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절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63년여 만에 뒤늦게 모교로부터 졸업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 나주초등학교는 최근 오는 5월 20일 개교기념일에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출신 양금덕(79.광주시 서구 양동)·이유녀(78.광주시 동구 학동)할머니 2명에 대해 ‘명예졸업장’을 수여키로 했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출신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들은 지난 1944년 5월 당시 “일본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일본인 교사와 교장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끌려가, 나고야 미쓰비시 중공업 항공기 제작회사에서 일본이 패망한 1945년 8월 15일까지 하루 10시간의 혹독한 강제노동에 종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6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이들은 이로 인해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것은 물론, 해방된 뒤 귀국 후에도 ‘일본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군 위안부로 오인 받아 말 못할 정신적 피해를 입기까지 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가 강제동원 피해 사실과 관련하여 명예졸업장을 받기는 전국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순종 나주초등학교 교감은 “나라가 힘이 없던 암흑기 시절에 일본인 교사에 속에 강제동원의 아픔을 겪은 모교 출신 할머니들에게 뒤늦게라도 명예졸업장을 드리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라나는 후배 세대들에게도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역사의 산 교훈으로 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뒤늦은 졸업장 수여의 의미를 밝혔다.
63년 만에 졸업식장에 서게 된 양금덕 할머니는 모교로부터의 ‘명예졸업장’ 소식을 듣고 크게 반겼다. 양 할머니는 “63년 동안 잊어버렸는데 살았는데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니 꼭 꿈만 같다”며 “죽기 전에 졸업장 손에 한번 만져보고 것이 평생 소원이었다”고 뒤늦은 감회를 말했다.
양 할머니는 “해방 후에 돌아와서도 미련 때문에 몇 번 혼자서 학교 운동장과 교실을 돌아보기도 했다”며 “졸업장이 없으니 어디 가서도 말도 못하고 살아왔는데, 졸업장을 받는다니 마치 이 나이에 학생이나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양 할머니는 1944년 5월 30일 6학년 재학 중 학급 급장이라는 이유로 1차로 지명돼, 동료 학생 10명, 졸업한 선배 14명 등 24명과 함께 나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여수를 거쳐 일본행에 올랐다.
당시 재학생 신분이었던 양 할머니의 당시 생활기록부에는 ‘정신대 동원 중’이라고 표기돼 있어, 강제동원이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당시 6학년에 다니다 동원된 10명 중, 김향남씨는 1944년 12월 7일 현지에서 지진으로 사망하고 현재 생존이 확인된 사람은 양 할머니 등 2명으로 알려졌다.
양 할머니는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와 일본 내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현재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순천남초등학교(교장 유채중)도 1945년 졸업 직전, 일본인 교사의 권유에 속아 일본 후지코시사에 끌려가 강제노동 피해를 입은 근로정신대 출신 김정주(78. 경기도 거주) 할머니에 대한 ‘명예졸업장’을 수여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현재 국립문서보관서 자료를 확인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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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고야 미쓰비시 군용항공기 공장 기숙사 문전에서 일본인 사감이 조선에서 강제동원된 근로정신대원들에게 훈시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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