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신경림
산기슭을 돌아서 언 강을 건너서 기름집을 들러
떡볶이집을 들러 처녀애들 맨살의 종아리에 감겼다가
만화방도 기웃대고 비디오방도 들여다보고
큰길을 지나서 장골목에 들어서니
봄나물 두어 무더기 좌판 차린 할머니
스웨터를 들추고 젖가슴을 간질이고
흙먼지를 날리고 종잇조각을 날리고
가로수에 매달려 광고판에 달라붙어
쓸쓸한 소리로 촉촉한 소리로
울면서 얼어붙은 거리를 녹이고
팍팍하게 메마른 말들을 적시고
*출처-우리 시의 얼굴 찾기(이동순 著), 신경림 시집 <뿔>에서
첫댓글 바람을 5감으로 제대로 느끼고 갑니다.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