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머(Homer, Homeros)의 실존 여부와 1인이냐 혹은 집단이냐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그는 기원전 8세기경의 고대 그리스 작가이자 시각장애인 음유시인으로서
대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Homer and His Guide(1874)
Oil on canvas, 208.92 × 142.88 cm, William-AdolpheBouguereau(1825–1905)
<일리아드>는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의 전쟁을 그린 대서사시이며
<오딧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오디세우스(율리시즈)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겪은 모험을 그린 대서사시이다.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에 의해
신화와 전설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 역사적 사실로 밝혀진 트로이 전쟁의 시작은
여전히 신화로부터 출발한다.
Heinrich Schliemann(1822-1890)
트로이 유적지도
트로이 유적지
신화에 의하면 테살리아의 프티아 국왕인 펠레우스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결혼하게 된다.
비록 영웅이지만 인간에 불과한 펠레우스가 여신과 결혼하게 된 이유는
여신 테티스가 결혼하면 아버지보다 뛰어난 영웅이 탄생하게 된다는 프로메테우스의 신탁(神託) 때문이었다.
비록 고대의 신화에 불과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세상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이다.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줌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문명생활을 시작하도록 만들어 준
타이탄족의 신인데 이 일로 인하여 코카서스 산 정상에 쇠사슬로 묶여
제우스의 神鳥인 독수리에 의해 낮이면 간을 쪼아 먹혔다가 밤이 되면 다시 간이 회복되는 벌을 받게 된다.
Raub des Feuers(불을 훔침), Christian Griepenkerl(1839-1916)
Prometheus steals the fire from Zeus while the god rests with Ganymedes.
Prometheus Being Chained by Vulcan(발칸에 의해 쇠사슬에 묶이는 프로메테우스)
1623
Oil on canvas, 202 x 184 cm,
Dirck van Baburen(1595-1624, Dutch)
Location :Rijksmuseum, Amsterdam
Prometheus Bound(쇠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1640
245 × 178 cm, Jacob Jordaens(1593-1678)
Peter Paul Rubens.
Chained Prometheus.
1611-1612. Oil on canvas.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PA, USA.
또한 제우스의 분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러 신들의 능력을 모아서
판도라(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는 뜻)라는 인류 최초의 여성을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낸다.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란 뜻의 에피메테우스는 형 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 산으로 끌려가기 전에
제우스로부터 오는 선물을 받지말라는 충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도라의 미모에 반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만다.
제우스가 판도라를 인간세상으로 보낼 때 상자를 하나 주면서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원래 사람의 속성이란 것이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인지라 결국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어보게 되고
그로부터 온갖 질병과 惡들이 인간세상에 퍼지게 되는 것이다.
그후 결국 그 상자 안에는 희망만이 남게 되었다는 설도 있고,
상자 안에 남아 있던 희망이 판도라에게 애원하여 희망도 인간세상에 퍼지게 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Pandora 1878
Coloured chalks, 100.8 × 66.7 cm, Dante Gabriel Rossetti(1828-1882)
Pandora, John William Waterhouse, 1896
다시 본론인 프로메테우스의 신탁으로 되돌아가보자.
코카서스 산 정상에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던 프로메테우스는 중요한 비밀을 알려줄테니
자신을 풀어달라고 제우스와 협상을 벌이게 되는데,
그 비밀이 다름아닌 테티스가 낳게 되는 아들이 아버지보다 뛰어난 영웅이 된다는 것이었다.
제우스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쫓아내고 왕위에 올랐던 전력이 있었던 터라
차마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도 테티스와 결혼할 생각을 갖지는 못했으며,
이 비밀을 알려준 댓가로 자신의 아들이자 인간 세상의 영웅인 헤라클레스로 하여금
독수리를 죽이고 프로메테우스를 구하게 시킨다.
Heracles sets Prometheus free(프로메테우스를 풀어주는 헤라클레스)
Christian Griepenkerl(1839-1916)
이런 까닭으로 제우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신들이 테티스를 노렸지만
결국은 프로메테우스의 신탁때문에 다른 신들은 테티스와 결혼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고
어부지리로 인간인 펠레우스가 여신인 테티스와 결혼하게 된 것이었다.
결국 이 부부사이에서 탄생한 아들이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이다.
The Wedding of Peleus and Thetis(1593)
Oil on canvas, 246 × 419 cm Frans Halsmuseum, Cornelis van Haarlem(1562-1638)
아무튼 문제의 발단은 이들의 결혼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들은 올림푸스 산에서 열린 결혼식에 수많은 신들을 초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과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Eris)는 초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이 불화의 여신이 결혼식장에 나타나서는
황금사과 하나를 툭 던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초대받지 않은 마녀의 모티프는 페로의 유명한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에 계승된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To the Fairest)'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사과를 두고 제우스의 부인 헤라와 지혜의 여신 아테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기가 임자라고 나선 것이었다.
그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신들은 당연히 그 세 여신 중 누구와도 감정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그 장소에서 결정을 못내렸고 제우스는 이데 산에서 양치기를 하고 있던
파리스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곤란한 순간을 회피하고 만다.
The Judgement of Paris(파리스의 심판) 1599
Oil on canvas, Staatliche Museen, Berlin, BALEN, Hendrick van(1575-1632, Antwerpen)
The Judgement of Paris, 1632/3
Oil on Wood, 144,8 × 193,7 cm, National Gallery, London, Peter Paul Rubens(1577-1640)
The Judgement of Paris 1638/1639
Oil on Wood, 199 × 379 cm, Musep del Prado, Peter Paul Rubens
오늘날 수많은 소설이나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은 양치기 파리스에게도 적용되는데,
그는 당시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의 아들이었다.
그가 탄생할 때 그의 어머니가 불길한 꿈을 꾸었는데 해몽 결과 장차 나라를 망하게 할 아이라고 해서
산에 버려졌지만 죽지 않고 자라서 이데 산에서 양치기가 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파리스를 찾아간 세 여신은 그에게 사과의 주인을 결정하도록 하면서 각자 로비 작업에 들어가는데,
헤라 여신은 권력을, 아테네 여신은 지혜를 ,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리스 최고 미인을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나 같으면 아테네 여신의 손을 들어 주겠는데,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할 멍청한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고 만다.
파리스의 도움에 힘입어 황금사과를 차지하게 된 아프로디테는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 아들인 사랑의 신 큐피드를 시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인 헬레네를 파리스와 연결해준다.
Venus Induces Helen to Fall in Love with Paris
(파리스와 사랑에 빠지도록 헬레네를 부추기는 비너스)
1790
Oil on canvas, 102 × 127,5 cm,
Angelica Kauffmann(1741-1807)
Paris and Helen 1788
Louvre, Paris, Jacques-Louis David(1748-1825)
그러면 트로이 전쟁을 야기하게 한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는 과연 누구인가?
헬레네는 난봉꾼 제우스와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의 부인인 레다
(일설에는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화에 의하면 레다를 넘보던 제우스는 틴다레오스와 레다의 첫날 밤에 백조로 변신하여 그녀와 동침하였다.
결국 레다는 틴다레오스와 제우스 양쪽의 핏줄을 동시에 잉태하여 두 개의 알을 낳게 된다.
각각의 알에서는 두 명의 딸과 두 명의 아들이 나오는데 그 중 딸이 헬레네와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의 부인이 되는 클리템네스트라(Clytemnestra)이고,
아들은 쌍둥이 별자리가 되는 카스트로와 폴룩스이다.
Leda and the Swan
Cesare da Sesto(1477 - 1523)
Leda and the Swan
Pontormo(1494-1557)
Leda and her children by Giovanni Pedrini(=Giampietrino)
두 개의 알로부터 不死의 Pollux와 Helen과 유한한생명을 지닌 Castor와 Clytemnestra가 태어난다.
헬레네가 아름다운 처녀로 자랐을 때 그리스의 수많은 영웅들이 구혼자로 나섰다.
그 중에는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
메넬라오스와 그의 형 아가멤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헬레네가 어느 한 사람을 선택하기 전에 오디세우스의 제안에 의해
누가 선택되든 모두 힘을 합하여 헬레네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필요하다면 공동으로 원수를 갚기로 맹세를 하였다.
이 맹세로 인하여 헬레네가 트로이로 납치되어 갔을 때
이들이 그리스 동맹군을 결성하여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