汉学研究中心의 초청을 받아 ‘제3회 탕 프라이즈 수상자 강연(第三届唐奖得奖人演讲)’을 들으러 갔다. 탕 프라이즈는 타이완에서 주관하는, 중국어권 노벨상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법치, 생기의약, 영속발전, 한학(汉学)의 네 분야로 나누어 2년마다 각계의 추천을 받아 심사 선정한다. 나도 두 차례 추천 의뢰를 받았지만 귀차니즘으로 인해 제대로 추천하지는 않았었다.
2018년 제3회 한학분야에서는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오언(Stephen
Owen. 중문학)과 시바 요시노부(斯波義信. 중국사회경제사) 2인이 공동 수상했다. 강연은 하버드대 데이비드 왕(王德威)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오언 교수의 강연은 제목이 특이했다. ‘문학 내면의 의미: 흉중지죽과 복중지죽 (文學裡面的意義:胸中之竹與腹中之竹)’은, 송대 소동파(苏东坡)의 成竹于胸을 화두로 삼아, ‘가슴 속의 죽’과 ‘배속의 죽’으로 나누어 문학 내면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물론 여기서 ‘죽’은 문학 예술을 가리킨다. 그의 얘기는 결국 문학의 기능을 ‘문학을 위한 문학’과 ‘생활을 위한 문학’으로 나눈 것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발상이지만,언어유희적 성격이 짙어 수상자 강연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참고로 레이 초우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에서, 현대 중국의 작가들이 자국의 국민적 문화유산을 희생시키면서 피해자로서의 경험을 상품화하는 ‘번역’을 하고 있다고 하며 베이다오의 시를 비평한 스티브 오언의 태도를, 미국의 여러 학자가 1980년대의 자유화된 중국에 대해 표명한 경멸감을 대표하는 것이라 비판한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다. 지금 레이 초우의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두 사람이 동일인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시바 교수의 강연 제목은 ‘중국사에서 상인의 사회적 지위(中國史上商人的社會地位)’로, 9-13세기 당송 변혁에 초점을 맞춰 사회변혁과 상인의 사회적 지위를 고찰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상인의 지위를 고찰하기 위해 사민(四民)설을 [관자(管子)]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고찰하는 통에 정작 주제에 들어가기 전 고속철 시간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어 끝까지 경청하지는 못했다. 미야자키(宮崎市定) 등 주로 일본의 중국사 연구사를 개괄하면서 송대 변혁과 상인의 지위를 관련짓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해 유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