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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00(서울대 사회계열 현재 4학년 재학, 당사자의 요청으로 익명처리)
많이 부족했던 제가 수기를 써도 될지 계속 고민했지만, 저 또한 처음 행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합격 수기를 읽으면서 도움을 받아갔던 기억이 나 다른 분께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글을 남깁니다. 이미 공부를 하신 분들은 다 아시는 내용일 것 같아 부끄럽지만, 처음 시작해서 모든 것이 새롭고 혼란스러운 초시생 분들께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수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1. PSAT 준비
저는 인강을 많이 듣기보다는 문제풀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연습으로 올릴 수 있다는 자료해석은 많은 양을 풀어봄으로써 빠르게 계산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1차 준비기간에는 매일 일정량씩 연산연습 문제(자료해석 비타민)를 푸는 것도 병행했습니다. 인강에서 배운 스킬들이 문제를 풀 때는 기억이 나지 않거나, 오히려 헷갈리기에 차선책으로 택한 방법이었습니다. 언어논리의 경우 논리학 인강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김우진 강사님의 논리학 특강을 듣고 그 교재를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단기 특강만 들어도, 본인이 특강을 들은 이후 연습만 꾸준히 한다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언어라는 과목의 특성상 사설 모의고사를 풀어봄으로 인해 오히려 문제풀이 감을 잃을까 두려워 기출문제만 꾸준히 돌렸습니다. 상황판단은 가장 약해서 인강도 많이 들었지만, 큰 효용이 없었고 오히려 점수가 더 떨어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1차 기간만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퀴즈, 퍼즐문제를 푸는 것이 감 잡기에는 더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주위에 인강으로 점수가 크게 올랐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상판은 개개인의 편차가 큰 과목인 것 같습니다.
2013년에 1차를 처음 치고 아슬아슬하게 통과하여, 조홍주 강사님께 상담을 받고 들은 조언이 점수가 잘 나오는 주력과목에 집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잘하는 과목은 이미 감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득점을 거둘 수 있기에, 가장 약한 과목이 그 다음으로 보충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듣고 의아해 했지만, 2014년에 주력과목인 언어논리덕분에 붙은 것을 보면 참고할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2. 2차 준비
1) 경제학
예비순환부터 4순환까지 김진욱 강사님의 수업을 계속 따라갔습니다. 경제학은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과목이었는데 김진욱 강사님의 수업을 들으니 많이 명쾌해졌습니다. 저 같은 비전공자분들은 학점이 필요한 것이 아닌 이상 굳이 학교 수업을 찾아듣기보다는 예비순환 인강을 한 번이라도 더 듣는 게 낫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경제학은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따라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습득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교과서를 여러 번 정독해도 개념이 헷갈려서 고생했는데,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찾아보다보니 더 명확하게 이해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모범답안들을 보며 경제학 답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모범답안을 줘도 대충 보고 버렸는데, 옮겨 적어가며 어떻게 틀이 잡히는지 알게 되었고, 진작에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는 개념을 정리하고 외운답시고 교과서를 통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서너 번을 반복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어서 진작 문제풀이를 시작하지 않은 것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문제풀이의 경우 저는 윤지훈 강사님의 미/거시경제학 마인드와 연습문제를 풀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경제학이 너무 힘든 분들은 윤지훈 강사님의 수업으로 시작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시작한다면 윤지훈 강사님의 200제 -> 황종휴 강사님의 연습책들 -> 김진욱 강사님의 600제 순으로 풀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황종휴 연습책을 푼다고 고생한 시간보다 윤지훈 200제를 두 번 돌린 시간에 더 확실히 경제학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2) 행정법
저는 암기를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행정법이 가장 취약한 과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올바른 공부방법을 찾고 나서는 1년 만에 사실상 0점에서 45점으로 올라갔을 정도로 변화가 컸던 과목이기도 합니다. 예비순환을 듣고 행정법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13년 시험에서 0.33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받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암기를 했는데 행정법의 전체적인 틀에 대한 이해 없이 외우기만 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예비순환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갓 시작한 사람과 아무 차이 없는 터무니없는 점수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고,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조홍주 강사님 수업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초시생으로서 마이너 강사분 수업을 듣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주변에서 극구 말렸지만, 행정법의 전체적인 구조에서부터 세부적인 암기로 들어가는 선생님의 스타일 덕분에 행정법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결국 끝까지 따라갔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타 강사의 예비순환을 들은 이후 체계가 잡히지 않아 무척 괴로웠는데, 특강을 듣고 그야말로 눈이 뜨이는 느낌이어서, 소수 강사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고 조홍주 강사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학습 스타일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큰 틀과 논리구조를 이해해야 세부 내용을 암기할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행정법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그리기와 세부적인 설명을 함께하는 조홍주 선생님의 스타일과 잘 맞았습니다. 2,3순환 시기에는 강사님과의 과외로 진행했고, 특히 이것이 행정법 왕초보였던 제가 과락을 면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저의 학습 수준에 맞게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1:1로 진행되었기에 행정법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고, 더 중요하게는 답안지를 매번 첨삭 받을 수 있고, '행정법 답안'의 논리 구성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배워서 답안지를 무난히 쓸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과외를 통해 개인적으로 답안지 쓰고 첨삭 받는 외에는 3순환 기간 동안 스터디에서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며 아쉬운 점은 모의고사 연습을 더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정규 강의가 아닌 과외로 행정법을 배웠기에 시간을 들여 논리적 완결성을 가지는 답안을 쓰는 데는 익숙해졌지만 시간 압박 하에서 좀 허술하더라도 일단 답안을 완성시키는 연습이 덜 되었었습니다. 이 때문에 시험장에서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 문제는 줄글로 대충 날림으로 쓰고 나왔는데, 그마저도 스터디에서 시간 맞춰 푸는 연습을 하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못했을 것 같습니다.
3) 행정학, 정책학
행정학은 장재호 강사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 분 또한 소수강사여서 부담이 컸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예비순환 때 소위 대세강사님의 수업을 들었지만 행정학이 뜬구름 잡는 과목처럼만 느껴져서 결국 시험장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장재호 선생님 수업으로 옮기면서 행정학의 현실밀착성을 실감하게 되어서 행정학에 보다 흥미를 붙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암기보다는 이해를 강조하셨고, 세세한 내용을 살펴보기보다는 답안지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굵직굵직한 내용과 흐름 위주로 짚어주셔서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강사 분들이 가르치시는 디테일한 개념들을 몰라 스터디에서 불안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논문 과목이니만큼 글쓰기를 강조하는 선생님의 수업 방식을 신뢰하고 따라갔습니다. 단순히 교과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사례와 좋은 논문들을 병행하는 수업 덕분에 행정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수강 인원이 많지 않은 만큼 선생님께서 모의고사 외에도 따로 과제를 내 주시는 등 학생들의 답안 지도에 신경을 써주셔서 그 덕분에 단시간에 답안 쓰는 실력이 늘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글을 무척 잘 쓰시기에 선생님의 모범답안을 반복적으로 읽고 분석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정책학은 예비순환부터 장재호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고, 양이 많았지만 행정학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적은 시간을 투입했음에도 투입 대비 무난한 결과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답안을 쓸 때는 정치학 답안스럽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복적인 연습과 교정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논문과목의 특성상 아는 내용을 글로 옮기는 연습도 똑같이 중요하기에 무엇보다도 많이 써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1순환부터 장재호 선생님의 수업에서 답안쓰기와 첨삭을 받았고, 따로 선생님께 계속 도움을 받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황하게 쓰는 습관을 행정학적 키워드로 압축해서 쓰면서 답안의 가독성이 높아졌습니다. 1,2순환 때는 매주 한 번씩 아무 제약 없이 쓴(시간제한을 두지 않은 오픈 북 방식의) 답안을 제출하면서 답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습을 했고, 이를 위해 기출문제 외에도 행정대학원 입학시험 문제와 논자시 문제도 접하면서 난이도 훈련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가 답안의 논리성이나 완결성을 높이는 시기였다면, 3순환부터는 스터디에 들어가서 매일 50점씩 썼고 이 덕분에 모르는 문제일 지라도 뭐라도 쓰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 쓴 답안들이 기억에 남아서 실질적으로 시험장에서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터디를 구하지 못해 3순환 때 상대적으로 답안 연습이 적었던 정책학이 시험장에 가서 쓰기 힘들었던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4) 정치학
예비순환부터 끝가지 신희섭 강사님의 수업을 들었고, 시험 두 달 전부터 답안 특강도 병행했습니다. 학부 전공이라 타 과목에 비해 시간을 적게 들였고, 초시에서 어쩌다 좋은 점수를 얻어서 안일해졌기에 그만큼 성과가 부족했던 과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희섭 강사님의 수업은 학부 수업으로 비유하자면 정치학 개론으로, 얕고 넓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심도 있는 답안을 쓰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기출 문제를 살펴보니 학부 전공수업 답안을 쓰는 것처럼 깊숙이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고, 오히려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문제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신희섭 강사님의 수업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득점을 노리시는 분이라면 신희섭 강사님의 수업이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고시 정치학의 기본을 공부하는 정도로 수업을 들으실 분이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애초에 정치학에서 아무리 고득점해도 경제학에서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치학은 60점을 목표로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경제학과 행정법에 투자했습니다. 또한 범위가 넓어 어느 분야에서 문제가 나올지 불확실하기에 기초적인 내용이라도 최대한 넓게 커버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치학 또한 논문과목이니만큼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3순환 때 스터디에서 매일 50점씩 쓰는 연습을 했고(위 행정학 부분 참조), 답안지 특강에서 중요한 주제를 한 번 더 다루며 준비했습니다. 14년의 다문화주의 문제의 경우 당황한 나머지 멜팅팟, 샐러드볼 등 기본적인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았지만 답안지 특강에서 썼던 내용은 떠올라 답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주위를 보니 다양한 교양서나 논문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았는데, 저는 전공수업에서 논문을 많이 읽었기도 했지만, 고시 정치학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비해 논문은 너무 세부적이고 깊게 들어가 답안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느껴 시험 준비기간 동안에는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논문을 읽으신다면 새로운 내용을 배운다기보다는 정치학 논문은 이렇게 쓰는구나 정도로 감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 답안들을 읽어보며 느낀 것이 의외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논변, 신문 사설조의 서술, 행정학 답안스러운 답안들이 많고, 글을 아무리 잘 썼더라도 이런 점에서 아쉽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답안지 특강을 통해 구체적인 첨삭을 받거나 논문을 읽어 스타일을 흡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3. 생활
1) 공부시간
초시생 분들이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는 고시를 시작하면서 7to11이 정석이라는 소리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종종 공부시간에 대해 검색해 보았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시간을 끌수록 지치고 집중도가 떨어지는 사람은 오히려 장시간 붙들고 있는 것이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침잠이 많고 집중력이 부족해서 독서실에서 자느니 집에서 늦게 나오는 편을 택했습니다. 또한 단기적으로 공부시간을 늘려도 이를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제가 장기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루 목표시간을 정했습니다. 보통 9시 반쯤 독서실에 도착해 열시쯤 공부를 시작했고, 12시나 12시 반쯤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토요일에는 저녁 수업이 없는 때에는 일찍 끝내고 일요일은 쉬면서 다음 주 공부 체력을 비축했습니다. 또한 먹는 게 낙이니만큼 3순환 빼고는 식사시간도 한 시간씩 꼭 확보해서 공부 외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습니다. 공부하면서 느끼시겠지만, 정석 공부 시간을 지키는 사람보다 못 지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니 시작부터 두려워하며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인간관계, 스트레스 관리, 슬럼프
저는 고시를 시작할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했습니다. 이때는 평소 성향이 혼자 잘 지내는 성격이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점심시간에 식당 아주머니와 얘기하는 게 하루의 유일한 대화인 날들이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로 작용했음을 후에 동기들과 같은 독서실에서 지내면서 느꼈습니다. 동기들과 함께 독서실에서 있을 때는 식사시간을 타인과 조정하고, 식후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뺏기는 등의 불편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함께 고시 생활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고시생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평일에는 고시생 친구들과 식사시간을 함께 보내는 정도로 스트레스를 풀고, 나머지 모든 하고 싶은 일은 주말로 미뤘습니다. 이것이 오히려 한 주에 활력을 부여하는 방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매주를 토요일 밤을 고대하면서 보냈기에 소소하게나마 단조로운 삶에 변화를 주고 한 주를 버틸 동기가 되었습니다. 또 저는 인터넷으로 외부 소식을 체크하지 못하면 무척 불안했기에 시간이 좀 낭비되긴 했지만 매일 식사나 산책시간에 폰을 보면서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패턴을 찾는 것 같습니다. 극단적으로 자신을 억누르면 작심삼일이 되기 쉽고, 그에 따르는 자괴감이 고시생의 불안한 멘탈과 자존감을 더욱 갉아먹기에 오랜 수험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의지가 강하셔서 이런 것들이 필요 없는 분들도 봤지만, 저처럼 쉽게 지치시는 분들이라면 매일 매일 소소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주말은 꼭 쉬어주는 등으로 평소의 공부시간을 버틸 수 있는 동기가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지 않아서 그런지 심각한 슬럼프가 온 적은 없었습니다. 정말 공부하기 싫은 날이 가끔 있기는 했는데, 그런 날은 하루 한 두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일단 독서실에는 가서 앉아있었고, 그 주말에 푹 쉼으로써 월요일에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대다보면 일요일 밤에는 다시 공부할 기력이 났던 것 같습니다.
3) 스터디
의지력이 약한 분들은 스터디를 꼭 시작하라고 권유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혼자 있으면 졸거나 폰을 보게 되어 공부에 지장이 컸습니다. 이 때문에 자율학습 스터디나 문제풀이 스터디 등을 들어가서 강제적으로 공부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답안 스터디도 이 이유에서 시작했는데 덕분에 답안을 많이 쓰게 되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답안을 첨삭 받거나, 좋은 답안을 읽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일단 '많이 쓰게 된다'는 점에서 스터디가 효과적인 공부수단인 것 같습니다.
초시생 분들이면 스터디를 구하는 것 자체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순환 들어서야 스터디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스터디를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부끄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스터디에서 주워듣게 되는 여러 정보, 공부시간의 확보라는 순기능 등을 생각했을 때 더 일찍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을 무척 후회했습니다. 특히 답안작성 스터디의 경우 가서 멍청히 앉아 있는 부끄러움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열심히 공부하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답안 작성이 미숙할 때에는 스터디원 분들께 양해를 구해서 미리 다음날 풀 문제를 정한 후 예습해 오는 식으로 스터디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초시생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신의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작년 3순환을 시작하면서 모의고사에서 단 한 번도 상위 50%에 들어 본 적이 없는, 답안 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제가 합격하리라는 소망은 망상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꾹 참고 버틴 이유는 혹시나, 혹시나 하는 헛된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2013년 경제학 프리미엄 때문에 꿈꾸기 시작한 요행수였는데, 결국 황종휴 연습책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주제에 운 좋게 경제학 문제가 무척 쉽게 나와서 꿈도 꾸지 못할 점수를 받았고, 행정법 모의고사를 한 번도 시간에 맞춰 풀어내지 못해 면과락이라도 소망했지만 말 그대로 면과락 점수로 합격했습니다.
만약 경제학 문제가 조금이라도 어렵게 나왔거나, 선생님이 보고 들어가라고 한 얼마 안 되는 부분 밖에서 나왔더라면, 피곤해서 결석할까 고민했던 답안지 특강을 들어가며 5분 동안 속성으로 읽었던 다문화주의 논문이 아니었더라면, 만약에 제가 그때 초시생이니까 어차피 안 될걸 아니까, 하는 생각에 안주해서 설렁설렁 했더라면, 저는 지금 이 수기를 쓰고 있지 못할 것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짧기에 순간의 선택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를 수 있다는 불안감,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문이라도 닫고 들어가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곧, 백만분의 일의 확률이라도 천운이 따른다면 그 순간순간의 선택이 합격선 안으로 발끝이라도 걸칠 수 있게 할 거라는 몽상이었습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은 수험생을 절망에 빠뜨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만큼 초시생에게는 달콤한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올해가, 내년이, 자신의 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꼭 힘내시고 열심히 하시길 응원합니다. 공부하면서 열심히 해라, 최선을 다하라는 말만큼 공허하고 부질없는 말도 없는 것을 알지만 진심으로 모니터 너머로나마 응원 드리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험생활을 같이 했던 모든 분들, 친구들, 스터디원들,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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