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2월12일(일)맑음
해제하고 환귀본처하여 첫 날을 지내다. 시간이 널널하게 느껴지니 여유롭다. 점심 때 3초-초유, 초연, 초아보살이 선원을 방문하다. 불단에 예배드리게 하고, 외출하여 점심 공양을 같이 하다. 다시 선원으로 돌아오니 초유보살의 남편이 두 딸을 데리고 왔다. 嚴父慈母엄부자모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의 행동원칙을 가르치는 嚴父엄부의 역할을 맡아줘야, 어머니의 자애로움이 상보적인 효과를 발하게 된다. 그러지 않고 아버지가 육아에 있어 악역을 맡지 않으면 자식의 가정교육은 결함이 생길 것이 뻔하다. 아들바보 엄마와 딸바보 아버지는 좋은 게 아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교육되지 않은 아이는 커서 우병우나 조윤선 같은 사람이 되고 만다. 3초 보살과 초유가족이 세배하였기에 세뱃돈을 주다. 저녁 강가에 나가 산책하고 시장을 봐오다.
2017년2월13일(월)맑음
아침에 우체국에 가서 禪圓선원스님께 소포를 부치다. 송안과에 들러 안과검진을 받고 시장을 보다. 점심을 해먹다. 호연거사와 원정보살과 함께 저녁 먹다. 월요강좌 개강하다. 달라이라마가 설하신 보살의 37법 수행에 대해서 강의하다.
2017년2월14일(화)맑음
5시에 일어나 예경올리고 정진하다. 탑마트에 다녀오다. 오후에 일광수좌 내원사에서 오다. 그의 도반 송암스님과 같이 왔다.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다. 일광수좌는 나에게 후배 되는 선객인데 관점이 예리하고 초심이 살아있다. 선원의 구참과 제방 선지식들이 배금주의에 물들어 수행자의 푸른 기상이 썩은 것이 아니겠느냐며 질타한다. 그리고 현재 화두일변도의 공부 방식에 보완되어야 할 것이 분명 있음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나는 그에게 공감하면서 나도 일찍이 은사를 떠나고, 본사를 떠나고, 조계종을 떠나고, 한국불교의 좁은 울을 떠나 세계불교로 구법의 길을 다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다고 이야기하다. 일광수좌는 通光통광스님의 권유로 書狀서장 가운데 <侍郞贈>장을 혼자 3,000讀하는 과정에서, 선정과 교학을 병행하는 정혜쌍수로 나가야한다는 믿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렇다. 예전의 고려시대의 선사들이 벌써 메마른 화두선의 폐해를 일찍이 체험하고 그 타개책으로 <敎觀兼修>, <定慧雙修>를 주장하지 않았던가! 제방 선원 생활에 대해 왈가왈부 할 것이 아니라 처음 출가했을 때의 그 초심을 지키는 일, 불법에 대한 일편단심이 중요하다고 동감하다. 돈과 명예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초심에 때를 묻히지 말라. 신심으로써 욕락을 버리고 일찍 발심한 젊은 출가자들은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면서 가야할 길만을 고고하게 찾아서 가라는 대율사 우바리 존자의 말씀을 되새기며 헤어지다.
저녁에 죽향에 나가 화요 강의하다. 붓다의 생애를 10회 강의에 걸쳐 완성하려하니 모두 결석하지 말라고 당부하다.
2017년2월15일(수)맑음
수요 강의하다. 결석자가 눈에 띈다. 그래도 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 밖에 무슨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진주선원은 한계에 온 것 같다. 회원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존회원의 참여가 열성적인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듯이 늘 해오듯이 진행된다. 언제까지 이대로 지속될 것인가? 대안을 강구할 때이다.
2017년2월16일(목)맑음
점심 먹고 강변 산책을 한 시간하다. 해성과 초록과 저녁을 같이 먹다. 보슬비가 온다. 내일 새벽에 정해보살이 기도하러 오기로 되어있다. 딸이 행정고시 시험을 준비 중인데 엄마로써 합격을 기원하는 치성을 드려야 마음이 안정될 것이다.
2017년2월17일(금)맑음
대구행. 관오사 지우스님 3개월 만에 다시 만나다. 경진, 도연과 환담 나누다. 저녁에 사우나 가다.
2018년2월18일(토)맑음
신성조거사 부부(법명 옥타마, 함미야)가 점심공양 청을 하다. 열네 분의 스님들을 중국집에 모시다. 신성조거사는 같은 거창 愼신씨 문중의 스님이라고 나를 챙긴다. 그래서 스님의 어머니도 공양청에 초청한다. 어머니는 연로하셔서 목욕탕에서 나오다 넘어져 머리에 상처를 입어 수건으로 얼굴을 싸매고 나왔다. 저녁2시경에 공부모임을 시작하다. 자자와 예경을 하다. 이어서 영일스님의 발제로 부처님의 성도전의 행적, 깨달음 과정과 내용 1부를 토론하다. 영일스님이 찾아낸 경전적 근거, 경과 주석서와 도표, 일러스트레이션은 자료적 가치가 있다. 신도들에게 교육용으로 유익하겠다 싶어 찬탄하며, 그 노력에 보답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밤9시에 정규모임을 끝내고, 주지실로 장소를 옮겨 차를 마시며 못 다한 이야기와 시국과 세계정세까지 논하다. 열기에 넘친 대화가 흘러가 끊어질 줄을 모른다. 새벽 3시 반에야 모임을 정리하고 자리에 눕다.
2017년2월19일(일)맑음
아침 11시에 경서보살이 와 스님들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눈다. 경서보살은 인도에 십 수 년 간 머물면서 범어와 빠알리를 달통함을 물론 힌두고전을 범어로 읽었기에 인도인의 사고방식에 조예가 깊다. 인도의 정신세계를 배경으로 태어난 붓다란 존재와 그의 가르침은 인도인들에게 어떻게 비쳤으며, 힌두이즘과 붓다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인지, 그래서 붓다의 장점은 무엇이며, 왜 붓다의 가르침이 인도정신의 주류에서 밀려나게 되었는지, 스님들은 진지한 자세로 질문과 대답이 이어간다. 두 시간정도 이야기하고 헤어진다. 경서가 운전하고 진주로 돌아오다. 여장을 풀고 촉석루를 산책하다.
2017년2월20일(월)흐림
纖纖春雨, 섬섬춘우 煙雨江上; 연우강상
悠悠鷺鴨, 유유로압 飄飄櫛風. 표표즐풍
가늘가늘 봄비
희부연 비안개 강
유유히 노는 해오라비 오리 떼
바람에 옷고름 날리고
경서와 아침 강변 산책. 남강 변 풍경을 일품이라고 찬탄하는 스피리츄얼 노매드Spiritual nomad(영적인 유목민). 점심해먹고 쉬다. 호연, 원정, 아미화, 해성보살이 저녁 공양을 대접한다. 보살의 37수행에 대해 강의하다. 경서는 공부모임의 분위가 좋다고 찬탄한다.
2017년2월21일(화)맑음
경서가 운전하여 다솔사 가다. 봉명산 길을 올라 불이암에 동초스님 찾아뵙다. 백매와 홍매가 눈인사를 한다. 눈에 한 가득 봄 풍경. 멀리 남해가 담긴 아늑한 시야. 봄의 정신이 액화된 말차 한 사발과 동백꽃의 붉음. 봉일암에 내려와 점심공양. 차실에서 차를 음미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나누다. 경서는 함양으로 가고 난 진주로 돌아오다. 민주당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가입하다. 저녁에 죽향에서 강의하다. 강의가 끝난 후 향산거사가 대추차 공양을 내니 학생들이 모여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다.
2017년2월22일(수)흐림
가랑비 추적추적 내리고, 하루 종일 방안에 있고. 白石은 삼수갑산에서 늦게까지 살다죽었다고. 그의 말년은 고독지옥이었겠지. 시인은 시대의 고통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므로 그는 상처받고 억압당한 북한사람의 무의식을 포옹하며 감내하였겠다. 그는 일기나 수기를 남겼어야 했는데. 그래서 그의 고통을 나에게 전해주어야 하는데. 저녁에 강의하다. 학생들이 내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케이크를 준비했다. 명고스님이 왔다. 명고스님과 함께 케이크 자르며 축하하다.
2017년2월23일(목)맑음
창을 여니 쾌청. 아침을 해서 명고스님과 같이 먹다. 아미화, 원정보살님 와서 점심 공양하다. 명고스님 운전해서 다솔사 불이암 동초스님을 찾아가다. 아미화보살 동행. 명고스님께서 동초스님이 짓고 夕濤석도거사가 次韻차운하여 答詩답시를 쓴 족자를 동초스님께 선물하다. 차를 연거푸 내시며 환담을 끝없이 이어간다. 떠날 때가 다가오니 庵主암주스님이 마지막 차를 더 마시고 가라 하신다. 이에 흘러나오는 詩情시정이 있어 시를 짓다.
茶情深忘機, 다정심망기 차 나누는 정 깊어 세상을 잊었더니
不覺臨發時; 불각임발시 몰란결에 떠날 때가 되었다
庵主勸連盞, 암주권연잔 암주는 연거푸 잔을 권하는데
客心遊山外. 객심유산외 객승의 마음은 산 밖을 노닌다.
초록보살이 낸 저녁 공양을 하고, 남해 花芳寺화방사 수광암으로 달리다. 밤9시반에 도착하니 암주가 나와서 기다린다. 암주는 含德知道스님이시다. 1994년 암자를 처음 개창할 때 내가 암자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壽光庵수광암. 無量壽 無量光을 念하는 도량이라는 뜻에서. 차를 마시며 彼日과 此日사이의 시공을 메우는 대화를 나누다. 밤이 깊어 물소리 더욱 낭낭하다.
2017년2월24일(금)맑음
새벽 정진하고 암주가 차려주는 아침 먹다. 찐 고구마에 곁들인 죽염된장 차. 꿀 묻힌 토마토. 조촐하나 영양 있는 식단. 10시에 길을 나서다. 사천치과에 들러 치아를 돌보고 초록보살과 함께 점심 먹고 진주로 돌아오다. 혜안스님 오다. 각화사 南庵남암에 살다가 작년에 호주 아잔브람Ajahn Brahm 도량에 들렀다가 태국 밀림에서 수행하다가 돌아왔다고. 명고스님, 혜안스님과 차를 나누면서 청담을 나누기를; 선원수행자는 한 철은 안거에 들고 그 외에는 세상에 포교거점을 마련하여 전법활동을 하면 좋으리. 혜안은 사십대 스님이니 선원생활과 세상과의 교섭이라는 양단간의 균형을 잡으면서 사는 게 좋다고 권하다. 그래야 그 수행이 건실하고 실용적일 것이며, 수행한 공덕을 세상에 회향하는 것이 되는 거라. 이런 취지로 이야기가 펼쳐지다. 혜안스님께 저녁을 대접하기 위해 평거동 메밀국수집을 찾다. 돌아와 차 마신 후 부산으로 떠나다.
2017년2월25일(토)맑음
차를 달려 하동 섬진강변을 달리다. 探梅탐매, 梅魂매혼의 개화를 맛보기 위해. 화개 골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칠불사. 도량에는 지역 어린이들의 풍물노리가 벌어져 우리 가락이 절 마당을 울린다. 관음전에서 떡국공양을 하고 골짝을 내려와 길가 찻집 <녹향>에 들러다. 주인장은 한 자리 눌러앉아 세월을 낚는다. 1990년 칠불사 운상선원에서 문을 닫고 정진했던 3년 결사를 떠난 이래 화개골 풍경이 끔찍하게도 많이 변했건만 오직 <녹향>만은 그 분위기를 그 자리에서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주인장의 차는 농약을 쓰지 않고 키운 찻잎만으로 차를 만들기에 생산량이 아주 적다. 그래서 귀하다. 귀한 것은 알아주는 사람만 찾는 법이다. 차를 넉넉히 마시고 쌍계사로 오르다. 광제선사가 지은 게송이 주련으로 걸린 범종루를 우러러다.
三神山中梵鐘樓, 삼신산중범종루
金聲玉振大千界; 금성옥진대천계
雲上靑鶴徹天外, 운상청학철천외
皓月精明印雙溪. 호월정명인쌍계
삼신 산중 범종루여,
맑고 귀한 소리 우주를 울리네,
구름 위 푸른 학은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밝은 달은 쌍계 골짝 훤히 비추고.
진감국사대공탑비를 보고 행해료에 걸린 주련을 감상한다.
雲山說有千萬事, 운산설유천만사
海天曠茫本無言; 해천광망본무언
黃鶯上樹千里目, 황앵상수천리목
鶴入田地心豐富. 학입전지심풍부
구름인 듯 산인 듯 설법한 게 많아도
바다와 하늘은 넓고도 아득하여 본래로 말이 끊어졌어라
노란 꾀꼬리 나무에 오르니 천리를 보는 눈이요
두루미가 밭에 내려앉으니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돌계단을 밟고 올라 금당에 이르다. 육조정상탑을 만지고 잠시 좌정하다. 앞산이 둥두렷이 떠있는데, 삼신산이 엉덩이를 받힌다. 적잖은 절들이 잘못 손을 대어 망가졌는데 쌍계사는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절집의 품격을 지키고 있다. 화개장터거리를 지나 다리를 건너 섬진강변을 달리다. 광양 쪽 강변에 매화는 아직 반개. 활짝 핀 장관을 보려면 3월초에나 중순에 와야 하겠다. 한 길로 달려 진주로 돌아오니 오후4시. 쉬다. 현정보살이 요양 중이라는 소식에 봄꽃구경하라고 매화사진 보내주다.
2017년2월26일(일)맑음
아침 먹고 명고스님 길을 떠나다. 오늘은 보름 독경법회 있는 날. 여섯 명 참석. 정열적으로 독경하다. 점심과 차 공양을 함께 나누다. 아미화보살 뒷정리해놓고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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