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25 이어말하기
나와우리 활동가, 이음책방 운영자. 조진석.(조)
사회자 : 권영은(영)
영) 재작년. 이음책방에서 사진전도 했었다. 좋은 공간 열어 주어 한달동안 사진전을 했었는데, 다시 농성장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다. 농성장 오셔서 어떤지? 꽃으로 꾸며놔서 시민들도 좋아하기도 하고, 그 내용을 알고 놀라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조) 보는 사람들이 정말 그럴 것 같다. 8번 출구 나와 바로 찾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와보니 정말 쉽게 찾았고 반가웠다.
영) 이음책방 소개 부탁한다.
조) 강남에 계신 분들도 이음 책방을 경험하면 좋겠다. 강남에 오니 사람들이 참 바쁘게 지나다닌다는 생각이고, 돈의 흐름에 따라 바삐 지나가는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하는데. 나와 우리는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는 소박한 모임이었다. 98년에 아이엠에프 겪으며 다들 힘든 시기에 서로 이웃이 되자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모임이었다.
영)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인데, 그곳에서 강정사진전도 있었고, 그곳에 갖추어진 책들이 대형서점에 보이는 상업적인 책, 자기계발서 보다는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책들이 빼곡이 있어서, 그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근데 오늘은 그 공간을 어떻게 하고 오셨는지?
조) 오늘 나올 때도 저녁에 책방을 맡아 주는 분이 ‘또 나가냐’고 당황하더라. 남북관계 문제, 특히 최근 개성공단 문제를 고민하는 모임을 어제 갔다 왔고, 오늘은 이곳에 왔는데, 이러한 활동이 이음책방이나 나와우리 모임의 본래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참 힘들었는데, 누군가를 고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작년부터 파트타임으로 활동하는 분이 같이 있다. 책방이 지하여서 그곳에 계속 있다 보니 여기 오는게 해방이기도 하다.
영) 나와우리에서 오래전부터 베트남 관련 사업도 하신걸로 아는데?
조) 사람이 살아갈 때 기본적으로 의식주가 필요한데, 의식주가 부족함에도 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베트남은 전쟁을 통해 만났다. 미군이 다 철수한 뒤 까지도 한국군이 베트남에 있으면서 수많은 이익을 챙기고, 국익이란 이름으로 온갖 일들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많았다. 64년부터 73년까지 10년간 명목상으로는 베트남 사람들을 돕는다 했지만 과연 누구를 도왔는지 의심스러운 문제가 많았다. 권력층을 도왔을 수는 있어도 민간인들에 대해서는 많은 피해를 입혔다. 아직까지도 그 분들은 원한 어린 마음을 갖고 계시다. 50주년이 된 지금까지도 상처가 있다. 그런 아픈 분들의 사연을 듣고 무엇인가 도울 수 없을까 고민하여, 생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돕고 있다. 힘든 조건 속에서 간신히 살아가는 환경에 처한 분들한테 누군가는 도움을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와 우리가 활동하고 있다.
국격 얘기를 많이 하는데, 높은 빌딩이 얼마나 있냐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얼마나 풍요롭고, 평화를 얼마나 증진시키냐, 한국으로 인해 가슴 아픈 분들한테 어떻게 하느냐가 더 국격을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다.
영) 우리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자각하게 하는 중요한 일들인 것 같다.
조) 잘못을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것이 인간사회의 기본적인 규칙인데, 잘 안지켜진다. 국가 내에서도 그렇지만 국가 간에서도 그렇다.
한국에 살다보면, 지위가 높을수록 세금을 덜 내고, 군대를 가지 않고 더 많은 재산을 갖게 되는 것은 거꾸로 된 일이다. 지위, 재산이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자각을 하는 모습이 클 때 더 높이 평가 받아야 하는건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영) 국가 폭력 연구자들도 과거 ‘국가’ 폭력이었던 것이 지금은 ‘기업’, ‘자본’폭력으로, 주어만 바꾸면 내용이 동일하다고 하더라. 좀 밝은 얘기를 하면 좋겠다. 베트남에서 즐거운 여행경험들도 있었던 것 같다. 여행 얘기를 부탁한다.
조) 여행을 가면 우선 일상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 느끼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시간도 참 즐겁다.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생각을 많이 한다. 올해 18년 정도 시민운동을 해왔는데, 늘 사회 문제를 몸으로 부딪히는 상황에 처하다 보면, 누가 아픈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밖에 없다. 고민점이 늘 그런 현장에 머물다 보면 일상의 즐거움을 못느끼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 공간이 참 소중한 거라 그러한 것을 더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 이곳에 있는 혜경 씨와 어머님도 함께 베트남에 여행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조) 베트남에 가면 배를 빌려서 무인도로 갈 수 있다. 바다 빛깔이 눈이 부실 정도로 초록 빛깔이다. 물에 빠지면 깊이가 가슴정도 온다. 그 안에서 노니는 거다. 몇 백원 정도 하는 맥주를 띄워 놓고 놀기도 한다. 그런 그림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여기 계신 분들이 170일 넘게 이 공간을 지켜냈다는 것은 참 대단하다 싶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 시간 동안 다른 곳에서 더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영) 더 하고 싶은 말씀이 또 있는지
조) 영은 씨를 이 공간에서 만나는 것도 참 반갑다. 이음 책방이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은 영은 씨 같은 분들이 마음을 열어 준 덕이다.
오늘 불러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