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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사범대학 신임교수님 인터뷰
- 수학교육과 송종백 교수님 -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석류알 소식지
2023.4월호
기자 안소민
안녕하세요 사범대 학우 여러분. 어느덧 3월이 지나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이 되었습니다. 지난 2월 교수님들의 퇴임식이 이어진 이후 사범대는 새로운 교수님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3월부로 사범대 수학교육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주고 계신 송종백 신임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교수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 카이스트에서 특이점이 있는 토릭 대수다양체의 코호몰로지 이론과 관련된 주제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카이스트 자연과학연구소 연수연구원, 고등과학원 수학부 Research Fellow, 그리고 고등과학원 수학 난제 연구센터에서 CMC Fellow로써 연구를 계속해오다가, 올해 2023년 3월부터 부산대학교 수학교육과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부산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2. 교수님의 전공과 더불어 연구 분야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위상수학을 연구합니다. 위상수학은 어떤 수학적 대상의 “모양”을 연구하고, 두 대상이 서로 “위상적으로 같은 모양”인지 아닌지 분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에서 “모양”이 무엇을 말하는지, “위상적으로 같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하려면 아무래도 인터뷰가 끝날 것 같지 않고요,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어떤 대상 A를 자르거나 붙이지 않고 늘리거나 줄여서 다른 모양 B로 변형할 수 있을 때 A와 B는 위상적으로 같은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여러 가지 위상 수학적 분류의 한 가지 예가 됩니다. 우리가 수학 대중 강연이나 교양서적에서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법한 커피 컵을 도넛으로 바꾸는 과정을 상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커피 컵과 도넛의 담론은 위상수학의 본질적인 성질을 잘 설명해주는 좋은 예제임에 틀림이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둘 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위상적으로 같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특별한 수학적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실제 우리가 수학에서 다루는 대상은 대부분 3차원 안에서 구현할 수 없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입니다. 따라서, 자르거나 붙인다는, 혹은 연결되어 있는지 서로 끊어져 있는지와 같은 어떤 모양을 묘사하는 일상적인 개념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매우 추상적인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커피 컵과 도넛의 이야기를 듣고 뭔가 재밌는 것을 배우는 줄 알고 수강 신청을 하는 많은 학생이 위상수학의 첫 번째 강의에서 “위상”의 정의를 보고 큰 충격을 받기도 하죠.
사실 위상수학에서는 어떤 두 대상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기 보다는 서로 “다르다”를 먼저 확인하곤 합니다. 어떤 두 대상이 위상적으로 같다면 변하지 않아야 하는 성질들이 있을 텐데요, 예를 들면 어떤 대상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넓이나 부피 등은 변해도 괜찮지만, 자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연결성” 여부는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성질들을 “위상적 불변량”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두어진 두 대상이 위상적으로 같은지를 확인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매우 어렵지만, 위상적 불변량을 활용하면 두 대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같은지 확인하는 것 보다는 비교적 덜 어렵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주어진 두 대상 A와 B의 여러 가지 위상적 불변량들을 계산하여 만일 하나라도 서로 다른 위상 불변량이 관찰된다면 A와 B는 서로 위상적으로 “다르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죠.
위상수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수학 문제 중에 가장 유명한 문제는 아마 푸앵카레 추측 (Poincare conjecture)일 텐데요, 위상 불변량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쉽게 해석해 보면 단순 연결 되어 있는 닫힌 3차원 다양체가 3차원 구와 위상적으로 같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본군“이라는 위상불변량 하나만 관찰해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연구 역시 큰 틀에서는 “코호몰로지”라 불리는 위상 불변량을 통해서 “토릭 대수다양체”라 불리는 대칭성이 좋은 위상공간을 분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그중에 한 분야인 위상적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이론적 연구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수학적 이론의 큰 철학도 “퍼시스턴트 모듈”이라는 불변량을 통해서 주어진 데이터의 위상적 정보를 읽어내고 서로 다른 두 데이터가 “위상적으로” 어느 정도 유사한 정보를 가졌는지 측정하는 이론입니다.
3.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은 무엇이고, 향후 예비교원들이 수학교과를 가르치면서 가지길 바라는 태도나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수학을 오랫동안 공부하다 보니 대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학이라는 학문의 여러 가지 매력 중에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과학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이든, 그리고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현상이든, 그것을 엄밀하게 설명할 수 있으며,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가치 중립적인, 그리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옳고 그름이 뒤바뀔 수 없는 언어. 멋지지 않나요?
예비 교원들이 미래에, 교단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꼭 잊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수학교육을 통해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혹은 대학이나 사회로 진출할 학생들에게 어떤 점을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일까요? 물론 다양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 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정작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주어진 문제를 잘 풀어내는 사람보다는 어떤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잘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나 문제집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제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죠. 공식을 알고, 패턴을 파악하고, 약간의 계산을 하면 누구나 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의 문제들은 어떤가요? 그것이 학문의 영역이든, 경제·사회적 영역이든, 복잡한 현상들만 있을 뿐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또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학문적으로 가치 있는 발견을 하거나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는 늘 주어진 현상을 좋은 문제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훈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과목이 수학이라고 믿습니다.
정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을 찾도록 도와주세요. 수업 시간에 공식을 외우고 하고, 패턴을 가르쳐주며 많은 문제를 풀게 하기보다는, 어떤 단원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이론적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조건 때문에 그런 정리나 공식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여기에서 더 좋은 명제를 만들 수는 없는지 초점을 맞추어서 수업해 주기를 바랍니다. 공식 자체나 문제에서 등장하는 패턴 자체가 중·고등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직접적으로 쓰이는 일은 드물겠지만, 공식과 패턴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해결하고자 하는 현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가는 훈련을 하다 보면, 훗날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 학생들이 다양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바꿀 수 있는, 그래서 좋은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4. 신임교수님으로서 한 학기를 보내시고 계신데, 이번 학기에 맡으신 강의 중 주력 강의를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현재 1학년 미적분학, 3학년 거리공간론 그리고 교육대학원 위상수학 특론을 강의하고 있는데요, 사실 세 과목 모두 각각의 교육 단계에서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에 똑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고요, 굳이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를 주력이라고 소개하면, 나머지 두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이 서운해할 수 있으니, 각각의 과목을 간단하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학년 미적분학 과목은 1 변수 함수의 미적분학을 공부하는 과목입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함수의 극한
, 즉 “x가 a가로 가까이 감에 따라 f(x)는 L로 가까이 간다.”는 개념을 수학적으로 좀 더 엄밀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과목입니다. 고등학교 때, 주어진 함수의극한을 “계산하는”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면, 이 과목은 함수의 극한 “증명하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계산”에서 “증명”으로 바뀌는 이 과정이 다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4년 동안 수학을 배우는 가장 첫 단추인 만큼 매우 중요한 과목입니다. 그래서 신입생들에게 대학 수학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3학년 위상수학 과목은 제 전공 분야이기도 해서 매우 애착이 가는 과목입니다. 제가 학부 때 위상수학 교재(Topology - J. Munkres)를 처음 봤을 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데요, 아무리 페이지를 넘겨봐도 익숙한 수식은 나오지 않고, 심지어 +, - 와 같은 사칙연산 기호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온통 영어로만 가득 찬 이 교재가 과연 수학책인지, 영어 문학책인지 알 수 없어서, 혹시 언젠가 영어 과외를 하게 되면 이 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한줄 한줄 읽어가며 조금씩 충격에서 벗어나고, 이 과목의 철학을 이해하게 되면서 점점 재미있어지고,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 학생들에게 그 과정을 잘 전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육대학원 과목인 위상수학 특론에서는 앞서 연구 분야 소개에서 언급한 “기본군”과 “호몰로지” 등의 기초적인 위상 불변량들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푸앵카레 추측이 수학 전반에서 중요한 문제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사실 학부 위상수학만을 마치고는 문제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러나 학부 위상수학에서 딱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과목을 통해 배우는 여러 내용은 실제로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등장하는 기하·위상 내용에 대한 여러 가지 활동지나 교구 활용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교단에 서게 될 예비 수학 선생님들에게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그럼 앞으로 학부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등산을 하다 보면 중간중간 경치를 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중간에 잠시 쉬며 간식도 먹고, 경치를 내려다보는 것도 등산의 큰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내려다보면 그동안 지나온 길도 보이고, 길을 지나오는 동안 보지 못했던 산의 다른 모습들도 볼 수 있지요. 조금 더 올라가서 또 다른 전망대에 도착해보면 좀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올라가면 전망대에서는 보지 못했던 산 전체의 모습과 함께 그 산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함께 볼 수 있지요.
저는 공부를 하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기를 마치고 또는 학년을 마치고 나면 그동안 배운 과정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정신없이 수업을 듣고, 과제를 내고,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보면 달리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더 높은 곳에서는 또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될 것 같지 않나요?
여러분은 어떤 산을 오르고 계신가요? 그 산이 무엇이든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아주 멀고 험난할 거에요. 그리고 아마 그 산은 끝없이 오르는 길만 있을 뿐 정상이 없을지도 몰라요. 지금 지나고 있는 길이 험하고, 잡초와 나무들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좌절하지 마시고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잠깐 쉬며 경치를 볼 수 있는, 그리고 그 험난했던 길을 웃으며 내려다볼 수 있는 지점이 반드시 옵니다. 그렇게 잠시 쉬고 또 다음 전망대를 향해서, 그리고 정상을 향해서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6. 마지막으로 부산대학교 사범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chatGPT가 우리 삶을 많이 바꿀 것이라 말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chatGPT가 생산하는 많은 정보는 매우 그럴듯하지만, 조금만 전문적인 수준으로 올라가도 정확하지 않은 많은 말들을 생성해내고는 합니다. 그것이 진짜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못한 채 그대로 믿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 입력된 정보들을 chatGPT는 다시 학습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부정확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미래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주어진 정보의 옳고 그름을 알려줄 수 있는 진짜 전문가 현재보다 더더욱 주목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합니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의 다양한 과목을 학습하는 동안 꾸준히 훈련되어야 하며, 그렇게 교육받은 사람이 진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육자가 되어 교단에 서게 될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부산대학교 사범대학의 문을 처음 두드렸던 그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송종백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은 어떠셨나요? 학창시절 수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던 저에게는 수학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요 이번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상수학’이란 새로운 학문을 알게 되고, 수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사회의 변화 속에서도 교육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범대 학우 여러분 모두가 자신만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호를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