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뚜벅뚜벅 섬진강
방송일: 2019년 4월 8일(월) ~ 4월 12일(금), 493번
*영상보기->https://youtu.be/KCMdjZlYP3Q?list=PLvNzObWMMx6vtinh8PV4sXYwxRPjaGPqv
봄은 어디서 오는가.
회색빛 겨울을 뚫고
매화가 하얗게 번지는 섬진강으로부터
이른 새봄은 진군해 온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봄의 발걸음 속도 맞춰 뚜벅뚜벅 걸어가는 여정.
흐드러지게 피어난 매화꽃 길 따라
섬진강가의 아담한 마을들을 찾아가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설레는 봄날을 만나본다.
1부. [봄이 그렇게도 좋나요]
*영상보기->https://www.dailymotion.com/embed/video/k1xSDDVk7Mbpf4tgvV5?logo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봄기운 취해 꽃놀이 떠나온 상춘객들이
오늘도 북적북적 활기를 북돋운다.
흥겨운 가락으로 장터 분위기 휘어잡는 각설이는
나물 파는 팔순 넘은 어머니의 듬직한 맏딸.
“처음에는 넘부끄럽고 창피스럽고 해서 말도 못 하겠더만
그래서 내 딸이란 소리도 안 했어
지금은 뜨뜻하니 너무 좋아요”
매화에 산수유, 십 리 벚꽃까지
꽃의 행렬이 줄줄이 이어지는 하동이 고향이라
멀리 꽃놀이 떠날 필요 없다는 모녀.
소쿠리 들고 푸릇푸릇 봄나물 캐다 보면
머리 위에 꽃구름으로 피어난 매화가 향긋하게 코끝을 간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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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생동하는 청춘(靑春)의 계절.
인생의 봄날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청춘들이 있다.
2030 청년들이 순천으로 내려와 농부가 된 사연은 과연 무얼까.
“ 너무 힘들어서 도시가 그리워지다가도
섬진강 물에 비친 석양과 밤하늘에 뜬 별이 너무 예뻐서
떠날 수가 없어요. ”
애지중지 기르던 표고버섯 농사를 과감히 접기로 한 날.
품앗이 출동한 청년 농부들.
청춘의 패기로도 어쩌지 못하는 것인지
묵직한 표고 목들 나르느라 여기저기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새로운 꿈을 농촌에서 시작하기 위해 내려왔다는 청년들.
순창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는 청년들의 품앗이 현장은
오늘도 시끌벅적 웃음이 넘친다.
2부. [지리산 사랑꾼]
*영상보기->https://youtu.be/UhgYfY2x7jQ
새하얀 와이셔츠 위 등산복?
새하얀 블라우스 아래 등산화?
6년 전 지리산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매년 그랬듯 올해도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 위해 산행에 나선 부부.
면사포와 나비넥타이
서로 매무새를 고쳐주는 두 사람 눈빛은
콩깍지가 단단히 씌워 여전히 달콤하기만 하다.
“ 지리산 위에서 섬진강 보는데 마음이 편한 거예요.
그래서 계획보다 조금 일찍 왔는데
너무 절실하게 좋아요. ”
베테랑 사랑꾼. 병아리 농사꾼.
7개월 전 지리산으로 아예 귀농한 부부는
창고를 짓는 것도 상추 농사를 짓는 것도 남의 손을 빌려야 할 때가 더 많다.
지원군 나선 이웃들에게 ‘못해도 너무 못한다’는 구박받기 일쑤.
과연 남편의 절대 비법 양념장 들어간 잔치국수로
부부는 이웃들 타박을 사르르 잠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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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악양천 물줄기가 시원한 지리산 자락.
골짜기 메우는 물소리를 따라가다 걷다 보면
뚝딱뚝딱 집수리 한창인 황토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부럽지 않게 가르쳐 도시로 보내놨더니
아버지 몰래 10년 전 지리산으로 들어온 아들.
“ IMF때 참 힘들게 입사했는데 그땐 효도한다고 생각했죠.
근데 이렇게 사는 게 더 행복한 거 같아서요.”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자연의 재료를 고집해 지은 황토집은
여기저기 늘 손볼 곳이 넘쳐난다.
흙 미장은 선수급인 아버지의 손길이 이번에도 당장 절실한 상태.
팍팍 삶은 해초로 만든 천연 풀을 대령하고 애타게 아버지를 찾는 아들.
쓱쓱 지나가는 아버지 손끝에서 황토집이 매끈하게 변신한다.
3부. [꽃 마중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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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산수유가 절정인 전라남도 구례.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시할머니와 손주 며느리는 단짝 친구다.
시할머니에 시부모님까지 한 지붕 4대 가족이 사는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는 손주 며느리.
꽃을 좋아하는 플로리스트였던 손주 며느리가 구례로 내려오면서
집안은 봄날처럼 따뜻하고 더욱 화사해졌다.
“ 맑은 물 흐르는 강이 앞에 있잖아요.
사람 사는데 이보다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봄나물 한 번 캐러 나가면 도무지 집에 돌아갈 생각을 안 하고
고집을 세우는 시할머니.
그런 시할머니를 능숙하게 살살 달래는 건 역시 손주 며느리뿐이다.
오늘은 치매로 점점 어린애가 되어가는 시할머니의 여든여덟 번째 생일.
꽃 사태가 나는 찬란한 봄에 생일을 맞은 시할머니를 위해
지글지글 화전이 부쳐지고 멀리서 반가운 가족들이 하나둘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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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
물속 깊은 곳으로부터 다시 또 봄소식이 왔다.
매화에 벚꽃이 흐드러질 무렵
꽃처럼 피어나는 섬진강 벚굴.
3년 넘게 거친 물살을 견뎌내고 피어난 벚굴은
크기, 맛, 향 뭐하나 모자란 것이 없다.
“ 섬진강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어요.”
날이 따뜻해지면 꽃은 만발하지만, 물속의 사정은 다르다.
시야가 탁해져 벚굴인지 돌인지 도통 구별이 되지 않는 상황.
그러나 경상도 멋진 사나이 정유진 씨는 머구리 뒤집어쓴 채
오늘도 주저 없이 벚굴 따러 물속으로 뛰어든다.
4부. [봄바람 시샘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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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있어도 늘 그리웠던 고향.
어머니 홀로 계신 고향으로 그래서 자매들은 차례차례 돌아왔다.
다섯 중 어머니 곁에 자리 잡은 자매들은 셋.
여기저기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아직도 나물 캐다 장터 다니는 어머니는
밭일하는 딸들이 도리어 애지중지 아깝고 안쓰럽기만 하다.
“ 젊었을 때 경운기 타고 와서
다슬기도 잡고 산책도 하고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강이에요. ”
날씨가 심상치 않다. 벙글벙글 꽃은 피었는데 매섭기만 한 바람 끝.
꽃샘추위에 봄비까지 내려 몸은 으스스하지만 그래도 가만있을 수 있으랴.
어머니까지 함께 세 자매 출동.
셋째의 진두지휘에 따라 촉촉해진 흙을 일구고 여름 감자 심기에 돌입하는 가족.
완벽주의 꼼꼼한 셋째의 잔소리가 늘어져 순간 분위기 냉랭해져도
다함께 앉아 지글지글 봄나물 부치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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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봄이다.
눈꽃처럼 송이송이 하이얀 매화에 노랗게 재잘재잘 대는 산수유가 손짓해 부르는 봄.
여기저기 꽃 축제 벌어지고 이리 오라 유혹하는 곳은 많은데
대체 어디로 가야 와글와글 인파를 벗어나
천천히 한가롭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까.
“ 섬진강이요? 좋죠.
계절에 따라 그대로 색을 입는 강이잖아요. ”
이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날짜를 꼽고 벼르고 별러 곡성으로 꽃놀이 떠나온 날.
천천히 자전거 페달 밟아 봄 여행 막 시작하려는데 이번엔 바람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그런 들 저런 들 어떠한가.
곡성지역 주민들이 이끄는 대로 작은 시골 마을을 돌아
소확행 꽃놀이를 즐기다 보면 꽃바람 시샘쯤은 문제도 아니다.
5부. [봄맛에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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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흘러가는 길 따라 뚜벅뚜벅 걷다 보면
초록 융단처럼 파릇파릇 돋아난 싱싱한 미나리가 단번에 눈길을 끈다.
새봄을 맞아 새 단장에 나선 미나리 농장.
취향 따라 개성 따라 고른 어린나무들을 정성 들어 심기 시작하는 5남매들.
“건강하게 잘 자라.”라 다독이고 응원해주니
벌써 대봉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릴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 섬진강을 곁에 두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인 혜택을 하나 받은 거죠. ”
자연이 키워준 쑥과 맑은 물 먹고 자란 미나리.
거기에 버섯과 고기, 만두까지 한데 넣고 팔팔 끓여 먹는 미나리 샤부샤부는
그야말로 싱그러운 자연의 봄맛.
미나리처럼 푸릇푸릇 잘도 자라준 오 남매가
오늘처럼 다 함께 모이는 날은 언제나 따뜻한 봄날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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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도와 12개 군을 지나 550리 길을 흐르는 섬진강.
남도를 적시고 흐르는 물길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팔공산 자락에 들어서 시작한 산행.
거칠게 숨을 몰아쉴 때쯤
고요한 적막을 깨고 어디선가 청량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 섬진강 물 맛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
봄 보약이라는 냉이, 봄나물 대표 강자 쑥.
섬진강 첫 물이 스민 흙에서 쑥쑥 자란 봄나물들이 자꾸만 손짓해 부른다.
섬진강이 키운 향긋한 냉이를 조물조물 무치고
맛있게 익은 김치에 쌉싸름한 쑥을 넣고 남도식 쑥국을 팔팔 끓이면
멀리 도망갔던 봄날 입맛도 냉큼 다시 되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