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용어를 과거에 투영시켜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사 이해의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연방제 국가라는 개념은 매우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좀 더 분명한 용어 정의가 필요한 듯 합니다.
윗글에서 관찰자님이 말하는 연방제 국가가 아닐까라는 부분은 고구려 초기에 해당되는데(15대 미천왕 이후에는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현재 이 시대의 고구려 통치체제에 대해서는 서울대 노태돈 교수가 주장한 부체제 설이 학계에서 많이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부체제란 말을 들으면 왠지 용어의 이미가 올바른 국가로 성립하지 못한 원시적인 부(部)라는 말 때문에 좀 거부감이 들리는 부분도 있지요.
반면 연방제국가라고 한다면 뭔가 미국과 같이 좀 발전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용어의 아주 작은 뉘앙스 차이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게 만들기 때문에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현재 부체제라고 하는 말이 사실 관찰자님이 의문을 제기한 정치제제를 설명하는데 어느 정도는 부합하는 말입니다. 다만, 부체제라는 용어에 대해서 매우 복잡한 설명(노태돈 교수는 이를 10여개의 항목으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을 들어야 하지요.
그런데 부체제라는 말이 어떤 정치발전의 단계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되기 때문에 연방제 국가라고 한다면, 그와 같은 어느 단계에서 고구려의 정치발전을 설명하는 용어로 적합한지를 따져야 합니다. 연방제국가라는 말에는 이미 각 부(예를 들면 연나부, 소노부, 계루부 등 힘센 부)들이 이미 국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 저런 문제들로 인해 용어를 정의하는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사실 나는 이런 용어로 인한 싸움에 넌저리가 나고 있지만, 부체제 문제는 고대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니까, 노태돈이 제기한 기본 개념과 이에 대한 이종욱 의 비판, 그리고 나의 간단한 비판을 아래에 다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