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심우기*</p><p> </p><p>                류흔</p><p> </p><p> </p><p>8월의 우기(雨期)에 그가 내리지요</p><p>우기가 아니어도 가물에 콩나듯</p><p>야탑(野塔)광장에서, 가천대 강의실에서, 서현에서, 종로에서, 인사동에서, 혹은</p><p>저물녘 어느 거리에서 내리는</p><p>그를 만났는데요</p><p>쌩맥에 노가리 씹으면서</p><p>사회와 경제와 미학과 평론, 무슨 거창한</p><p>詩에 관해</p><p>열라 노가리 까는데요</p><p>첫사랑이라든가 센티한 데 이르러서는 금세 붉어지고요</p><p>세상에나,</p><p>검은 꽃이 있다 우기고요</p><p>그 꽃을 보는데 열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p><p>침을 튕기는데</p><p>미치는 줄 알았어요</p><p>다들 눈치 채시는</p><p>거시기에 관해 論할라치면</p><p>자기 것이 더 대단타 심히 우기지요</p><p>결정적으로 내 애인들을 죄다 그에게 보내기로 했는데요</p><p>제발이지 살살 다뤄줬으면 해요</p><p>그나저나 야탑이나 성남 어디서나</p><p>1년 내내 우산을 들고 다니는</p><p>작은 키에 똠방대는 중년사내를 목격하신다면</p><p>심우기, 그가 틀림없을 거에요</p><p> </p><p> </p><p>*시인, 영문학자</p><p>시집[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p>
<!-- -->
첫댓글 아 어쩌죠 그제 본 우산속 남자가 심우기 시인님?
반갑다 인사라도 건넬것을ᆢ ㅎ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