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엄청나게 춥다.
바람이 칼 바람이다.
털신을 신었는데도 발이 시렵고
장갑을 꼈는데도 하나 더 끼게 되는.
그래서, 좋다.
눈도 오고...
내일 서울에 올라갈 것이 염려되긴 하지만
그건 내일 걱정하고. 오늘은 좋다. 추워서.
또 눈이 와서...
2.
원래 오늘은 전주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서울에 가기 전에 우리 트럭 타이어를 바꾸려고.
허나 밤부터 내린 눈이 그칠 줄을 몰랐다.
물론 간간이 그쳐주었지만.
그래서 전주 나가는 것을 내려놓고.
그냥 서울에 올라갈 준비로 오미자 거르는 일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감자찌개 끓여서 아침을 먹고,
막 교회 청소하러 가려고 하는데 전화가 온다.
우리 신랑은 일꺼리를 두고 나가려니 내 눈치가 보이는지
미안해 하는데도...나는 눈을 안 마주친다(맘이 상한거다. ㅋㅋ)
하지만, 금새 생각을 바꾸고 잘 다녀오라 한다.
어찌할꼬, 내가 생각을 바꿔야지.
3.
신랑은 보내놓고, 나는 혼자서 팔을 거둬부치고
광으로 간다. 오미자 거를 준비를 하고...
바람이 매우 차갑고, 눈발이 광으로도 들어온다.
손이 시려워 장갑도 두개씩 끼고 일을 했다.
항아리 하나를 다 걸러내어
병에 일일이 담고.
무거워서 못드니까 9개씩 나눠서 나르고.
방안에서 젖은 수건으로 닦고, 또 마른수건으로 닦고
귀농스티커를 부치고 있는데...우리 신랑이 들어온다. ㅋㅋ
이럴때 나를 잘 살펴야 한다.
혼자서 일을 잘 하다가도 신랑이 들어오면
갑자기 마음이 상해서 투덜거리고 입이 댓발은 나와있을 때가 있다.
이건 집안 일을 같이 일을 해야한다는 내 생각 때문이다.
또는 집안의 일은 내가 훨씬 많이 한다고 자랑하고픈 속내에서
올라오는 자만적인 생각 때문이다.
일을 해서 즐거웠고,
또, 우리 신랑은 밖의 중요한 일을 하고 들어왔으니
잘 받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리 신랑이 이쁘고
또 나도 대견스럽기 때문이다.
4.
우리 신랑의 소리가 난다.
미안해할 때, 빨리 내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의 내 마음을 알아차려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비교적 잘 한편이다.
물론 이건 밖의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이었음을 알고 있어서 였을지도 모르지만...
둘이 앉아서 일을 마저 하고...
밖에서 일어난 일을 잘 들었다. 물론 그 일에 대한 나의 생각도 전하고.
...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저녁밥을 맛나게 차려먹었다.
장로님이 가져다 주신 두부를 꾸워서...ㅋㅋ
우리 신랑은 두부를 참 좋아하는데.
내가 반찬을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
저녁밥 먹고, 둘이서 영화를 보았다.
"beautiful mind"
'내쉬 균형'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주인공
천재수학자 '내쉬'에 대한 영화였는데, 참...
감동적이었다. 누구라도 보았으면 좋겠다. ㅋㅋ
우리 신랑이 경제학전공이어서, 옆에서 설명을 잘 해주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놀랍다.
5.
명절은 명절인가 보다.
각 집집마다 두부를 만드나 보다.
맛난 손두부를 세 모나 얻었다. 고맙게도...
와~ 사먹는 두부랑 손으로 직접 만든 두부는
그 맛이 다르다...
이제 자야겠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서울 올라갈 채비를 하고
교회에 가서 후딱 청소를 하고...해야지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갔다.
|
첫댓글 목사님 글 읽고 배우면서, 저의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