다시 사러갈 시간도 없었다.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카레 가루는 얼른 잊고 외식사업본부 조정옥 팀장은 냉장고를 뒤져 6기 참가자들이 두고 간 소스를 발견했다. 임기응변으로 소스를 섞어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냈다. 희망농장 주민들은 이 이름없는 음식을 무척 좋아했다.
해피브릿지는 해피버드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희망농장이 성장하는 것을 지원하고 지켜볼 예정이다. 필리핀 희망농장에 행복한 다리가 놓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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