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류씨의 자랑 “구월산 별곡”
선친부터 14대조까지 모든 선조의 산소는 모두 고향인 부여군 세도면에 있으나 11대조 후준(後俊) 할아버지의 산소만 전북 부안에 있어서 성묘나 시향에 참석하지 못하였다가 이번에 부여 세도에서 종중일을 보고 계시는 형님의 권유로 같이 참석하게 되었다. 어깨너머로 지리 공부를 조금 하였는데 할아버지의 산소는 정말 여러모로 좋은 명당이라고 생각되었으며, 시향에 참석하신 많은 종원들을 보고 할아버님의 음덕으로 후손이 번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사를 올리면서 재실에 펼쳐있는 병풍을 보고 무언지 모르게 자꾸 눈이 이끌려서 읽어보니 ‘구월산 별곡’이란 경기체가였다. 사실 학교에서 경기체가라는 말을 들어보았지만 이때 처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 구월산 별곡은 우리 문화 류씨 집안을 찬양하는 노래였다.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경기체가 중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 구월산 별곡의 내력은 세종임금 시절에 대승공의 13세이신 良度公 柳穎(양도공 유영)께서 우리 집안의 大譜(대보, 족보를 말하며, 이 족보의 이름이 永樂譜(영락보)인데, 문헌상 가장 오래된 족보이지만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를 편수하시고, 당시 청백리로 이름이 높은 공의 숙부이신 영의정 정숙공 廷顯(정현)께서 세종임금께 주청하여 문화류씨 족보에 축하의 글을 하사하시게 되었는데, 세종임금께서 양도공에게 대신 창제하게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작성된 것이 구월산 별곡이다. 우리 가문을 빛내는 훌륭한 작품이니 후손된 우리가 자주 읽고 외우고 마음에 새겨서 행하여야 할 것이 마땅하기에 여기에 올려 둔다.
제1장
九月山 三支江 儒州勝地
後梁末 前朝初 柳氏起家
文簡文正貞愼章敬 代代封公
爲積善流芳 景긔엇더하니잇고
繼志述事 無忝祖風 再唱
爲 몃부니시니잇가
2장
父兮生 母兮育 子孫甡甡
出必告 反必面 綵舞蹁蹮
承順顔色 昏定晨省 永言思孝
爲 餘慶無窮 景긔엇더하니잇고
欲報之德 昊天罔極 再唱
爲 어느자내갑사오리잇고
3장
式相好 無相猶 兄弟眞情
摠和同 無爭訟 先祖遺風
佩服不忘 終身誦之 益篤其情
爲 親睦九族 景귀엇더하니잇고
宜兄宜弟 天倫樂事 再唱
爲䦧于墻 나는마로리라
4장
採於山 釣於水 可以療飢
行無牽 止無泥 惟適所安
用行舍藏 安貧樂道 踽踽洋洋
爲 藏器待時 景긔엇더하니잇고
思君不忘 一片丹心 再唱
爲 하느리아밋아르시리이다
현대어 풀이
1장
檀君(단군)께서 神(신)으로 화하여 들어간 九月山(구월산)과 도도히 흐르는 三支江(삼지강)은 儒州(유주)의 경치 좋고 이름난 곳. 중국의 後粱末(후량말)과 고려 건국초에 柳氏(류씨)가 이곳에다 가문을 일으키니, 文簡公 柳公權(문간공 류공권)을 위시하여, 文正公 柳璥(문정공 류경), 貞愼公 柳陞(정신공 류승), 章景公 柳墩(장경공 류돈)이 대대로 封公(봉공)되었도다.
아! 선행을 쌓는 집안은 자손대대로 慶福(경복)이 있어, 그 이름을 후대에 전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父祖(부조)의 뜻을 계승하고 業(업)을 잘 발전시키는 일이, 父祖(부조)가 떨쳐 일으킨 가풍을 욕됨이 없게 하느니, 아! 날까지 보태어 몇 분이나 됩니까?
2장
아버지는 낳으시고, 어머니는 기르시니, 자손들이 떼지어 뛰어놀고 있도다. 아들된 자는 나갈 때는 반드시 나간다고 아뢰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부모에게 얼굴을 보이며, 綵衣(채의)를 입고 너풀너풀 춤추도다. 웃어른 말씀 좇아 얼굴 빛을 온화하게 하고, 저녁에는 부모의 잠자리를 보아 드리며, 새벽에는 문안드려 길이길이 효를 다하느니라.
아! 이렇게 함이 나 일신만 아니라, 자손에까지 미치어 넘치는 慶福(경복)스런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부모님의 은덕 갚고자하나 그 은혜가 하늘처럼 무궁하여 갚을 바 모르겠도다. 아! 어느 잔으로 갚을 수 있겠습니까?
3장
형제란 서로 아끼고 화목하며, 미워하고 시기함이 없는 형제가 참된 정을 가졌도다. 형제는 사이가 벌어졌다가 다시 화합하여지고, 송사로 다투는 일이 없으니, 선조들께 글로 써서 남긴 것이로다. 이렇게 화목하고 화합한 형제의 정은, 마음 속에 붙박혀 잊혀짐이 없이 평생을 읊조리느니, 형제들이 모여 즐거운 놀이를 벌이도다.
아! 九族(구족)이 친목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형이여! 아우여! 형이 먼저고 아우가 뒤임은 하늘이 정해준 倫次(윤차)이어니와, 형제간의 즐거움이여. 아! 형제가 울안에서 싸우는 일 나는 모르겠도다.
4장
군자는 산에서 나물 캐고 물에서 고기 낚시질하므로 시장기를 면할 수만 있으면, 군자는 가더라도 아무 끌릴 바 없고, 멈추어도 아무 걸리는 바 없으므로, 오직 마음 편한대로 좇아 산다네. 군자는 세상 사람들이 날 알아 써 주면 내 뜻을 실천하고, 세상 사람들이 날 버리면 깊숙히 숨어 몹시 곤궁하게 살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天道(천도)를 지키므로 고독하고, 냉정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그 떳떳함이여.
아! 군자가 器物(기물)을 몸에 갈무리하고 때를 기다려 움직이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군자로서 임금님을 생각하고, 잊지 않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일편단심을 아! 하늘이야말로 미처 알 것입니다.
각 장별로 핵심적인 한 구절씩 뽑아서 이해를 돕고자 한다
積善流芳 餘慶無窮
親睦九族 藏器待時
적선하는 집안의 꽃다운 이름이 백세에 전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집안 경사 끝없이 이어지네
형제간에 우애하고 친목함이 온 누리에 퍼지고
일을 함에 도구를 갖추고 때를 기다려 행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