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고 우리가 물이라면 샘이 있습니다. 부모 없는 자식 없고 조상이 없는 후손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 한민족의 뿌리는 단군왕검이시고 우리들의 말미암음이요, 거룩한 숲입니다. 그 숲속에서 단을 모으고 조상 대대로 하늘과 땅과 조상에 경건한 제사를 모셨고 나라와 겨레의 안녕과 번영을 빌어 왔습니다. 단군이란 이러한 제사를 모시던 제사장이요, 황제를 뜻합니다. 왕검이란 제사를 올리던 하늘의 환인과 환웅이며 땅에서는 고마 곧 웅녀가 됩니다. 앞의 환웅은 단군의 아버지와 조상신이며 뒤의 고마는 어머니요, 조상신이 됩니다. 이러한 우리 겨레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문화 전통은 아직도 우리 역사 문화 속에 남아 있습니다. “고맙다”가 바로 그 화두입니다. 이 말에 단군왕검에 대한 경건한 정신이 담겨 있지요. 이 화두는 고마(熊)에 -ㅂ다(如)가 붙어 이루어집니다. 이 말은‘당신의 은혜가 고마와 같다-당신의 은혜가 어머니(조상신)의 은혜와 같다-당신의 은혜가 단군왕검의 은혜와 같다-당신의 은혜가 하느님의 은혜와 같다’는 뜻입니다. 경천과 애족, 조상숭배의 홍익 정신이 갈무리 되어 있습니다. 곰(고마)은 경건하게 삼가서 흠모해야 할 대상이었습니다(고마 敬 고마 虔 고마 欽, 신증유합). 고마나루(熊津, 용비어천가)는 뒤에 공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고마(곰) 나루가 있고 곰신을 모시는 웅신단(熊神壇)이 있습니다. 곰골이 공골로, 다시 공주(公州)로 굳어져 쓰인 것입니다. 금강도 본디 웅천하(熊川河, 대동지지)였습니다. 오늘날의 진해도 옛날에는 웅신현(熊神縣)이었다. 한마디로 산악 지역에 살던 곰과 함께 살아왔던 겨레들이 우리의 조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웅(熊)-계의 지명이 30여 개나 된다. 다시 단군에 왕검(王儉)이란 말이 붙어 단군왕검이 되었습니다. 왕검을 이두로 읽으면 님검(님금)이 됩니다. 님-니마/곰(검)-고마이니 니마-하늘-환웅-아버지이요, 고마-웅녀-땅-어머니라는 문화기호로서의 풀이가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단군왕검이란 환웅과 웅녀에게 제사를 모시는 제사장이란 말이 됩니다. 뒤에 고유명사로 통용이 되었고 정교 분리가 되면서 단군과 왕검-임금이 따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함경도 방언에서는 무당을 스성, 스숭이라 하며 전라도 방언에서는 단골, 단골레미라고도 하고, 몽골에서도 뎅골, 뎅그리라 합니다. 여기 왕검의 검은 뒤에 신(神萬物引出者검也, 신자전)이었다. 신이 고유어로 검임을 아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삼국유사 고구려 부분에서 백두산을 일명 웅신산(熊神山)이라고 합니다. 웅신산은 고유한 말로 곰뫼가 된다. 태백의 백(伯)은 맥(maek)으로도 읽습니다. 예맥의 맥(貊)과 같은 뜻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백제는 맥제라고 해야 옳습니다. 비류와 온조도 고구려 동명왕의 후손으로서 마한을 정복하고 맥제를 세운 것입니다. 고마(곰)의 소리가 약해져 떨어지면 고마(곰)-호마(홈)-오마(옴)이 됩니다. 이르자면 구물구물-후물후물-우물우물이나 곰패다-홈패다-옴패다도 같은 얼안에 드는 낱말들입니다. 언어 질서로 보아도 기역이 약해져서 떨어지면 히읗이, 다시 소리값이 없는 이응이 되기에 그렇습니다. 하면 오늘의 어머니(엄마, 옴마)는 고마(곰)에서 비롯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군에 대한 이러한 역사를 기술함에 커다란 흠결이 있습니다. 삼국사기만 보면 단군성조에 대한 사연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신라가 기원전 57년에 세웠음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야사니 무슨 일사니 더러는 대안사서니 하지만, 오로지 삼국유사에만 단군성조에 대한 사적이 실려 있습니다. 따로 국밥인 셈입니다. 정통한 정사에는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엄청난 역사 기술의 잃어버린 고리가 됩니다. 너무나 궁색했지요. 최근 저는 ‘깁더 삼국유사(2019)’란 책에서 두 사료를 이을 고리를 찾아냈습니다. 삼국유사에서 단군의 사적이 있는 부분을 기이(紀異)라고 합니다. 여기 기이의 기(紀)를 삼국사기 본기(本紀)의 기(紀)로 보아 그 실마리를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삼국사기의 본기와 다른 삼국유사의 기이를 통합한 것입니다. 또한 단군 치세 1,500년 동안을 단군세기에 나오는 47분 열성조를 그 자리에 넣음으로써 우리 역사 기술의 잊힌 고리를 이으려 했습니다. 유사와 사기는 둘이 아닌 한 몸입니다. 삼국유사 홍익인간의 잊고 있었던 역사의 물꼬를 터 보았습니다. 단군의 신시에 소담스러운 무궁화가 피고 튼실한 열매 맺는 올 날을 기원합니다. “홍익의 꽃이 피면 새 날아들어, 온 누리에 열매를”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첫댓글 https://youtu.be/zHjDvrIyt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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