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일차 농성 이어말하기
- 이어말하기 손님 : 은정(천주교인권위 활동가)
사회: 추운 날 이 곳을 방문하시고 오늘이 두 번째 오신거죠? 저희 농성장 어떤가요?
은정: 봄이 온 것 같군요.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는데 추모의 솟대와 꽃이 인상적이네요.
사회: 오늘 오신 이유가 있지요
은정: 오늘 저희는 4/13총선 인권올리고 가이드를 만들었는데 어떤 고민을 하고 이 가이드를 만들었는지를 같이 나눠보기 위해 가이드북을 몇권 가지고 왔고 이야기를 같이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부제가 ‘인권 올리고 차별은 내리고’ 네요. 상당히 호감이 갑니다.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은정: 총선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요. 그에 앞서 인권운동장이란 모임을 하면서 올해는 어떤 이슈가 있을지, 무엇을 가지고 알리고 싸울지 고민하다가 4월 총선에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이번엔 선거 문제를 다루어보자고 의견을 모은 거죠. 선거 때는 다른 인권이슈들이 모두 묻히고 찬밥취급을 당하기도 쉬운데요. 그런 것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인권의 정치를 해보자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사회: 반올림도 노동자의 건강권, 생존권에 대해서 이 곳에서 계속 이야기했었는데 같이 못해서 아쉽네요. 인권가이드북에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나요.
은정; 차별의 감수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어떤 사람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누군가 만들어놓은 링 밖으로 떨어지는가 하는 고민이 있었고, 이번 총선에는 정당 투표 하나 지역구 투표 하나 이렇게 두 표를 가지는데요. 어렸을 때도 배웠지만 그것을 참정권이라고 이야기도 하고요. 투표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가이드북에는 먼저 청소년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18세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청소년은 어떤 특정정당 지지발언만 하더라도 선거법위반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청소년운동 쪽에서는 불복종 운동을 준비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나하나의 문제들이 가이드북에 실려 있습니다. 택배노동자, 공장 노동자들도 투표하는날 일을 하기 때문에 즉 휴일이 보장되지 않아서 투표를 하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행위 자체를 하지 못하는 불평등도 있구요. 예컨대 장애인의 경우 투표장소가 너무 언덕이 있거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투표 장소에 갈 수 있는데 그런 문제가 있구요.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증명해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구요,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가이드북 초반에 나와 있습니다.
사회: 참정권을 박탈당한 청소년, 장애인, 아르바이트노동자 등 가고 싶어도 못 가보는 경우는 생각을 못해본 거 같은데 이번 기회에 알려지고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또 다른 소개하고 싶은 내용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은정: 흔히 ‘정치하고 싶은 건가’라는 말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잖아요. 너무 오염되어버린 정치라는 말인데 사실 정치라는 말을 올바로 다시 가지고 오고 싶었고, 바로 이런 선거 때 만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와서 악수하고 명함 나눠주고, 선거가 끝나면 어디서 뭐하는지, 우리를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알 수 없는데, 그들이 제대로 정치를 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인데, 그런 것을 이번 투표하나로 끝내지 말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신해주겠다는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거구요. 인권을 기초로 하는 정치가 뭐냐 하는 게 모호한데 그것을 구체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가는게 이후의 할 일 인 것 같아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투표하러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만들어내는 게 정치이구요.
사회: 여는글을 보니 “인권을 기초로 하는 정치가 물꼬로 트이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선거가 하지 않는 이야기를 인권올리고 가이드에 담았습니다”고 했는데요.
은정: 소수자의 목소리가 총선 때 다양한 방식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장애인 운동을 하는 분들은 정당은 아니지만, 기존 정당이 하지 않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약칭 폐지당)'을 만들고 알리고 있고, 성소수자 분들이 '레인보우보트(RAINBOW VOTE)'라는 것을 만들어서 성소수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리는운동도 하구요.
사회 : '차별내리고 인권올리고!' 하는 말도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잠시 딴 이야기를 하자면 인권활동가들이 힘을 합쳐 반올림 농성장 앞에 달아준 현수막 해주신 것도 너무 예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 이게 시민들에게도 배포가 되는 건가요?
은정: 온라인으로 무료 배포하고 있구요, 인쇄물들은 배포에 한계가 있어서 각 단체들에게 배포하고 있습니다. 각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고, 구글 드라이브만 가지고 다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주소 : https://drive.google.com/file/d/0B-SGCmfQKGhPZkNfZkhKUGF0ZDg/view
사회: 그러면 하나만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2부에서 인권에 투표하세요 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 부분만 소개해주세요.
은정: 23p. 잘 살게 해준다는 말잔치 내리고 사람답게 살자는 기본 올리고!, 재벌과 대기업의 권력 내리고, 노동자의 기본권리 올리고!
사회 : 그럼 인권가이드 함께 읽어볼까요
은정: 저희가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하고 나서 가이드북에 다 싣지 못한 내용들은 프레시안에 여섯 번 정도 연재로 연속기고하고 있어요. 또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인양도 할 필요 없다는 막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 후보가 비례대표로 추천이 되었고, 청해진 해운과 같이 일한 싣는 업체 사람이 새누리당 비례대표가 되었고... 어떤 유권자가 되어야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 : 반올림에서는 이 문구를 눈여겨봐야할 것 같은데요.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도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애쓰는 후보나 정당에 투표합시다.” 이런 후보가 꼭 뽑혔다면 좋겠습니다.
사회 : 또 하나만 소개를 해 주신다면요
은정 : 2부 첫 번째에서 다룬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이것도 내리고 올리고를 같이 해볼까요.
“차별과 폭력 낳는 혐오 내리고 모두가 평등한 인권 올리고!”
은정 : 한국사회에서 혐오라는 감정이 주는, 그 감정이 정치로 이어지고 실제 사람들 사이에 경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가장 공격당하는 사람이 성소수자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같은 경우에는 교회행사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발언을 하고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하는 등 심심찮게 그런 일들이 생기는데, 그런 혐오발언이 수많은 사람들을 같이 뭉칠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노인분들에 대한 혐오발언도 있는데 내가 버는 것 저 노인들에게 다 쏟아붓네. 안 그래도 힘든데 내가 낸 세금을 저사람들까지 먹여살려야돼 이런식의 것들을 기존세력들이 또 활용하고...
노인들이 잘 살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어린이들이 잘 살 수 없을 거고 노동자들도 잘 살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럴 때 이 “혐오”발언이나 그런 일들을 어떻게 바꿔낼까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혐오세력으로 낙인 찍는 경우가 이런 농성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노동자들이 될 수 도 있고 그런데요. 차별과 혐오문제를 우리가 다같이 고민하면서 대항해나가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거이후에도 그런 이야기를 할 자리를 마련하려 합니다.
사회: 혐오가 나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 같습니다. 인권가이드는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꼭 총선만이 아니라요. 정치가 꼭 총선 때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이 가이드를 누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요
은정: 저는 이 가이드북을 제 대학 동창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가까이 있는데 어떻게 말을 건네야할지 어려웠던 가까운 이들에게 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사회 : 저희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마무리로 못다하거나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요
은정: 제가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인권활동가인 제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최근에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한광호 열사 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때 가서 발언을 하는 것 조차 주춤거리게 되는 것이, “인권침해에요” 라는 말을 하기가 참.. 그깟 인권이란 것이 참 힘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권이 이렇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권이란 것이 참 힘이 없다는 것이 답답한데요. 그래서 그 구체적인 말들을 만들어내고 싶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표현해내는 말들이 제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