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나키스트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
창립선언문
한국 아나키즘은 빛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한국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와 동지들은 일제강점기 때는 반제국주의 독립투쟁을 가장 치열하게 전개했고, 해방 후에는 민주사회 건설을 위한 투쟁에 헌신했다. 오늘 우리는 해방 70주년을 앞두고 이러한 한국 아나키스트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자유․평등․상호부조의 아나키즘 실천 사상을 기리기 위하여 ‘한국아나키스트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를 발족한다.
한국 아나키스트들은 일제강점기 때는 강렬한 민족주의적 열정에서 일제를 이 땅에서 몰아내고 자유와 독립을 스스로 쟁취하기 위하여 치열한 독립투쟁을 전개하였다. 우리 아나키스트 선열들의 항일 혁명 투쟁은 곧 민중의 ‘빼앗긴 생존적 자유를 되찾기 위한 탈환’ 운동이었으며 탈환 후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대한 이상과 방략을 고취하는 운동이었다.
우리 아나키스트 항일운동은 다른 운동 세력과 달리 타력 의존적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시종일관 직접투쟁의 의열 노선을 견지했으며, 중앙집권적 사이비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경계했으며, 민중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연합의 전선을 구축했다. 우리 아나키스트 선열들은 한편으로는 순수한 혁명적 좌익 민족주의자와 협동 전선을 펼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압박 식민지 상태에 있던 같은 처지의 이웃나라 동지들과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맺어 반강권, 반자본주의 전선을 전 동아시아로 확대시키며 끊임없이 투쟁했다. 이러한 투쟁 가운데 수많은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들이 혹은 적의 총검에 혹은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졌고, 혹은 악독한 철창 속에서 원혼이 되거나 모진 고문으로 희생되기도 하였다.
한국 아나키스트들은 해방 후에는 민중이 주인이 되는 자유 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민중 속으로 뛰어들었다. 남북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남과 북이 대결로 치닫던 시기에 우리 아나키스트 동지들은 한편으로는 저항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민중의 생활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 민도를 높이고 조직화함으로써 강권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새 나라의 터전을 닦는 길로 들어섰다.
이를 위해 우리 아나키스트 동지들은 한편으로는 교육계에 뛰어들어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헌신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을 계몽하는 사회문화운동에 뛰어들어 민중의 의식을 깨우치고 생활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았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학생들과 연대하여 농민 등 일반 대중을 상대로 ‘자주 협동의 사회적 태세’를 갖추기 위한 직접민주주의 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우리의 실천 운동은 기나긴 분단 시대와 군사 독재정권하에서도 불사조처럼 살아남은 풀뿌리 민중과 온갖 역경을 함께하며 함께 일어섬으로써 1960년 4.19혁명,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 그리고 21세기 시민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한국 아나키스트들은 지난 세기에 민중의 최전선에서 한국 사회를 독립, 자주, 자유, 평등, 민주, 해방의 사회로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였다. 따라서 우리 한국 아나키스트의 후손과 후학들은 지금까지 연면히 내려오고 있는 이러한 한국 아나키스트들의 정신과 투쟁을 이어받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개별적 혹은 부분적으로는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와 동지들을 기리는 추모 사업이 있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선열들의 공적이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우리는 ‘한국아나키스트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를 창립하여, 우리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와 동지들이 남긴 행적과 사상을 종합적으로 재조명하고 선양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 기념사업회는 아나키스트 독립운동을 학술적으로 조명하고, 국내 및 세계의 아나키스트 단체와 교류․연대하며, 나아가 아나키즘 문헌 센터 및 아나키스트 기념관 건립과 교육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한국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와 아나키스트 동지들의 뜻과 정신을 기리는 실천을 시작하고자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한계 상황에 처하면서 자유연합, 상호부조, 공동체, 자치, 직접행동의 아나키스트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현실적인 흐름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우리 ‘한국아나키스트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는 한국 아나키스트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아나키즘 실천 사상을 선양함으로써 한국에 아나키스트 사회를 앞당기는 데 그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 뜻과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자.
2014년 8월 12일
한국아나키스트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 창립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