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잡지마을 제1723호/시는, 졌다] ■ 일반적 부부의 보편적 고충
연인 끼리는 안 보면 보고 싶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연인의 입장에서는 흔히 그렇다고 주장한다 부부 사이는 안 보면 보고 싶은데 보고 있으면 제발 그만 좀 보고 싶다 차마 눈 뜨고는 보고 싶지 않다 부부라는 명백한 증거다 이 모든 게 다 결혼 제도 때문이다
합법적인 부부라면서 그 이유를 잘 모른다면 아마 정치적인 정략결혼이었을 것이다 필시 사회적인 위장결혼일 것이다 단연코 남의 눈이 두려운 쇼윈도 부부일 것이다 적어도 정상적인 부부관계, 화목한 가족생활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더 이상 미룰 핑계가 없는, 어떻게든 지긋지긋한 연애의 늪에서 탈출하고 싶은, 일촉즉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위험한 연인들은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결혼식은 그냥 감행하되 결코 부부관계까지 발전하지 말아야 한다 흡사 연인인 것처럼 그저 즐겁게 춤만 추다가 각자 자기의 제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야만 한다
자나깨나 결혼 조심하고 꺼진 결혼도 다시 봐야 한다 사랑학이나 자본론이나 정치술은 잘 몰라도 내가 이래뵈도 결혼생활은 좀 아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