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쓸께. 이글을 읽는 너가 누군지 모르겠어. 이 게시판을 보면 대체적으로 내가 흥분해서 지껄여놓은 것들이 많아. 고마워. 읽어줘서.
이글은 '성격분석'이라는 괴상 망칙한 요물에 대한 내 접근법이야. 너한테도 도움되었으면 좋겠다.
널 위해 세줄로 먼저 요약해줄께.
- 어린이가 어른의 말을 이해하기는 존나 힘들다.
- 허벌라게 겪고 나면, 나중에 깨닫기도 한다.
- 성경에 고린토전서에도 그 이야기가 나온다.
1. 고린토전서, 사랑의 송가
아, 씨바 무슨 성격이냐. 꼰대처럼. 싸드주네가 말하는 듯 하네? 아마 사드주네에게 홀린 너도 그렇겠지. 무슨 개독교 이야기냐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너, 그거 알아? 빌헬름 라이히가 <그리스도의 살해>를 쓴거? 지저스가 얼마나 매혹적인 섹시한 사람이었나, 그런책이거든.
사드주네도 창녀와 세리들과 늘 함께 밥먹고 들러붙어 사랑을 나눈 지저스를 사랑하지 않을리 없지. 그러니 그런책을 번역한거 아니겠어?
그러니 성경 이야기 한다고 김빠져 하지마.
교회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 중 하나가 사랑의 송가야.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고/ 진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은
기독교도가 아니어도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라는 둥의 말은 익숙할거야. 그렇지?
그런데, 그 고린토전서 13장 1절부터 13절을 쭈욱 읽어보면-니가 찾아보고 읽어봐. 혹시 너가 연애중이면 꼭 읽어라-11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 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왜 이 이야길 하냐고?
"당신은 지금 예수를 모르는 것이다. 예수는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했다. 누구보다 순수한 어린아이를 모욕하는 것이냐?"라고 생각하니?
아니. 그 맥락이 아니야. 너나 나나 어린시절이 있었고, 어려서 몰랐던 것이 있었던 시절이 있는 거야. 뜨거운 불이 있으면 그걸 대어도 보고, 물속에서 허우적 거려도 보고하
또 심하게 짝사랑도 해보고...이렇게 하고 나면 어린시절때 '어리석은 것'을 깨닫게 된다는 거야. 그건 어린아이를 무시해서가 아니야.
너는 성격분석책이 계속 어렵다고 하지? 읽기도 싫지? 두권이나 된 거의 800페이지 가까운 이 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 '
그런데 말이야. 아주 오랜 기간 후, 인류가 '장성한 사람'이 되었으면 이 책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거야. 물론 아닐수도 있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2. 삶의 겪음과 텍스트 : 우치다 타츠루
우치다 타츠루라는 일본인이 있어. 합기도 9단, 레비나스 철학전공자야. 그가 레비나스를 '스승'으로 삼았던 에피소드가 빌헬름라이히의 이 <성격분석>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거야.
우츠다 타츠루는 프랑스문학 전공가야. 우연히 '레비나스'란 철학자의 책을 보게 되었대. 아, 존나 어렵다...그랬대. 그런데 이상하게 끌리더래. 그래서 그걸 사전 찾아가면서
하나하나 번역을 했대. 80년대 후반이라서 타이프기도 없어서 원고를 일일히 썼다네? 번역해놓고 읽어보니, 일본어로 써진 건 맞는데, 자기도 이해를 못하겠더래.
그래서 원고를(약 1000장 정도) 어딘가 쳐박아두었대. 그 무렵 결혼해서 아이도 태어나고, 시간강사로 돈도 벌고...정신이 없었대. 무엇보다 자기가 번역한 것을 자기가 이해를 못하니.
그러다가 10년이 흐른 뒤, 일본에 '레비나스' 붐이 일었대. 출판사에서 우츠다에게 "그때 번역했던 것 줘보세요" 그래서 옛날 원고를 읽어보았대.
그런데 기가 막히게, 이해가 되더라.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에 대해서, '시간'에 대해서 귀신이 온 듯 신들린 듯 이해가 되더란거야.
그는 그 이유를 자기가 "양육을 해서"라고 생각한대. 이혼하고 나서 혼자 딸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저런것들-특히 타자에 대해-겪으면서, 자기 스승인 레비나스가
뭐라고 했는지 이해하겠더란거야.
어른의 말은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가 된다는 거야.
그러면, 자. 이책도 그런가? 성격분석이란 책 말이야.
이 책도 내가 사드주네에게 듣기로는, 졸라 오래 걸린책이야. 책 자체가 그 흐름이 길어. 요새는 책들이 어떻게 나오나? 그냥 며칠 뚝딱해서 만들잖아.
그런데 이 책은, 젊은 라이히가 프로이트에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장면부터 나중에 '오르곤 에너지'까지 발견하는 오랜기간 동안 걸쳐 만든 책이거든.
사드주네의 번역은 어떠냐고? 내가 기억하기로 2006년도에도 이책을 번역하니 마니 그랬던것 같거든. 그리고 2020년에 만났을때도 늘 '곧 나온다'고 하더라고.
독일어본/프랑스어본/영어본...뭘하는지 뜨겁게 말이야.
그렇지. 빌헬름 라이히같은 대가(?_-물론 라이히는 그런 말을 졸라 혐오함)의 말을 이해하려면, 최소한 오르가즘으로 괴성을 몇번 지르고 사정의 쾌감과 고통에 악소리를 몇번 정도
질러봐야 이해가 될것 같아. 누군가에게 똥꼬를 허락해주고 핱아주고, 그래야 이해가 되는 책이라면, 넌 더럽다고 느끼니?
3. 요약할께. 오늘은 내가 읽고 있는 '성격분석'에 대해 읽기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쓴거야. 책을 읽기 위해선 먼저, '어른'이 되어야 해. 어른의 말은 어른이 되어서야 일아들어.
어른이 뭐냐고? 위에 이야기 했으니 끝.
내일은 다른 이야길 할께.
첫댓글 아아, 은혜로우신 우리 애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