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맡고 있는 일과 관련하여
멀리서 찾아오신 OOO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내용 중 목욕사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Q :
저는 어르신 목욕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복지관과 관계가 있는 대학교에서 정기적으로 대학생 봉사단이 30여명이 찾아옵니다.
처음 이 사업을 맡았을 때에는 어르신의 관계를 살리기 위해
목욕사업을 구실로 좋은 이웃들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부장님께서는 이 대학생들을 활용하여 목욕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셨습니다.
이미 복지관에는 많은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으로 찾아와 감당하기 어려운데,
대학생들까지 주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목욕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다 보니 어르신과 대학생 사이의 관계가 생기는 것도 쉽지 않고,
학생들도 어르신을 목욕봉사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어르신의 사회관계를 살려 돕고자했으니
복지관의 이런 구조, 이런 현실 때문에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현장의 ‘마인드’가 바뀌기 전까지는 자연주의 사회사업의 적용이 어렵겠지요?
A :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워진 현실, 그 상황 속에서 적용하자고 제안합니다.
지금 맡고 있는 일 외에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는 가보다 어떤 일이든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한데,
우선 목욕사업을 구실로 이웃관계를 기르고자 했던 생각이 귀합니다.
사회사업가로서,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 고민하고 적용하려 애쓰셨으니 고맙습니다.
당사자의 사회적 관계, 이를 기르기 위한 실천.
대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온다는 것, 이것 역시 구실로 삼아야 합니다.
복지관 선배, 상사도 대학생과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만 하셨지
반드시 어떻게 일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으셨지요?
선생님 생각처럼 대학생들이 어르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일상적으로 만나는 관계,
지금과 같은 봉사활동으로 그런 평범한 이웃 관계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의 봉사활동은 봉사활동으로 그치기 쉽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직접 돕는 '봉사활동'은
주는 이와 받는 이를 가르기 쉽기에 받는 사람을 대상화하기 쉽습니다.
수십 명의 대학생과 함께, 사회사업의 근본을 세울 수 있는 목욕 사업.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대학생들을 서너 명의 작은 모둠으로 나눈 뒤, 각 모둠이 어르신 한 가정을 맡습니다.
어르신과 상의합니다.
평소 어르신께서 어떻게 목욕을 해 오셨는지,
지금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무엇을 도우면 좋을지 여쭙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이웃을 주선하여 목욕하길 원하신다면(혹은 제안하기도 합니다.)
가끔 생각 날 때, 목욕 가는 길에 찾아와
함께 가자고 제안하는 이웃이 있으면 좋겠다는 어르신이 계시면
이제 그 분을 위해 좋은 이웃을 찾아 나섭니다.
이때에도 어르신과 상의합니다.
어떤 분을 만나면 좋을지 우선 여쭈고,
누구를 찾아가면 좋을지, 어디로 찾아가면 좋을지 여쭙니다.
좋은 분을 만났어도 어르신에게 소개하기 전에 이런 분을 소개해도 좋을지 여쭙니다.
어르신 주변에서 열심히 찾으면 분명 뜻 있는 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면 열심히 참여할 것입니다.
이렇게 어르신의 사회관계를 기르는 일에 대학생을 참여시키는 것이지요.
또 전체 대학생이 한 달에 한 번은 복지관 관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캠페인도 벌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멀리 떨어져 계신 부모님 찾아뵙고 목욕탕 가면 어떨까요?’,
‘우리 동네 어르신과 함께 목욕하실 분, 가끔 생각났을 때 찾아뵙고
목욕 가는 길에 들러 함께 가자고 찾아 뵐 마음이 있으신 분은 연락처 남겨주세요’
수십 명의 젊은 대학생들이 거리에서 이런 캠페인을 벌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정해진 장소에서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
좋은 사람도 만나고 동네 분위기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선생님의 뜻대로 목욕을 구실로 어르신의 사회관계를 기를 수 있고,
대학생들도 단순한 자원봉사를 넘어 어르신의 환경체계,
즉 지역사회에 개입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실무워크팀이 되는 것이니 학생들에게도 유익합니다.
또한 대학생과 함께 일하길 원하는 복지관 상사의 뜻에 부합하니
오히려 자연주의 사회사업의 적용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천하는 것만이 옳다’, ‘이것이 맞다’ 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면 어떻게 일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댓글 "부모님 찾아뵙고 목욕탕 가면 어떨까요?"
대학생들에게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면 /
그냥 내가 해버리면 되는데 번거롭게 왜 여쭙고 다녀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이 과정이 생략된다면 자칫 대학생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진 선생님.
'대학생'과'봉사활동',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보게돼요.
우리 할머니라면 어떠실까, 먼저 생각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선생님. ^^
읽고, 또 배웁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