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총선으로 민주당이 압승을 했다. 선거에 목숨을 걸고 국회의원 숫자로 권력이 결정되는 지금의 민주주의는 과연 타당한 제도 인가.
영국에서 시작된 의회제도는 왕과 귀족과의 권력 분할과 권력 투쟁의 결과였다.
그래서 하원과 상원으로 나뉘어지고 의회에서는 우수꽝스런 가발을 쓰게 되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평의회라는 국회를 흉내 낸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북한과 중국은 인민위원회라는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선거제도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는 말에 나는 반대한다.
우매한 자들이 후보로 나오고 우매한 사람들이 선거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져서 나라가 엉망이 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나는 민주주의라는 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진다.
그와 함께 의회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수는 몇 명이 적절할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편에 착수하면서 이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느 정도의 의회 규모가 바람직한지는 정치학자들에게도 연구 대상이다.
정답은 없지만 수학처럼 공식은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건 타게페라와 슈가트가 만든 ‘의원 수는 인구의 세제곱근에 비례한다’는 공식이다.
미국·유럽 국가들의 의원 수와 인구를 비교해서 나온 경험칙이다. 이 공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적정 의원 수는 현 정원(300명)보다 늘어난 360명 정도라고 한다.
김도종·김형준 교수는 2003년 논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총인구와 국내총생산 규모, 정부 예산, 공무원 수 등을 비교해 적정 의원 수를 368~379명으로 추계했다.
더 중요한 건 국민 대표성의 문제다. 미국 하원의원 수는 435명, 인구 72만명당 1명꼴이다.
16만명당 의원 1명꼴인 한국보다 인구 대비 의원 수가 훨씬 적다. 하지만 원래부터 적었던 건 아니다.
1776년 미국 건국을 주도한 13개 주 대표들은 인구 3만3천명당 1명꼴로 의원을 뽑아 의회(65명)를 구성했다.
인구 증가와 함께 의원 수도 늘어나 1929년엔 지금과 같은 435명에 이르렀다.
그 이후 미국 인구는 두 배로 늘었지만 의원 정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의원 수가 많아지면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여론에다, 공화·민주 양당 모두 의석 확대에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건국 당시 13개 주 대표들은 ‘미래에도 인구 대비 의원 비율이 최대 5만명당 1명을 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표성 약화를 우려해서였다. 이 말을 좇아서 하원의원 수를 3천명으로 늘리라고 청원하는 시민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의원 수가 적으면 대표성 약화로 민의 수렴이 안 된다. 그 결과 민주·공화 양당은 소수의 열혈 지지층만 대변하게 되고 이게 미국 정치의 분열을 심화시킨다”
고 주장한다. 한번 음미해볼 만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