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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김병연金炳淵) 시편
1) 영물시(詠物詩)
슬(虱)
기이전혈포이제(飢而吮血飽而擠) 주리면 피를 빨고 배부르면 떨어지니
삼백곤충최하재(三百昆蟲最下才) 삼백 곤충 중에 가장 하층 일세.
원객회중수오일(遠客懷中愁午日) 먼길 가는 나그네 품속에서 잡힐가 낮에는 근심하고
궁인복상청신뢰(窮人腹上聽晨雷) 주린 사람 배위에서 우레 소리 듣는구나.
형수사맥난위국(形雖似麥難爲麯) 생긴 모양 비록 보리 같으나 누룩이 될 수 없고
자불성풍미낙매(字不成風未落梅) 글자로는 풍자 못 이루니 매화꽃을 못 떨어뜨리네.
문이능침선골부(問爾能侵仙骨否) 네가 묻나니 감히 신선도 범할 수 있겠는가
마고소수좌천태(麻姑搔首坐天台) 마고할멈 너 때문에 머리 긁으며 천태산에 앉았구나.
조(蚤)
모사조인용절윤(貌似棗仁勇絶倫) 모양은 대추씨같이 작으나 날래기는 당할 이 없으며
반풍위우갈위린(半風爲友蝎爲鄰) 이와는 벗하고 빈대와는 이웃 하네
조종석극장신밀(朝從席隙藏身密) 낮에는 자리 틈에 깊이깊이 숨었다가
모향금중범각친(暮向衾中犯脚親) 밤이 되면 이불속에서 다리를 쏘아대네
첨취작시심동색(尖嘴嚼時心動索) 뾰죽한 주둥이로 쏠 때는 참지 못해 잡으려 하고
적신약처몽경빈(赤身躍處夢驚頻) 빨간 몸(벼룩) 스멀거릴 때는 단꿈을 깨네
평명점검기응상(平明點檢肌膺上) 날이 밝자 피부 위를 살펴보면
잉득도화만편춘(剩得桃花萬片春) 복사꽃 만발한 듯 울긋불긋 만신창이
요강(溺江-尿罁, 요항溺缸)
뢰거심야불번비(賴渠深夜不煩扉) 잠자리 옆에 두니
영작단린와처위(令作團隣臥處圍) 밤중에도 홀가분
취객지래단궤슬(醉客持來端跪膝) 취객들은 당겨서 무릎 꿇고
태아협좌석수의(態娥挾坐惜收衣) 아가씨도 살며시 치마를 걷네.
견강주체동산국(堅剛做體銅山局) 단단한 놋쇠 산에
쇄락전성연폭비(灑落傳聲練瀑飛) 쏴-아 폭포수 소리
최시공다풍우효(最是功多風雨曉) 제일 좋기로는 비바람 새벽에
투한양성사인비(偸閒養性使人肥) 느긋하게 볼일 보니 살찌겠네.
전(錢)-돈
주유천하개환영(周遊天下皆歡迎) 천하를 돌고 도는 돈 누구나 다 환영
흥국흥가세불경(興國興家勢不輕) 한 나라 한 가정을 일으키는 힘 크기도 하네.
거부환래래부거(去復還來來復去) 갔다가는 되돌아오고 왔다가도 다시 가며
생능사사사능생(生能死捨死能生)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죽을 사람을 살리기도 하네.
허언시(虛言詩)-거짓말시
청산영리록포란(靑山影裡鹿抱卵) 푸른 산 그림자 속에서 노루가 알을 품고
백운강변해타미(白雲江邊蟹打尾) 뭉게구름 강가에 게가 꼬리를 치네.
석양귀승계삼척(夕陽歸僧髻三尺) 석양에 돌아가는 스님의 상투가 석자나 길고
누상직녀랑삼두(樓上織女閬三斗) 다락 위에서 베 짜는 처녀 불알이 한말이라네.
*獐-鹿 *白雲江邊-流水聲中-滄海波中 *蟹打尾-蟹搖尾 *歸僧-歲僧 *樓上-機上
*정읍 김낙균씨 제공
영영(詠影) - 그림자
진퇴수농막여공(進退隨儂莫汝恭) 나가고 물러감에 너처럼 고분고분 나를 따른 자 없어
여농혹사실비농(汝儂酷似實非儂) 네가 나와 몹시 닮았지만 사실은 너는 내가 아냐.
월사안면경괴상(月斜岸面驚魁狀) 달빛이 경사면을 비칠 때 괴상한 네 모습에 놀라고
일오정중소왜용(日午庭中笑矮容) 정오의 해가 뜰에 내릴 때 난쟁이 네모양이 사람 웃긴다네.
침상약심무멱득(枕上若尋無覓得) 베개머리에서 찾아볼라치면 얻어 보기 어렵지만
등전회고홀상봉(燈前回顧忽相逢) 등불 앞에서 고개를 돌려보면 문득 만날 수 있네.
심수가애종무신(心雖可愛終無信) 진정으로 아끼고 싶지만 끝내 신의가 없어
불영광명거절종(不映光明去絶蹤) 빛을 비치지 않으면 자취를 끊어버리네.
구(狗)-개(양동식 번역 참조)
품성충어주궤인(稟性忠於主饋人) 밥 주는 주인에게 충직한 놈
호래척거임기신(呼來斥去任其身) 불러놓고 쫓아도 그저 좋아라.
도전요미편몽애(跳前搖尾偏蒙愛) 앞발 들고 꼬리 치며 애교도 고만
퇴후수두각피진(退後垂頭却被嗔) 다소곳이 물러나 눈치 살핀다.
직찰간투사수고(職察奸偸司守固) 도둑 지키기 할 일 다 하고
명전의총영성빈(名傳義塚領聲頻) 주인에게 목숨 받혀 이름 난 개
포훈자고시유개(褒勳自古施帷蓋) 지극정성으로 개무덤 만드는데
반괴무력시위신(反愧無力尸位臣) 나라 사림 축내는 벼슬아치도 많더라.
계(鷄) - 닭
천주사신독천웅(擅主司晨獨擅雄) 새벽을 다스리는 것은 오직 수탉에 달렸는데
강관창거발어총(絳冠蒼距拔於叢) 붉은 벼슬 푸른 발톱이 유난히도 크구나.
빈경옥토선장백(頻驚玉兎旋臟白) 달을 놀라게 해서 흰빛을 감추게 하고
매환금오즉방홍(每喚金烏卽放紅) 해를 재촉하여 밝은 빛을 풍기게 하네.
욕투노진동섬화(欲鬪努嗔瞳閃火) 싸우려고 성낼 때는 두 눈에 불이 붙고
장명분고시생풍(將鳴奮鼓翅生風) 목청 빼고 회를 치면 날개에서 폭풍 이네
명고오덕표어세(名高五德標於世) 오덕으로 이름 높아 세상의 모범이 되고
형대도도향철공(逈代桃都響徹空) 먼 옛날에는 무릉 하늘에서 울어 길을 가르쳤도다.
*玉兎-달 金烏-해
묘(猫) -고양이
승야횡행노북남(乘夜橫行路北南) 밤을 타고 이리저리 횡행하는 고양이
중어호리걸위삼(中於狐狸傑爲三) 여우와 이리 더불어 삼걸이라네.
모분흑백혼성수(毛分黑白渾成繡) 털은 흑백으로 나뉘어 수놓은 듯하고
목협청황반염남(目挾靑黃半染藍) 눈빛은 청황색에 남색을 밤쯤 물들인 듯하네.
귀객상전투미찬(貴客床前偸美饌) 이놈은 손님 밥상에 맛있는 반찬을 노리고
노인회리방온삼(老人懷裡傍溫衫) 노인 품속에 들어가 따스한 옷을 덮고 자네
나변작서능교만(那邊雀鼠能驕慢) 어느 곳에 참새나 쥐가 있더냐 교만하게
출엽웅성약대담(出獵雄聲若大談) 소리치며 사냥 나갈 때 그 대담성은 볼만하이
* 談-膽 *狸-猩
묘(猫) 2 -고양이2
세칭호의색하현(世稱虎儀色何玄) 세상에서 고양이를 범에게 비기는데 빛이 왜 검을까
사채금정시필원(射彩金精視必園) 달의 정기로 쏘아대는 시선은 반드시 뜰을 노리고
향찰양단추축지(逈察兩端趨縮地) 달의 정기로 쏘아대는 시선은 반드시 뜰을 노리고
고청난설세등천(高聽亂齧勢騰天) 이곳저곳 살핀 뒤에 축지법을 하듯이 세차게 달려가
흘위능사안번내(吃威能使安藩內) 고양이 으르렁거리는 위엄이 집안을 편안케 하고
부괵감관농균전(俘馘堪觀弄囷前) 포로 쥐를 놀릴 때에는 갇힌 자를 다루듯 참 볼만하네.
전사추등응무해(田舍秋登應無害) 농가에 추수 때가 다가와도 전혀 쥐 피해가 없어
증몽예전세삼천(曾蒙禮典歲三千) 일찍이 그 공덕 예전에 올라 이름이 삼천세까지 전한다네.
* 금정: 달 *부괵: 포로
2) 빈궁시(貧窮詩)
자탄(自嘆) - 오경등루(오밤중에 누각에 오름)
구만장천거두난(九萬長天擧頭難) 구만리 장천 높다 해도 머리 들기 힘들고
삼천지활미족선(三千地闊未足宣) 삼천리 땅 넓다 해도 발 뻗기 힘들구나.
오경등루비완월(五更登樓非翫月) 새벽에 누각에 오른 것이 달구경 아니고
삼조벽곡불구선(三朝辟穀不求仙) 삼일을 굶은 것도 신선되려 함 아닐세.
죽일기(粥一器) - 죽 한 그릇
사각송반죽일기(四脚松盤鬻一器) 네발 달린 소나무 상에 놓인 죽 한 그릇
천광운영공배회(天光雲影共徘徊)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 함께 감도는구나.
주인막도무안색(主人莫道無顔色) 주인께서는 미안하다는 말하지 마시오
오애청산도수래(吾愛靑山倒水來) 나는 청산이 물에 비친 모습을 좋아해요.
봉우숙촌가(逢雨宿村家) - 비 오는 밤 촌가에 머물며
곡목위연첨착지(曲木爲椽簷着地) 서까래는 굽고 처마는 땅에 닿을 듯
기간여두근용신(其間如斗僅容身) 그 사이 말(斗)만한 비좁은 방에 겨우 몸을 눕혔네.
평생불욕장요굴(平生不欲長腰屈) 평생에 긴 허리 굽힐 생각 없었지만
차야난모일각신(此夜難謀一脚伸) 오늘밤엔 한 짝 다리 펴기도 어려워라.
서혈연통혼사칠(鼠穴煙通渾似漆) 쥐구멍으로 연기 스며들어 칠흑 같은 방 안이며
봉창모격역무신(篷窓茅隔亦無晨) 시커먼 봉창이 어두워 날 밝는 줄도 모르겠네.
수연면득의관습(雖然免得衣冠濕) 그러나 하룻밤 비를 피해 묵었으니
임별은근사주인(臨別慇懃謝主人) 떠날 때에 주인에게 고맙다 사례 하겠네.
견걸인시시(見乞人尸詩) - 걸인의 시신을 묻으며
부지여성불식명(不知汝姓不識名) 그대 성이 무엇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하처청산자고향(何處靑山子故鄕) 어느 청산이 그대의 고향인지
승침부육훤조일(蠅侵腐肉喧朝日) 아침 파리 떼가 시끄러이 썩은 살에 달라붙고
오환고혼조석양(烏喚孤魂弔夕陽) 저녁 까마귀가 조상하듯 울고 있네
일촌단공신후물(一寸短筇身後物) 짤막한 지팡이는 그가 남긴 유물이고
수승잔미걸시량(數升殘米乞時糧) 두어 됫박 남은 쌀이 빌어먹던 전부구나
기어전촌제자배(其於前村諸子輩) 앞마을의 사람들아 내 말 좀 들어 보소
휴래일궤엄풍상(携來一簣掩風霜) 한 삼태기 흙을 가져다가 이 꼴 보이지 않게 덮어 주소
간음야점(艱飮野店) - 주점에서
천리행장부일가(千里行裝付一柯) 천리 길 나그네 가진 것 겨우 지팡이 뿐이니
여전칠엽상운다(餘錢七葉尙云多) 남은 돈 일곱 닢 오히려 많다 하겠네
낭중계이심심재(囊中戒爾深深在) 주머니 속에 깊이깊이 간직하자 다짐했건만
야점사양견주하(野店斜陽見酒何) 석양에 주막을 만나니 아니 마시고 어쩌리
빈음(貧吟) - 가난을 읊음
반중무육권귀채(盤中無肉權歸菜) 밥상에 고기가 없으니 채소가 판을 치고
주중핍신화급리(廚中乏薪禍及籬) 부엌에 땔나무 없으니 울타리가 화를 입네
부고식시동기식(婦姑食時同器食) 며느리와 시어미는 한 그릇에 밥을 먹고
출문부자역의행(出門父子易衣行) 아버지와 아들이 출입할 땐 옷을 바꾸어 입네
숙농가(宿農家) - 농가에서 묵으며
종일연계불견인(終日緣溪不見人) 계곡 따라 종일 가도 사람 구경 못하더니
행심두옥반강빈(幸尋斗屋伴江濱) 다행이 강가에서 오막살이 찾았네.
문도여와원년지(門塗女媧元年紙) 문은 예날 여와씨 적에 바른 종이 그대로
방소천황갑자진(房掃天皇甲子塵) 방을 쓸자니 천황씨 적 먼지가 그대로
광흑기명우도출(光黑器皿虞陶出) 검게 때 묻은 그릇들은 순임금 때 나온 것
색홍맥반한창진(色紅麥飯漢倉陳) 붉은 색 보리밥은 한나라 옛 창고에서 묵힌 것.
평명사주등전도(平明謝主登前途) 아침에 주인에게 사례하고 길을 나서니
약사경소구미신(若思經宵口味辛) 지난 밤 겪은 일 생각하니 아무래도 입맛 쓰구나.
3) 축객시(逐客詩)
풍속박(風俗薄)- 야박한 풍속
사양고립양시비(斜陽鼓立兩柴扉) 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재워 달라 간청했지만
삼피주인수각휘(三彼主人手却揮) 이 집 주인 세 번이나 손을 저어 거절하는구나.
두우역지풍속박(杜宇亦知風俗薄) 숲 속에 두견 새 야박한 인심 어이 알았는지
격림제송불여귀(隔林啼送不如歸) 불여귀 불여귀 지저귀며 배웅 하네
강좌수축객시(姜座首逐客詩) - 강좌수
사당동리문사당(祠堂洞裡問祠堂) 가다보니 사당동 사당집을 물어가니
보국대광성씨강(輔國大匡姓氏姜) 보국대광 벼슬 지낸 강씨라 하더군.
선조유풍의북불(先祖遺風依北佛) 선조들이 남긴 것은 불교인 듯싶은데
자손우류학서갱(子孫愚流學西羗) 어리석은 자손들은 오랑캐를 배우는구나.
주규첨하저관각(主窺檐下低冠角) 주인은 처마 밑에서 흘깃흘깃 걸객을 살피는데
객립문전탄석양(客立門前嘆夕陽) 걸객은 문 앞에서 지는 해를 탄식하네.
좌수별감분외사(座首別監分外事) 이런 자에게는 좌수 별감도 분수에 넘치고
기병보졸가당당(騎兵步卒可當當) 그저 졸병노릇이나 하는 것이 어울리겠네.
간빈(艱貧) - 빈부가 따로 없지
지상유선선견부(地上有仙仙見富) 이 땅에 신선이 있다면 부자가 곧 신선 아닐까
인간무죄죄유빈(人間無罪罪有貧) 인간에게 무슨 죄가 있나 죄는 가난함에 있지
막도빈부별유종(莫道貧富別有種) 그러나 부자와 빈자가 어디 따로 있는가.
빈자환부부환빈(貧者還富富還貧) 빈자가 부자 되고 부자가 빈자 되는 거지
*艱貧-難貧 *홍원 김계룡씨 제공
원당리(元堂里) - 원당리에서
진주원당리(晋州元堂里) 진주 원당리에서
과객석반걸(過客夕飯乞) 과객이 저녁밥을 구걸하는데
노출무인운(奴出無人云) 하인 나와 주인 없다고 핑계하고
아래유고왈(兒來有故曰) 아이는 유고라고 말하네.
조선국중초(朝鮮國中初) 이 나라 걸식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요
경상도내일(慶尙道內一) 경상도 안에서도 제일 나쁜 인심이네
예의아동방(禮儀我東方) 우리 예의동방
세상인심불(世上人心不) 세상인심이 아니네.
*경남 김종완씨제공
경세(警世)-譬世(세상을 비유함)
부인곤부빈곤빈(富人困富貧困貧) 부자는 부자ㅐ로 걱정 빈자는 빈자대로 걱정
기포수수곤즉균(飢飽雖殊困則均) 주리고 배부름 비록 다르나 걱정 있음은 모두 같네
빈부구비오소원(貧富俱非吾所願) 가난과 부자 모두 내가 원하는 바 아니오
원위불부불빈인(願爲不富不貧人) 바라건대 부자도 아니고 가난도 아닌 그런 사람 되고 싶네
4) 풍정시(風情詩)
연유장삼장(嚥乳三章) -젖을 빨다
보연기상(父嚥其上) 부연기하(婦嚥其下) 사내는 위를 빨고 계집은 그 아래를 빠네.
상하부동(上下不同) 기미즉동(其味則同) 위와 아래 서로 같지 않지만 그 맛은 똑같네.
보연기이(父嚥其二) 부연기일(婦嚥其一) 사내는 둘을 빨고 계집은 그 하나를 빠네.
일이부동(一二不同) 기미즉동(其味則同) 하나와 둘 서로 같지 않지만 그 맛은 똑같네.
보연기감(父嚥其甘) 부연기산(婦嚥其酸) 사내는 단맛을 빨고 계집은 그 신맛을 빠네.
감산부동(甘酸不同) 기미즉동(其味則同) 달고 심이 서로 같지 않지만 그 맛은 똑같네.
*경북 김의화씨 제공
*여기서 父는 남자 성인의 총칭이고 婦는 여자 성인으로 읽어야 함.
증모녀(贈某女) - 여인의 옷을 벗기며
객침소조몽불인(客枕蕭條夢不仁) 나그네 잠자리 쓸쓸해 꿈자리도 산란한데
만천상월조오린(滿天霜月照吾隣) 하늘 가득 찬 달빛이 내 곁에 비치네.
녹죽청송천고절(綠竹靑松千古節) 늘 푸른 대와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지만
홍도백이편시춘(紅桃白梨片時春) 복사꽃 배꽃 같은 꽃다운 청춘은 짧기만 해
소군옥골호지토(昭君玉骨胡地土) 왕소군도 백골이 오랑캐 땅에 묻히고
귀비화용마외진(貴妃花容馬嵬塵) 양귀비의 꽃다운 얼굴도 마외의 티끌 되었네.
인성본비무정물(人性本非無情物) 인간의 본성은 본래 무정한 물건이 아니니
막석금소해녀군(莫惜今宵解汝裙) 오늘밤 그대의 치마끈을 푼다고 애석해 하지 마오.
*경북 정재선 칠곡 이수한 양씨 제공
가상초견(街上初見) - 거리에서 만난 여인
빈풍칠월송분명(豳風七月誦分明) 그대가 시전의 한 구절을 분명하게 낭송하니
객주정참홀유정(客駐征驂忽有情) 나 나그네 길을 멈추고 원초적 애정이 일어나오.
허각야심인불식(虛閣夜深人不識) 빈집 저기 있고 밤이 깊으면 아무도 모르를 것
반륜잔월이삼경(半輪殘月已三更) 반달 기울어 삼경쯤에 우리 저기서 만남이 어떠하오.
난엄장정십목명(難掩長程十目明)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많은 눈길을 가리기 어려워
유정무어사무정(有情無語似無情) 연정이야 있지만 말 못하니 무정한 것 같지요
유장천벽비난사(踰墻穿壁非難事) 담을 넘고 벽을 뚫고 그대 오는 것 어렵지 않겠지만
이허농부서불경(已許農夫誓不更) 내 이미 농부에게 시집간 몸이라 어찌하겠소.
*豳風七月-把經一帙, 征-程, 難掩長程十目明-街上初見視目明, 壁-穴, 曾-已, 誓不更-更不更
회양과차(淮陽過次) - 산골 처녀
산중처자대여양(山中處子大如孃) 산골 처녀 조숙하여 색시 티내느라
완저분홍단포상(緩著粉紅短布裳) 짧은 분홍치마 느슨하게 입었구나.
적각량창수과객(赤脚踉蹌羞過客) 과객이 부끄러워 드러낸 알다리로 뛰어가서
송리심원농화향(松籬深院弄花香) 짐짓 울타리 안 깊은 곳에 꽃향기를 희롱하네.
*이성두 제공 *著-着, 布-衣
*모심내활(毛深內闊) 필과타인(必過他人) 털모,깊을심,넓을활,벌봉,터질탁
*후원황률불봉탁(後園黃栗不蜂柝) 계변양류불우장(溪邊楊柳不雨長)
5) 영인시(詠人詩)
환갑연(還甲宴) - 회갑연에서
피좌노인불사인(彼坐老人不似人) 저기 앉은 저 노인 사람 같지 않아
의시천상강진선(疑是天上降眞仙)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구려.
기중칠자개위도(其中七子皆爲盜) 저분의 일곱 자식은 모두 도둑놈
투득벽도헌수연(偸得碧桃獻壽宴) 천도복숭아 훔쳐다가 수연에 드리네.
*疑是天上降眞仙-何日何時降神仙,
其中七子皆爲盜-膝下七子皆盜賊,
偸得碧桃獻壽宴-竊取天桃善奉養
증환갑연노인(贈還甲宴老人) - 환갑잔치에서
가련강포망(可憐江浦望) 어여쁘다 강가의 조망이여
명사십리연(明沙十里連) 고운 모래 십리나 이어졌네.
영인개개습(令人個個拾) 저 모래알 낱낱이 주어다가
공수부모년(共數父母年) 부모님의 나이를 헤아리리.
*가련강포망은 중국 시인 두자미의 시구를 차용한 것임. *共-其
훈장(訓長) - 훈장
세상수운훈장호(世上誰云訓長好) 세상에서 누가 훈장을 좋다고 했던가?
무연심화자연생(無煙心火自然生) 연기도 없는 불길이 저절로 마음에 일어나네
왈천왈지청춘거(曰天曰地靑春去) 하늘 천 따지 하는 사이 청춘이 가고
운부운시백발성(云賦云詩白髮成) 부니 시니 하다 보니 백발이 되었구나
수성난문칭도현(雖誠難聞稱道語) 진정으로 가르쳐도 대접받기 어렵고
잠리이득시비성(暫離易得是非聲) 잠간만 자리 떠도 비방이 빗발 같네
장중보옥천금자(掌中寶玉千金子) 천금같이 귀한 자식 훈장 손에 맡겨놓고
청촉달형시진정(請囑撻刑是眞情) 종아리 쳐서라도 가르쳐 달란 말 진정이던가?
조유관자(嘲幼冠子)
외연신세은관개(畏鳶身勢隱冠蓋) 솔개에게 채일가 두려워서 큰 갓 밑에 숨었구나
하인해수토조인(何人咳嗽吐棗仁) 어떤 사람 뱉어낸 대추씨 같이 작기도 해라
약사매인개여차(若使每人皆如此) 만일에 모든 사람이 이같이 작다면
일복가생오륙인(一腹可生五六人) 한 어머니 뱃속에서 대여섯은 태어날 것 같구나
조연장관자(嘲年長冠子)
방관장죽양반아(方冠長竹兩班兒) 뿔난 관을 쓰고 장죽을 문 양반님이
신매추서대독지(新買雛書大讀之) 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큰소리로 읽는다
백주후손초출대(白晝猴孫初出袋) 그 모양은 대낮에 갓 태어난 원숭이 새끼 같고
황혼와자난명지(黃昏蛙子亂鳴池) 그 소리는 해 질 무렵 연못가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같도다
조지관(嘲地官)
풍수선생본시허(風水先生本是虛) 풍수를 한다는 친구들 본래 허황해
지남지북설번공(指南指北舌飜空) 남쪽이니 북쪽이니 쓸데없이 혀를 놀리지만
청산약유공후지(靑山若有公侯地) 청산에 만약 출세하는 명당이 있다면
하불당년장이옹(何不當年葬爾翁) 왜 네가 묻힐 곳으로 정해 놓지 않니.
타부(惰婦) - 게으른 부인
타부야적엽(惰婦夜摘葉) 개으른 아낙 밤에 나물을 캐서
재성죽일기(纔成粥一器) 겨우 죽 한 그릇을 끓였구나
주간암식성(廚間暗食聲) 부엌에서 가만히 먹는 소리는
산조선형용(山鳥善形容) 산새가 훌훌 나는 소리와 같구나
6) 영경시(詠景詩)
입금강(入金剛) - 금강산으로 들어가며
서위백발검사양(書爲白髮劍斜陽) 글공부하여 벼슬길 찾다가 어느덧 늙어 백발 되니
천지무궁일한장(天地無窮一恨長) 천지는 무궁한데 한갓 깊은 한을 어찌하리.
통음장안홍십두(痛飮長安紅十斗) 장안에 머물러 붉은 술 열 말을 퍼 마시고
추풍사립입금강(秋風簑笠入金剛) 가을바람 나면 삿갓 쓰고 금강산에나 들어갈까
*紅十斗-酒一斗
금강산(金剛山)1-금강산·1
촉촉금강산(矗矗金剛山) 뾰족뾰족한 금강산
고봉만이천(高峰萬二千) 높은 봉우리 일만 이천 봉
수래평지망(遂來平地望) 드디어 평지로 하산해서 바라보니
삼야숙청천(三夜宿靑天) 그 동안이 삼박사일 창공에서 사흘 밤을 묵었구나.
설중한매(雪中寒梅) - 매화꽃
설중한매주상기(雪中寒梅酒傷妓) 눈 속에 핀 매화는 술에 상해 지친 기생 같고
풍전고류송경승(風前槁柳誦經僧)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버들가지는 경을 외는 중 같구나.
율화낙화방미단(栗花落花狵尾短) 이미 떨어진 밤꽃은 삽살개의 짧은 꼬리 같고
유화초생서이철(柳花初生鼠耳凸) 갓 피어나는 석류꽃은 뾰쪽한 쥐귀 같네.
*橋-槁, 落花-已花
과광탄(過廣灘) - 광탄을 지나며
기년단장만배회(幾年短杖謾徘徊) 몇 년이나 단장 집고 이 강산을 만연히 배회하였나.
수외향산몽리회(愁外鄕山夢裏回) 시름 밖의 고향 강산은 꿈속에서나 떠돌 뿐
우국공제왕찬부(憂國空題王粲賦) 나라 걱정 부질없어 왕찬 같은 글이나 짓고
봉시허노가의재(逢時虛老賈誼才) 운 없어 가의 같은 재주로도 헛되이 늙어 가네.
풍취낙엽삼경급(風吹落葉三更急) 달 밝은 한밤 바람 불어 낙엽은 급하게 굴러가고
월도한의만호최(月搗寒衣萬戶催) 겨울옷 다듬이질 소리만 집집마다 요란하이.
악착생애하족탄(齷齪生涯何足歎) 악착같은 나의 생애 탄식한들 무엇 하리
휴배갱상봉황대(携杯更上鳳凰臺) 다시 한 번 술병이나 들고 봉황대에 오르겠네.
*謾-漫
*왕찬과 가의는 다 불우했던 중국 인사였음.
과보림사(過寶林寺) - 보림사를 지나며
궁달재천기역구(窮達在天豈易求) 궁달이 천명이니 어찌 쉽게 바꿀 수 있으리
종오소호임유유(從吾所好任悠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따라 임의로 노니네.
가향북망운천리(家鄕北望雲千里) 고향은 북쪽 바라보니 구름이 천리요
신세남유해일구(身勢南遊海一區) 몸은 남쪽 바닷가에 노니는 한낱 물거품
소거수성배작추(掃去愁城盃作箒) 시름 쓸어내는 이 술잔은 마치 빗자루 같고
조구시구월위구(釣來詩句月爲鉤) 시구를 낚아오는 저 달은 마치 낚시 바늘 같네.
보림간진용천우(寶林看盡龍泉又) 보림사를 다 보고 용천사로 또 떠나니
물외한적공비구(物外閑跡共比丘) 욕심 없이 한가한 내 모습 스님과 다름없네.
雪(설) - 눈
天皇崩乎人皇崩(천황붕호인황붕) 천황씨가 죽었는가 지황씨가 죽었는가
萬樹靑山皆被服(만수청산개피복) 온갖 나무와 산들 모두 상복을 입었구나.
明日若使陽來弔(명일약사양래조) 내일 만일 태양이 조문 온다면
家家簷前淚滴滴(가가첨전누적적) 집집마다 처마 앞에 방울방울 눈물 흘리리.
7) 영회시(詠懷詩)
自詠(자영) -이내신세
한송고점리(寒松孤店裏) 한그루 소나무 서 있는 외딴 주막에서
고와별구인(高臥別區人) 한가롭게 누었으니 속세 떠난 별난 사람
근협운동락(近峽雲同樂) 산골에서 가까우니 구름과 함께 즐기고
임계조여린(臨溪鳥與隣) 시냇물이 가까워 새와 더불어 이웃하네.
치수녕황지(錙銖寧荒志) 어찌 물질적 현실이 내 마음을 거칠게 하랴
시주자오신(詩酒自娛身) 시와 술로써 스스로 즐기고 있네.
득월즉대억(得月卽帶憶) 달 밝은 밤이면 곧 추억을 이끌고
유유감몽빈(悠悠甘夢頻) 유유하게 단꿈 속을 자주 드나든다네.
*憐-隣 *帶-覺
자고우음(自顧偶吟) - 살아온 길
소앙창궁생가초(笑仰蒼穹生可超) 껄껄 웃고 하늘 보나 마음속이 아득하고
회사세로갱초초(回思世路更迢迢) 지나온 길 돌아보니 다시 더 아득하네.
거빈매수가인적(居貧每受家人謫) 가나하게 지내니 늘 식구들의 핀잔을 받고
난음다봉시녀조(亂飮多逢市女嘲) 마구 마시니 시정 여인들의 조롱을 많이 만나네.
만사부간화산일(萬事付看花散日) 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 같이 여기고
일생점득명월소(一生占得明月宵) 일생을 밝은 달을 바라보듯 지냈네.
세응신업사이이(世應身業斯而已) 그렇구나. 내가 해온 일이 이뿐이니
점각청운분외요(漸覺靑雲分外遙) 벼슬은 점점 분수 밖에 멀리 있음을 깨닫겠네.
* 生-坐, 超-越, 世-野
영남술회(嶺南述懷) - 영남에서의 감회
초초독의망향대(超超獨倚望鄕臺) 높고 높은 망향대에 홀로 기대서서
강압기수쾌안개(强壓羈愁快眼開) 나그네 근심 억지로 눈 크게 뜨고 주위를 살피도다
여월경영관해거(與月經營觀海去) 달과 더불어 영문을 지나 바다 보러 나갔다가
승화소식입산래(乘花消息入山來) 꽃 소식 따라 또 다시 산 속으로 들어 왔네
장유우주여쌍극(長遊宇宙餘雙屐) 긴 세월 친지를 유람해도 아직 신 한 켤레 남았는데
진수영웅우일배(盡數英雄又一杯) 팔자 기구한 영웅 술이나 또 한잔하리라
남국풍과비아토(南國風光非我土) 남쪽나라 경치 좋다 해도 내 고향 아니니
불여귀대한빈매(不如歸對漢濱梅) 고향에 돌아가 개울가의 매화를 바라봄만 못하네
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끝으로 17,18수) 盧禛?(金笠?)
忘君是日又忘親(망군시일우망친) 이제 임금의 은혜를 저버리고 육친을 버렸으니
一死猶輕萬死宜(일사유경만사의) 한 번 죽음은 가볍고 만 번 죽어야 마땅하리
春秋筆法爾知否(춘추필법이지부) 춘추필법을 너는 아느냐?
此事流傳東國史(차사유전동국사) 너의 일은 역사에 기록하여 천추만대에 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