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 김환영

[냉이]

 진실 / 김환영

 취한 영근이가 전화기 속에서 다그치듯 물었다 진실이 있느냐고, 진실이 있는지 대답해 보라고 묻고 또 물었다 나는 세상에 진실 따위는 없다고, 진실이 있다면 어떻게 세상이 이 지경일 수 있겠느냐고 버럭 화를 내고 끊어 버렸다 그는 가고, 내가 뱉었던 말은 남아 가시처럼 자주 목에 걸리곤 했다 못나게도, 그가 그리운 날이 많았다 아무래도 올봄에는 소주 한 병 들고 찾아가 다시 말을 전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진실은 있으며 진실한 사람도 있다고, 그날 그렇게 말을 해 미안하다고 늦었지만 용서하라고.

글과그림 100호 (201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