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인사를 하기 위해 정중하게 손을 내미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안녕하세요” 라고 대답할 뿐이다. 금세 알게 되는 사람은 손을 얼른 집어넣고 미소 짓거나 가볍게 포웅함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어떤 사람은 매우 난처한 표정으로 어떻게 하면 그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 사람과 가까워졌을 때,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팔이 없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과 악수할 수 없다.
내 핸디캡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몇 년 전에는 한 할머니가 나를 불쌍하게 보았는지 10크로내 짜리 지폐를 건네주신 적이 있다.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있으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내가 먹는 모습이 재미있게 보였는지 스웨터 안에 팔을 감추고 테이블 위에 발을 얹어놓고 나와 똑 같은 모습으로 식사를 하려고 했다. 아이들 부모는 분명히 난처했겠지만, 나에게는 상당히 기분 좋은 반응이었다.
팔이나 손이 없어서 편리한 점은, 절대 반지나 장갑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 같은 반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아빠가 데리러 와서 나는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친구 엄마는 내 장갑을 찾는 일에, 온통 신경을 쓰고 계셨다.
“안 찾으셔도 됩니다” 아빠가 말했다.
“하지만 밖이 많이 추워서…… 장갑을 끼어야 되요.”
하지만 그녀는 곧 장갑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6학년 때, 나를 돌보아주던 보조간호사는 매우 다정한 분으로,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선물을 주기 전날,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반지를 사버린 것이다! 당황하여 허둥지둥 상점으로 되돌아갔고, 반지는 사슬목걸이로 바뀌어졌다.
한번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
나는 오른쪽 발목에 사슬로 된 발찌를 차고 있었다. 발찌를 차는 일은 당시에는 아직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반 친구 중 한 명이, 왜 팔목이 아닌 발목에 사슬을 차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게 좀 어려워” 내가 대답하자 그 친구는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재미있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작은 실수를 하거나 당황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즐거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핸디캡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거나, 잊어버리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은 내 핸디캡에 대해, 나와 똑같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것을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그들도 내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 책에서는 내 자신에 대해, 어떤 일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지금까지 이미 즐거운 경험을 많이 쌓아왔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핸디캡은 내 성장에 여러 가지 면에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노래나 음악이 지금의 나를 이루어 놓았다. 수영에서의 성공,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나의 신앙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일들을 이 책 안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내게는 전혀 새로운 경험으로, 인겔룬딘 여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나의 이야기를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실제로 그것이 올바른 명칭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 과장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쓰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메모이고, 코멘트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가 “발로 그린 내 인생의 악보” 라고 할 수 있다.
레나 마리아 클링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