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종소리
평생을 구도자의 삶으로 교회의 종지기로 살아가는 어떤 가난한 노인의 짐을 찾은 사람이 있었다.
그분의 집에서 묵고 떠나는 날이었다.
그분은 그분을 찾아온 이가 떠나는 날 버스를 타는 곳까지 따라오시고자 했다.
"그만 들어가세요."
한사코 만류하는 그에게 "그럼 조금만 더 가면 당신이 차타는 곳까지 가는 길의 반이니 거기서 돌아가겠네."
거기까지 왔다.
그분은 주머니에서 무얼 한주먹 꺼낸다.
동전 소리가 났다.
"있으면 더 주고 싶은데 가진 것이라고는 이것뿐이네. 여비에 보태 쓰시게."
팔백 원이라고 했던가. 그분이 건네주는 동전 한줌을 넣고 헤어져 가는 길,
주머니 속에서 쨍그랑 거리는 동전 소리가 그분이 평생을 그렇게 사시고자 했던,
그러나 교회에서 종소리를 녹음기의 차임벨로 바꿔버리는 통에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는 푸른 종소리로
그 사람의 가슴에 그렇게 눈물 나도록 벅차게 울려왔다고 한다.
그 푸른 종소리가 나는 백 원짜리 동전들은 지금쯤 어디 어느 누구의 손길을 거쳐가고 있을까.
버스비를 받은 운전사 아저씨의 손길을 거쳐, 알사탕을 사러온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길을 거쳐서,
..아이고 뭐가 그렇게 비싸요. 백 원만 더 깎아 줘요,.. 이 땅의 어머니들이 시장에 가서 사오는 고등어 한 마리,
콩나물 한 봉지의 거스름돈을 거쳐, 그 입씨름을 거쳐 깎아낸 동전 한 닢이
하모니카를 부는 지하철 안 맹인 악사의 낡은 바구니를 거쳐,
불우 이웃 돕기에 그동안 용돈을 아끼며 모아온 아이들의 돼지 저금통을 거쳐 지금쯤 어디로 가고 있을까.
박남준/ 『꽃이 진다 꽃이 핀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