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삶 [백만장자]
뜬금없는 주제지만 종교가 아니라, 투자자의 관점에서 영원한 삶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에 정리해본다.
미국에서는 큰 부를 이룩한 사람들이 재단을 통해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카네기나 록펠러 재단 같은 것들이 그
예일 것이다. 카네기는 자신의 철강사업을 JP모건에 매각하고 생긴 돈으로 수십 개의
재단을 설립했다. 벌써 90여년 전 이야기이다.
록펠러도 역시 80여년전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여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였다.
카네기나 록펠러 재단은 이제 몇년만 더 지나면 설립된지 거의 1백년이 다되어간다.
그 후에 세워진 무수한 재단들에 비하면 자산규모나 사업비 수준은 그리 크지 않지만
창립자들의 뜻에 따라 꾸준히 사회에 기부를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미국에서 가장 큰 재단은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멜린다
게이츠가 세운 재단으로 2004년말 자산총액은 무려 288억 달러에 달한다.
작년에 미국과 세계 100여개국의 보건과 교육 부문에 쏟아부은 사업비는 우리 돈으로
조단위를 넘어섰다. 이 정도면 왠만한 대기업 일년 순이익보다 더 큰 돈이다.
죽기 직전에 사회에 기부를 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는 것도 존경스럽지만 멀쩡히
현역 최고경영자로 활동하면서 이 정도 액수를 기부한 빌 게이츠는 정말 대단한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긴 해도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향후 500년은 족히 세계 인류를 위해 보건과
교육, 기아퇴치를 위한 공익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 개인의 富가
단순히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되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의 뜻이 수백년 동안 전지구상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펼쳐지는 것으로, 어떤 관점에서는 게이츠는
이미 '영원한 삶'을 얻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육신이 죽어 사라지고 없더라도
수백년동안 그의 뜻은 계속 살아서 활동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 역시 재단을 만들었으며 자산총액은 거의 100억 달러에 육박한다.
미국의 사립재단들의 요구수익율은 인플레이션에 대항하고,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6~8% 정도 되는 듯 하다. 대체로 총자산규모의 3~5% 정도를 사업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밖에도 시리얼업체 켈로그의 창립자 W.K. 켈로그는 교육 사업에 특화된 재단을 설립
하였고, 존슨앤존슨의 창립자 로버트우드 존슨은 의료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재단을 설립하였다. HP컴팩의 창립자인 휴렛과 패커드 가문의 사람들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단을 설립하였다. 이렇게 설립된 재단들은 엄격하고 공정하게 관리되어 출연한
사람의 뜻에 충실하게 자산을 배분하고, 사업비를 집행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의 재단
들은 왠만한 상장기업 못지 않게 사업보고서를 작성하고, 독립된 회계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쟁쟁한 펀드매니저들이 펀드 운영 위원회를 만들어 시스템적으로 자금을 운영
한다. 단순히 고수익을 내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이 운영해서 얻는 수익은 인류의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대의명분이 함께하는 사회적 투자라고 하겠다.
무기를 생산하는 군수산업체나 담배회사 등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편법 상속의 수단으로서, 기업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생색을 내는 수준의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대기업 재단들과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본과 같은 경제대국에서도 제일 큰 재단이 한화로 약 3천억원 규모의 도요타 재단이
고작이다. 수백조원대의 거대한 재단들이 창립자의 뜻에 따라 설립되어, 수십년 동안
전세계 곳곳에 인류복지 증진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미국과는 상당히 대조적
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한 갑부는 젊었던 시절부터 다음과 같은 철학을 가졌다고 한다.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재산을 넘어서는 富는 나의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잠시 나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늘이 그를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빌 게이츠도 내가 아는 한, 부자가 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꿈을 가진 사람이다.)
사실 수백조원대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무엇하겠는가?
그것은 자식을 망치는 길이다. 1조도 필요없다.
100억만 물려줘도 자자손손 호강하며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정말 자식이 정신이 똑바로 자라서 부를 몽땅 물려주어도 세상이 맡겨준 富를 잘 관리하고
배분할 그릇이 된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라할지라도
재단을 설립하여 사회에 환원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영원한 삶, 우리 투자자들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먼 훗날 재단을 통해 자신의 뜻을 세워두면 수백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
행복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부자로 죽을 수 있다면 저승에 갈 때, 돈 한푼 못 싸들고 간다고 해도
억울하기는 커녕 마음이 뿌듯할 것이며, 또한 마음이 편안할 것이다.
꼬리말
타로 - 정말 공감이 갑니다. 자식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는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글입니다. 사실 부라는 것은 부 자체보다는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가치의 정도를 평가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얻어진 막대한 부를 자식에게 상속하는 것은 자칫하면 끔찍한 독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05.06.16 22:10
타로 -자신이 이룬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소비하는 것.. 그것도 가장 고상하고 화려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환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환원 만큼 자신의 가치를 키워주는 투자는 없을것 같습니다. 얼른 한국에서도 이런 멋지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05.06.16 22:13
CLUB주주 - 저는 100억을 벌고자 하는 것이 인생 목표중에 하나이고 그중 90억은 재단은 아니지만 도서관 설립 등에 쓸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80세까지 산다는 가정하에 5년 공부하고 앞으로 2년 더 ... 그러면 남은 시간은 50년! 10%를 공부에 활해하고 90%를 돈 버는 시간으로 계획을 잡아 두고 있습니다. 05.06.16 22:35
CLUB주주 - 개인적으로 넉넉한 생활도 중요하겠지만 10억원 안에서 충분할 것이고 만약 100억을 벌어 죽어도 90억은 못가져가니 좋은 곳에 쓰면 마음은 뿌듯할 것이며 편안할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계획일 뿐입니다. 05.06.16 22:40
타로 - 그 마음만으로도 너무 훌륭하네요. ^^; 전 욕심이 많아서 인생의 목표가 터무니없이 큽니다. 사실 우리에겐 워렌 버펫도 가지고 있지 않은걸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젊음이죠. 전 저의 가치가 궁금해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증명하고 그걸 역사에 각인시키고 싶습니다. ^^;; 05.06.16 23:08
강철 - 얼마전에 기부에 관한 책을 읽었었는데 그책의 내용과 비슷하네요, 아마 거대 미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꿔줄 수 있는 또다른 한 면이아닐까? 라는 취지의 글이었던 것 같은데... 05.06.17 13:15
강철 - 저도 감명 받아서 저의 기부내용을 분석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기적인 후원을 조금씩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비율과 금액에서... 또한 시간과 노동의 나눔도 중요하리라 생각되더군요 교회에서 하는 활동 빼고는 거의 없으니... 05.06.17 13:17
에스테반 - 저의 꿈과 일치하네요..사람이 일생을 통해 소비하는 재화나 물자는 그렇게 많은 양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어디에 가치관을 두느냐가 아주 중요하겠죠.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의 수준은 사회로부터 받은 축복입니다.그래서 이 삶의 수준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의 질적양적 성장도 꼭 필요하게죠! 05.06.17 21:08
백만장자 - 이렇게 많은 분들이 훌륭한 마음가짐으로 투자를 하고 있으니 10년, 20년 후에는 이곳에서 멋진 부자들이 많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 05.06.17 21:20
강철 - 꼬리말 다신 분들중에 멋진 부자 10등 안에 5명쯤 포함되어 있을 거란 확신이 드네요...ᄒᄒᄒ 05.06.18 14:52
글쓴이 : 백만장자 날짜 : 2005.06.16 21:40 백만장자클럽
출처: 워렌버펫,벤저민그레이엄 연구모임(http://cafe.daum.net/buffett)
첫댓글 ' ... 세상이 잠시 나에게 맡겨 두는 것이다.' ...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