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ucket list, 오쿠분고 올레길 / prologue
6, 7년 전쯤의 일이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미국 영화를 봤다.
영화 ‘배트맨’에서 조커라는 악역을 맡은 잭 니콜슨을 내 모르지 않고,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프로 여자복서 힐러리 스웽크의 코치역을 맡은 모건 프리먼을 내 모르지 않는다.
그 두 배우를 안다 해서 그 영화를 본 것이 아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그 영화의 부제를 보고, 과연 어떤 것들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일까 궁금해서 그 영화를 본 것이다.
다음은 Daum사이트에 소개된 그 영화의 줄거리다.
「지금 이순간, 당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카터 체임버스(모건 프리먼)는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어느 날,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 철학교수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라고 했던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46년이 지나 모든 꿈을 접고 자동차 정비사가 되어있는 그에게 ‘버킷 리스트’는 이제 잃어버린 꿈의 쓸쓸한 추억이자, 가끔씩 떠올리고 지워보는 놀이에 불과하다. 한편,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돈 안 되는 ‘리스트’에는 관심이 없다. 돈을 벌고 사업체를 늘리기에 바쁜 그는 인수 합병이나 고급 커피 외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은 스파가 아니기 때문에 예외 없이 2인 1실’이라는 에드워드의 철칙 때문에 에드워드와 카터는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게서 중요한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돌아보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해야겠다는 것. 인생 뭐 있어? 폼 나게 즐기다 가는 거야!!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뛰쳐나간 두 사람은 ‘리스트’를 행동으로 옮긴다. 타지 마할에서 세렝게티까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허름한 문신집까지, 구형 스포츠카에서 프로펠러 비행기까지, 함께 만든 리스트를 들고 열정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광대하고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그들은 목록을 지워나가기도 하고 더해 가기도 하면서 어느 누구나 풀어가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과 씨름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들은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웃음, 통찰, 감동까지도.」
내 그때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영어숙어도 처음으로 알았고, 그 뜻도 처음으로 알았다.
Daum백과사전에서 그 영어숙어에 대한 풀이를 하고 있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평생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 혹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은 목록을 버킷리스트라 한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말은 ‘죽다’라는 뜻의 속어 ‘Kick the Bucket’와 관련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 자살이나 교수형을 할 경우 목에 줄을 건 다음 딛고 서 있던 양동이(Bucket)를 발로 찼던 관행에서 유래했다. 버킷리스트는 2007년 영화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The Bucket List)’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영화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주인공은 죽기 전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작성해 함께 여행을 떠난다. 영화로 인해 버킷리스트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되는 수단 중 하나로 널리 인식되었다. 마케팅이나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버킷리스트를 모티브로 사용하기도 한다.」
내가 그 영화를 보고난 뒤에, 내게도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백두산 천지에서 동영상 한 편 찍기, 뉴질랜드 남 섬의 남쪽 끝에 가보기, 이태리 폼페이 원형극장 무대에서 오페라 아리아 한 곡 부르기,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의 희망봉에 서보기, 히말라야 무스탕계곡 트레킹하기, 하와이 활화산 분화구 위에 서보기, 북극의 오로라 풍경 밤새워 보기, 남극 펭귄의 배가 내 똥배보다 더 불룩한지 한 번 재보기, 보현산 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자리 찾아보기, 캐나다 로키산맥 트레킹하기, 몽블랑 정상에 오르기, 중국의 천산남로 북로 걸어보기, 제주 올레길 연이어 걸어보기, 백두대간 연이어 타기, 한반도 해안선 따라 걷기 등, 열 손가락으로는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많다.
1번은 뭐고, 2번은 뭐고, 3번은 뭐다, 하는 식으로 순번을 딱히 정해놓은 버킷리스트가 아니다.
문득 생각에 곧장 실행이라고, 기회가 닿으면 그 어떤 것이든 순번 따지지 않고 그냥 행동으로 옮겨갈 것이다.
그렇다고 결코 서둘지 않는다.
서둘러 헐값의 버킷리스트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이뤄도 좋고 못 이뤄도 좋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천천히 음미에 음미를 거듭하면서 하나하나 이뤄갈 것이다.
거기에 또 하나 보탤 것이 있다.
아내의 버킷리스트다.
산타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여서, 아내도 필시 살아생전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없을 수가 없다.
최근에도 ‘강동회’ 회원들과 함께 홍콩 마카오 심천을 다녀오는 3박 4일 일정의 중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고, 저 지난 주말에는 그동안 쭉 이어왔던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을 무박(無泊) 2일의 일정으로 그 종지부를 찍었다.
그저 눈요기로 여행을 하고 하릴없이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온갖 풍경 속에서 느끼고 깨닫고, 그리고 곳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작업까지 한다.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에서는 아직 잠이 덜 깬 여명의 시간에, 밤새 내린 눈을 손 시리게 뭉쳐 눈사람을 만들어놓고, 그 눈사람 사진을 찍어, 내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다 자기 좋아서 하는 짓이다.
순백의 아내 마음이 그 눈사람에 담겨 있었다.
그런 아내의 버킷리스트를 내 모른 체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아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면, 뭐든 하게끔 해주고, 나도 마음으로 내켜 따라하는 것, 그것이 내게 있어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다.
지난 2015년 12월 1일 화요일부터 같은 달 3일 목요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규수의 오쿠분고 올레길을 다녀왔다.
아내가 한 번 가보고 싶다하니, 그 마음 그대로 따라준 것이었다.
그 일정 속에,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분위기가 다 있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