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스 선생님의 말과 행동은 어쩐지 오랫동안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생님의 모습 중 하나이다. 나는 선생님이란 제자에게 멘토이고 리더이면서도 나와 비슷한 평범한 인간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에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이 기준에서 어긋나 있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수업진도를 성실히 나가고 학칙에 어긋나지 않게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이 업무의 전부처럼 보이는 매우 건조한 사람들이었다. 선생님들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찾기 어려웠고, 그래서였는지 학생과 선생님이 친하다는 것은 내 기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물론 공부를 매우 잘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친한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나와는 달리, 나의 언니는 선생님들과 참 친하게 지냈다. 중고등학교 매 학년 방학 때마다 담임선생님 또는 미술, 음악, 국어과목 선생님이 우리집에 놀러왔고 몇몇 선생님들과는 언니가 결혼한 후에도 계속 연락이 닿았다. ‘어떻게 선생님이랑 저리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처음에는 어떤 점이 서로 맞는지가 궁금했다가 나중에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대학에 가서야 비로소 내게도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이 생겼다. 항상 깊이 생각할 거리를 주고 나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주시는, 그동안 만나본 적 없는 모습을 가진 P교수님을 만난 것이다. P교수님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생님이 갖추어야할 멘토, 리더, 인간적인 모습을 모두 가지신 분이다. 이상형에 반하여(?) 나의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대학 이후부터 지금까지 P교수님과 연락을 하며 지낸다.
생각해보면 나는 관리가 불가능한 정도로 많은 수의 학생들이 그저 사고없이 학교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 만으로도 버거웠을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에게 꽤나 어려운 역할을 기대하였던 것 같다. 선생님들의 상황을 이해했다면 그렇게까지 엄격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나는 그저 이상주의자였던 것이다.
지금은 나의 초중고교 때와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시대정신, 사람, 교육환경이 달라졌더라도 우리사회가 선생님께 바라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멘토, 리더, 인간적인 모습은 이루기 어려운 이상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남는 것이 있었으면 한다.
아직도 나의 언니가 중고교 때의 선생님들과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의 선생님들이 언니에게 매년 배정되는 우연들이 계속 발생하였거나, 언니가 생각하는 선생님의 기준이 나의 기준과 매우 달랐거나, 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첫댓글 언니를 한 번 인터뷰하고 싶네요. 운칠기삼이었어도 혹시 어떤 개인적인 '노력'이 있지는 않으셨을지 궁금해요
선생님보다 언니가 궁금해지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