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은 의자보다 높이 위치하면서도 소외받기 쉬운 가구다. 인체와 맞닿으며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는 의자와 달리 물건을 올려두는 테이블엔 친화적 요소가 결여돼 있다. 유명 디자이너의 클래식 넘버 대부분도 테이블보다는 의자가 압도적이다. 의자가 가구 영역의 생물이라면 테이블은 자연스레 무생물의 영역을 차지하며 대비를 이룬다.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이 청담동 멀티 디자인 숍 도데카(dodeka)에서 연 전시는 그래서 특별하다. 테이블 하나 하나에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오브제로서의 생명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테이블―그들만의 이야기(Table―their own story)> 전시다. 디자이너 한정현은 기존 작품에 전시를 위해 작업한 테이블 2점을 추가해 각각에 어울리는 배역을 선사했다. 1950년대 재봉틀을 변형시켜 만든 테이블에 ‘코코 샤넬’의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배우 조지 클루니, 아티스트 앤디 워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테이블의 캐릭터도 다채롭다. 디자이너 한정현은 “이미 작업된 테이블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데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각각의 테이블들은 마치 ‘그들’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당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1 이 군더더기 없는 화장대를 보고 누구를 연상할 수 있겠는가? 바로 축구 스타 베컴이다. 2005년 광주 비엔날레에도 출품된 바 있는 이 작품은 나르시시스트라 명명된 베컴, 남자만의 아름다움을 극명히 드러낸다.넥타이를 매는 남자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ㄴ’자형 거울과 수납의 강박을 잊은 얇은 테이블 상판이 그러하다.2 작가의 작품들 중 유일하게 조형물처럼 보이는 ‘Twist Ⅱ’ 테이블.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카리스마와 모던한 선에서 지휘자 카라얀을 떠올렸다. 3 ‘재봉틀 탁자’가 샤넬 클래식 백 오브제를 통해 코코 샤넬 테이블로 재탄생했다. 테이블 위의 오브제들은 마치 캐릭터를 부여받은 배우의 연기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사용자에 의해 재해석될 수 있는 가구의 여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4 작가가 전시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고백한 앤디 워홀의 ‘그리드 테이블’. 캠벨 수프 캔과 하인즈 케첩을 통해 테이블은 수식어가 아닌 주어가 된다. 5 전시의 웰커밍 오브제(Welcoming Object)로 사용된 텔레사피언스 체어. 의자 등받이에 끼워진 아이패드에선 작품 영상이 재생된다. 테이블 틈바구니에서 유일하게 의자의 몫(?)을 해내는 작품. 모던 아날로그의 테마를 전달하기 위해 글로시 소재로 제작됐던 작품을 나무로 재생산했다. 눈치챘겠지만, 이 의자의 캐릭터는 스티브 잡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