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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의 고뇌 雨蓮 송영욱 이모가 부른다 숙제 하라나보다. 무슨 숙제가 그리 많은지…… 국어 책 2쪽을 10번 쓰라는 무지막지한 양이다 무조건 2쪽을 10번 쓰는 것은 지루하기도 하고 손도 아파 무지 싫다 막내 이모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나는 일학년에 입학 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학교생활이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슴에 흰 수건과 이름표를 달고 입학한 첫날부터 어려운 일이 수도 없다 교실은 커다란 포플러 나무가 대여섯 그루 서있는 볕이 잘 들고 교실 창으로 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약간 비탈진 곳이다 목조 건물 교실 바닥은 길 다란 송판이 깔려 있어 걸을 때마다 삐걱댔다
집 안채 윗방에 우리 담임선생님이 기거 했다 올해 첫 발령을 받아 오셨다고 했다. 그 옆방에는 양호 선생님이 계셨다. 두 분이 친구시란다. 십리 되는 학교 가는 길은 두 분 선생님과 손잡고 걸어갔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가끔은 엄마와 다른 선생님 향수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 나는 한동안 머릿속이 텅 비어 정신이 없다. 엄마는 스타킹을 신지 않으셨다 뱀이 벗어 놓은 허물 같은 것이 참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때로는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학교서 돌아오신 선생님이 다리가 아프다고 주물러 달라신다 선생님이 누운 옆에 무릎 꿇고 앉아 다리를 주물렀다 화끈거리는 얼굴 손끝마다 전해져오는 짜릿한 아찔함 마구 뛰어다니는 심장…… 그 일이 있은 후 여덟 살부터 작은 남자의 긴 고뇌가 시작되었다
<빗소리를 찻잔에 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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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번쯤은 내게도 지나간듯한 그 느낌이,,,,
그렇습니다. 인생 여정은 다 비슷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