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인의 문예지 바구리봉(제42호)
벼르고 벼르던 일이 시작되었네요.
맘은 있어도 여유가 없다 보니 못 하고 박남준시인의 책까지 끌어다가 대충 진열만 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전시관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당깨요.
마땅히 예산을 챙겨 올 형편이 안 되다 보니 어려운 형편에서도 면장님이 앞장서서 추진을 하시고 여러분들의 봉사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그래서 앞으로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일단은 벽체 개선작업이 이틀동안 진행되었고 마무리만 조금 남아 있네요,
그 위에 도색 작업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자는 모르겠는데 확실한 것은 <진상인의 문예지 바구리봉>의 상설전시장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30대에 천둥벌거숭이로 겁없이 만들었던 작은 문예지가 그나마 말년에 웃음거리를 만들어 주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합니다.
덕분에 비워 두었던 공간도 아이들이 좋아라 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활용하게 되어서 농부네텃밭도서관이 여러모로 새로운 변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 만들고 제대로 공개를 해야겠지만 입이 근질거려서 천기를 누설하고 있는데 행여라도 부정타는 일이 생기면 안 되것지다 이~! ^^
사는 것이 좋아 산다네 ?!(원본)
새복 일찍이 이불 속에서 잠이 깨먼
오늘도 살아 있다는 거이
참말로 고마운 생각이 들어
찌푸둥허니 눈 가에 붙어 있는 잠을
억지로라도 떼내고 일어나
새 날을 맞는다.
드러누서 쉴 오두막이라도 있다는 거는
기분 좋은 일이고
내 몸뗑이로 헐 일이 있다는 거는
심을 내게 허는 일이고
서로 의지허고 사는 건석이 있다는 거는
참말로 오지고 넉넉헌 일이다.
아무리 삼동 날씨가 춥고 맵아도
춘삼월은 오기 마련이고
삼복 더우가 아무리 디리 쌂아도
오진 가실이 지다리고 있응깨
쪼꾸라 앉아서 지다리지만 않는다먼
몬 살 건덕지가 없다.
아침에 나서 저녁이먼 죽는 하리살이도
불 앞에 모이서 춤을 치고,
한 여름에 쬐까니 살다 가는 매미도
몇 년을 거름 구덕에서 전디고 사는디
요절 안허고 살아 있다는 것만 해도
참말로 오지고 아짐찮은 일이다.
세상에 무작헌 놈이 하도 많아서
맨날 쌈질만 허고 살아도
살았응깨 싸우는 거이고
세상 천지 서러븐 일은 혼자 다 당해
하수 평생 눈물만 질질 짜고 살아도
살았응깨 눈물도 짜는 것이다.
미운 놈 떡하나 더 주다 보먼
없던 정도 생기는 거고
아무리 서럽고 짠한 일이 쌨고 쌨어도
지내 놓고 나먼 엔간찮아 웃음도 나는디
부모 때리 직인 웬수가 아닌 담에야
낯바닥 불키고 살 거이 없다.
아직에 해 뜨먼 해 뜽깨 반갑고
저녁에 달 뜨먼 달 뜽깨 반갑고
비가 오먼 비 옹깨 반갑고
꽃피먼 꽃이라서 더 반갑고
친구들 찾아오먼 무장무장 더 반갑고
살아있응깨 오만 거이 다 오지고 반갑다.
(1996년 3월)
사는 것이 좋아 산다네 ?!(해설판)
새벽 일찍 이불 속에서 잠이 깨면
오늘도 살아 있다는 것이
참말로 고마운 생각이 들어
찌뿌둥하게 눈가에 붙어 있는 잠을
억지로라도 떼 내고 일어나
새날을 맞는다.
드러누워서 쉴 오두막이라도 있다는 거는
기분 좋은 일이고
내 몸뚱이로 할 일이 있다는 거는
힘을 내게 하는 일이고
서로 의지하고 사는 식구가 있다는 거는
참말로 오지고 넉넉한 일이다.
아무리 겨울 날씨가 춥고 매워도
춘삼월은 오기 마련이고
삼복더위가 아무리 들이대고 삶아도
오진 가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쪼그리고 앉아서 기다리지만 않는다면
못 살 이유가 없다.
아침에 나서 저녁이면 죽는 하루살이도
불 앞에 모여서 춤을 추고,
한여름에 잠시 살다 가는 매미도
몇 년을 거름 구덩이에서 견디고 사는데
요절 안 하고 살아 있다는 것만 해도
참말로 오지고 고마운 일이다.
세상에 독한 놈이 워낙 많아서
매일 쌈질만 하고 살아도
살았으니까 싸우는 것이고
세상천지 서러운 일은 혼자 다 당해
평생을 눈물만 질질 짜고 살아도
살았으니까 눈물도 짜는 것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는 것이고
아무리 서럽고 짠한 일이 많고 많아도
지나고 나면 엔간찮아 웃음도 나는데
부모 때려죽인 원수가 아닌 담에야
낯바닥 붉히고 살 것이 없다.
아침에 해 뜨면 해 뜨니까 반갑고
저녁에 달뜨면 달뜨니까 반갑고
비가 오면 비 오니까 반갑고
꽃피면 꽃이라서 더 반갑고
친구들 찾아오면 더욱더 반갑고
살아 있으니까 모든 것이 다 오지고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