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그랬다.
어둡고 깊다.
모든 인간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낮잠을 자서인지, 새벽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저 불쌍한 두 눈의 무게만 더해져갔다.
새벽 두시에 읽기 시작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본 시간은 5시 15분.
안되겠다 싶어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담갔다. 그러고 나서야 잠 들었다.
아주 편한 옷차림으로, 머리를 풀어 헤치고 책을 읽다가 물 마시러 냉장고 문을 여는 내 모습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영혜와 지금 내 모습이 뭐가 다른가 싶었다. 그냥 누구에게나 어두울 수 있는 새벽이었다.
영혜와 언니, 형부.
각자의 이야기가 암울하다.
영혜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지난 날의 경험이 영혜에게 그렇게도 컸을까.
언니에게 닥치는 그 많은 일들을 감당해낼 힘이 어디서 났을까.
어떤 예술에 얼마나 심취하면 저렇게 모든걸 걸 수 있을까.
모든 이야기에, 각자의 이야기를 나눌 사람 한 명이 없는 게 씁쓸하다.
작가는 왜 이토록 인간을 단절된 존재로 그려냈을까.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
모두의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혜의 지독한 꿈도, 언니의 남편에 대한 거리감도 그랬지만
형부인 민호의 의식의 흐름이 가장 그랬다. 영화만 보고서는 그저 욕망에 쌓인 한 남자 같았다.
책과 영화를 함께 본 다른 작품들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공백이 느껴졌다.
예술성 있다고 하는데, 나 보기엔 별로였던 많은 영화들이 실은 이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우울한 주말 저녁을 보냈다.
그렇지만 곧 현실으로 돌아와 세상이 밝아졌다.
영혜, 인혜, 민호와 다르게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