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4년 단기 4343년 서기 2010년 11월9일 화요일
面上無嗔供養具(면상무진공양구) 성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요
口裏無嗔吐妙香(구이무진토묘향)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구나
心裏無嗔是珍寶(심이무진시진보) 성안내는 그 마음이 참다운 보배요
無染無垢是眞常(무염무구시진상) 깨끗하여 티가 없는 그 것이 부처라네
문수보살은 대승불교에서 최고의 지혜(智慧), 즉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화. 인격화한 보살입니다. 그래서 문수보살을 대지(大智)보살이라 부르며, 석가모니불의 양대보살중 (오른쪽에는 보현보살) 왼쪽에 위치한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데.보현보살이 세상 속에 뛰어들어 실천적 구도자의 모습을 띠고 활동할 때, 문수보살은 사람들의 지혜의 좌표가 됩니다. 화엄경에서도 보현보살과 더불어 비로자나불의 협시보살로 등장하며 선재동자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문수보살의 존상을 보면 오른손엔 일체의 번뇌와 무명(無明)을 단호하게 끊어 버릴 수 있는 지혜의 칼을 들고 왼손에는 푸른 연꽃을 쥐고 용맹과 위엄을 상징하는 사자를 타고 있는 형상으로 많이 표현됩니다.
항주의 무착문희(無着文喜;821-900)선사는 일곱 살에 출가하여 항상 계율을 익히고 경학에 열중하였습니다. 뒤에 대자산의 성공(性空)선사를 만나 여러 지방의 다른 사찰들을 두루 참배할 것을 권유받았습니다.
무착은 곧바로 오대산 화엄사의 금강굴에 이르러 한 노인이 소를 끌고 가기에 그를 따라 사찰에 들어갔습니다. 노인은 균제(均提)동자를 불러 소를 놓아주고 무착을 데리고 절에 들어갔습니다. 절들은 모두 금빛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노인과 마주 앉자 노인이 물었습니다.
“어디에서 옵니까?”
“남방에서 옵니다.”
“남방의 불법은 어떻습니까?”
“말법의 비구들이 계율이나 조금 지키고 살아갑니다.”
“대중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혹 삼백 명도 되고 혹 오백 명도 됩니다.”
다시 무착이 물었습니다.
“이곳의 불법은 어떻습니까?”
“용과 뱀이 함께 있고 범부와 성인이 같이 삽니다[龍蛇混雜 凡聖同居].”
“대중들은 얼마나 됩니까?”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입니다.”
노인은 동자를 불러 차와 소락을 대접하게 하였는데 무착은 그것을 먹고 마음이 환하게 열리고 상쾌하여졌습니다. 노인은 다시 파리로 된 찻잔을 들고 무착에게 물었습니다.
“남방에도 이러한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평소에 무엇으로 차를 마십니까?”
그러나 무착은 대답이 없었다.
날은 저물었고 하여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하룻밤을 투숙하고 싶은데 되겠습니까?”
“그대에게 집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투숙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집착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대는 일찍이 계를 받았는가?”
“계를 받은 지는 오래입니다."
그대에게 만약 집착하는 마음이 없다면 왜 계를 받았는가?”
무착은 물러나오고 노인은 동자에게 무착을 전송하게 하였습니다. 무착이 동자에게 물었습니다.
“전삼삼 후삼삼이 얼마나 되는가?”
그러자 동자가 “스님”하고 불렀습니다.
무착이 “왜 그러느냐?”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됩니까?”
무착은 다시 물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인가?”
“여기는 금강굴 반야사입니다.”
무착은 처참하였습니다. 그토록 여러번의 문답을 통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었건만 비구라는상, 대중이라는 상, 물질에 대한 집착, 수행지식과 계율 그리고 말과 글에 대한 집착으로 문답의 진의를 알 수 없었고 그 노인이 문수보살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한 말씀 가르침이 있기를 빌었습니다.
그것으로 이별의 정을 달래었습니다.
그 때 동자가 들려준 게송입니다.
성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구나
성안내는 그 마음이 참다운 보배요
깨끗하여 티가 없는 그 것이 부처라네
말이 끝나자 균제동자도 절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만 오색 구름 가운데 문수보살이 금빛 사자를 타고 노닐었는데 홀연히 흰 구름이 동쪽에서 와서 감싸 버리고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일로 인하여 무착은 오대산에서 주석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게송입니다. 무착선사는 문수보살을 직접 뵙고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더욱 정진하여 마침내 앙산(仰山) 선사의 법을 받아 깨치고 대자유인이 되었습니다.
若人靜坐一須臾 (약인정좌일수유)
勝造恒沙七寶塔 (승조항사칠보탑)
寶塔畢境碎微塵 (보탑필경쇄미진)
一念淨心成正覺 (일념정심성정각) --- 무착선사 오도송
누구나 잠깐 고요히 앉는 것이
모래알 만큼 많은 칠보탑 쌓기보다 낫다네
보탑도 끝내는 티끌되고 말거니와
단한번 맑은 마음 깨달음을 이루네
어느 해 겨울, 무착은 동짓날 파죽을 쑤고 있는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죽 솥에서 문수보살의 거룩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자 무착은 들고 있던 주걱으로 힘껏 문수보살을 후려쳤다. 문수보살은 깜짝 놀라 말을 했다.
"여보게 내가 바로 자네가 그렇게 만나고자 하던 문수일세!"
"문수는 문수이고, 무착은 무착일세! 문수가 아니라 석가라 해도 내 주걱 맛을 보여주겠네!"
"내 삼 대겁(大劫)을 수행해 오다가 오늘같이 괄시받은 일은 처음이다." 하시며 문수보살은 사라져버렸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문수보살을 친견하려 했지만,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는 문수보살이 몸소 나타나도 오히려 호되게 후려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리를 깨달은 선사들의 당당한 기백인 것이다.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은 문수동자를 통하여 성내지 않는 것이 마음을 닦는 비결이요 성내지 않는 마음이 곧 부처님 마음이라 했습니다.
불자님들도 세상을 살면서 여러가지 시비가 있겠지만 성낸다고 해서 시비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줄 알면서도 성을 내고, 성을 내면 서로간에 감정만 쌓이게 되고 서로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오늘 이후로는 성내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 부드러운 말로서 세상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是是非非都不關 (시시비비도부관) 옳다, 그르다 도무지 관계없고
山山水水任自閑 (산산수수임자한) 산산, 물물이 스스로 한가하네
莫問西天安養國 (막문서천안양국) 서방 극락세계 어디냐고 묻지를 말게
白雲斷處有靑山 (백운단처유청산) 흰구름 걷히면 그대로 청산인 것을.
--- 작자미상
경북 경주시 남산동 1129-2 堯堯(요요스님) 054-620-3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