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계시는 부처님
부처님은 어디 계실까. 푸른 하늘 넘어 아득히 먼 도솔천(兜率天)에 계실까. 법당의 금동불상 안에 계실까. 세상의 모든 눈물을 모아 삭혀 낸 듯 자비로운 미소(微笑)를 머금으신 석굴암대불속에 계실까. 부처님은 우주 충만하시니까 물론 그런 곳에도 다 계실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곳에 계시는 부처님은 너무 멀리 계셔서 내가 소리쳐 불러도 듣지 못하실 것이다. 그러나 내가 굳이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이미 내 곁에 와 계시는 부처님이 있으니, 그 부처님은 바로 나의 가족(家族)들이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근무할 때 만난 팔순노장의 법천스님은 '가족이야 말로 내 곁에 와 계시는 부처님'임을 누누이 강조 하셨다. 나를 따뜻이 맞이해 주는 아내는 관세음보살님이요, 가정을 꿋꿋이 지켜주는 남편은 대세지보살님이요, 아이들은 천진불이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가족을 잘 봉양하는 것이 불보살님을 잘 봉양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면 나는 물론이고 모든 가족이 복이 넘친다고 하셨다.
가족을 잘 봉양하려면 가족 상호 간에 연민의 정이 있어야한다. 연민의 정이란 허리가 굽고 백발이 성성한 부모님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고, 직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의 지친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해지는 것이며, 어느덧 주름이 진 아내의 모습을 보면 콧잔등이 찡해지는 것이고, 혹한의 날씨에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쫄랑쫄랑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릿해 지는 것이다. 연민)의 정은 곧 비심인 것이다. 이 비심이 있어야 가족 상호간에 끈끈한 정이 생기고 서로 간에 사랑이 샘솟는 것이다.
누구나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행복한 가정을 가꾸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많고, 가정 불화가 일어나면 그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천스님은 "부처님은 자기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가피를 내리시는 것이지, 노력은 하지 않고 기도만 하는 사람에게는 무르팍이 다 벗겨지도록 절을 해도 가피를 내리시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부처님 공양하듯 정성을 다해 공양하는 노력을 기울어야만 비로소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크나큰 복락을 누리게 된다."고 젊은부부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강조하셨다.
어느 시인은 길을 가다가 인파속에 섞여 걸어가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순간 눈물이 핑 돌더란다. 이처럼 가족은 가슴 저미는 사람들이다. 나를 끊임없이 각성시켜 주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어찌 가족을 부처님처럼 공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論說委員 詩人 [出處] 佛敎新聞 第3001號 須彌山頂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