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내가 담당하는 수업은
1교시 고등 기초반의 국어
2.3교시 중등 아이들의 ‘자연으로 배우는 평화’
점심식사 후에 고등 아이들의 ‘글쓰기’ 시간이다.
오늘은 ‘자연으로 배우는 평화’ 시간에
학교 동산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식물과 마주하기’
나와 자연이 만나서 풀, 꽃,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마주해 대화하는 시간이다.
마주한 풀, 꽃, 나무를 그려보고,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을 글로 써보는 활동이다.
중등 아이들이 자기가 쓴 글을 낭독하는 것을 본 고등 아이들,
자신들도 해보고 싶다고 하여... 고등 아이들 글쓰기 시간에 같은 과제를 내 주었다.
막상 자연과 대화하는 것이 쑥스러워 장난처럼 쓴 글도 있고,
깊게 봄과 마주하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 아이들도 있다.
늘 아이들의 생각에 놀랍다.
툴툴거리고, 때로 말이 거칠고, 표현을 투박하게 하는 아이들.
그 마음 속에 간직한 따뜻한 마음이 있음을 믿기에,
그 마음을 서로서로에게 전하는 연습을 해본다.
먼저 자연에 다가가기.
평화감수성이 풍부해지길... ㅋ
이의진이 마주한 봄은 풀, 쑥, 개나리, 갈대이다.
풀
풀아 힘내
우리에게 밟혀도
힘을 내서 일어나렴.
개나리
개나리다.
이제 봄이 오는구나.
쑥
난 개인적으로 쑥떡이 별로다.
갈대는 여자의 마음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안돼요, 왜이래요. 이러지 마세요.
이대경은 보랏빛 제비꽃을 보고 이름을 찾아줄게 라고 말하고
네 이름이 뭐야?
이름 모를 꽃아, 언젠가는 네 이름을 찾아줄게
이 꽃을 보고 작고 이쁘다고 생각했다.
벚꽃
벚꽃아 벚꽃아 빨리 피렴
벚꽃이 다 필 때 사진 찍어야겠다.
썩은 나무
썩은 나무야 그동안 수고했다.
썩은 나무를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목련
목련아, 빨간색으로 칠해서 미안해.
하얀 색연필이 있으면 다시 그려줄게
목련을 보고 벌써 나왔어? 라고 생각했다.
김순형은 이름 모를 나무들과 이야기 하였다.
이름 모를 나무 1, 2, 3
한 나무를 그렸다.
그 나무
이름 모를 나무
정말 그리기 쉽다.
한 나무를 그림으로 그렸다.
이번 나무는 조금 그리기 어려웠다.
역시 이름은
이름 모를 나무
이름 모를 나무가 하나 더 생겼다.
이번 나무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 인 것 같다.
열리면 먹어 봐야지
.....
앵두나무꽃
앵두나무꽂이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
하지만 세밀하게 그리기는 어렵다.
꽃이 지면 맛있는 앵두가 열리겠지.
중등 학생회장 김용일의 글이다. 중3 아이들은 시인이다.
개나리와 봄
나리 나리 개나리야!
너는 왜 봄에만 쫓을 피우니?
너의 그 예쁜 꽃을 사계절 모두 보여줘.
나무와 식당
언제나 허전한 식당 뒤를 채워주는
너의 존재감.
나는 항상 너가 부러웠다.
너처럼 되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 자리를 지켜주고, 채워주는
너의 존재감이 영원하길...
잡초
잡초야 미안, 이름을 모르겠다.
쑥
쑥아!
쑥쑥 커라
쑥쑥 자라라
하지만 많이 자라지 마라
못 먹는다.
강여천은 동산에서 만난 봄에게 ‘미안해’라고 말한다.
세잎 클로버
세잎 클로버야 미안해
차별해서 미안해.
네잎 클로버만 좋아해서 미안해.
솔잎
솦잎 나무야, 미안해
너의 본 모습은 이쁘지만
내가 못 그려줘서 미안해.
잔디
잔디야, 미안해.
내가 맨날 널 밟아서 정말 미안해.
낙엽
낙엽아 미안해
까칠까칠한 빗자루로 널 쓸어서 정말 미안해.
심민경은 개나리, 목련, 제비꽃, 앵두나무꽃을 예쁘게 그려줬다.
개나리
노오란 개나리는
봄과 잘 맞는 색이다.
그런데 개나리는
봄을 좋아하는 걸까?
목련
아직 다 피지 않은 꽃이
마치 수줍음을 타는 것 같구나
봄은 너의 무대와도 같고
너는 주인공과도 같다.
이은민은 봄에 만난 친구들과 자기를 동일화 하여 이야기를 건다.
나무 밑둥
나무 밑둥이 주인이 아니다.
............
늘 어디에서나 조용한 나와 비슷하다.
소나무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아 어느 때나 같은 잎으로 사는가
자신의 모습을 잃어 버지고 싶지 않아 잡고 있는가.
제비꽃
제비꽃인가?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봄이 시작될 때마다 매년 반갑게 맞이하는 제비꽃은
볼 때마다 제비와 멀다고 느껴진다.
문득 제비꽃에게 ‘제비와 닮지 않았네’라고 물을 때면
“봄을 가져다주는 나는 제비가 아닌 꽃, 제비와 다른 꽃, 제비꽃이야”
넝쿨
넝쿨이다.
무엇이 무서워 껴안은 것인가?
아니 넝쿨은 나와 다르다.
홀로 있는 벽을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넝쿨이 필요하다.
장난스럽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차대욱의 짧은 글
벚꽃
널 보러 혼자 오는게 아닌데...
태백이
태백아 너는 어느 산에서 왔니?
제일 큰 나무
넌 그냥 크기만 하구나!
잡초
미안해 준영인줄 알았어.
솔방울, 민들레, 넝쿨과 만난 수민이
넝쿨
기둥이 아파하겠다.
이제 그만 손 놓아 주고
다른 데에 붙어라.
민들레
민들레야 민들레야
너는 왜 들에 피지 않고
좁은 돌틈에 피냐
민들레야 민들레야
좁은 돌 틈에서 시들지 않고
노란꽃을 피워내는 민들레야
앞으로는 돌틈에 피지 말고
새하얀 눈같은 씨를
넓은 들판에 퍼트리렴.
내 눈앞에 떨어진 솔방울
길을 지나가던 도중
내 눈앞에 떨어진 솔방울
내 머리를 때리려다 옷 때렸네
이것도 인연인데
널 그려줄게.
짧은 머리 임준영은 잔디를 보고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내 머리 잔디와 똑같지요’라고 하고.
남자생활관 앞 감나무를 보고 신우림은 ‘이제보니 너 투톤이구나!~, 검은 펜밖에 없어서 표현할 수가 없구나. 미안’이라고 썼다. 화분에 심겨진 나무에게 ‘너는 화분에 갇혀있어서 더 배고프겠다. 대신 내 사랑줄게 ㅋ’라고 썼다.
이민주는 무리지어 핀 작은 꽃을 보고 수줍게 꽃이 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봄과 여름사이에 폈다가
져버리는 꽃
한 곳에서만 무리지어 폈다가
져버리는 자그마한 꽃
나도 꽃이 되다면
이 꽃이 되고 싶다.
이경미는 오랫동안 꽃 앞에 앉아서 바라보다
벚꽃
흰색 바탕에
수채화 물감을 톡 찍어 놓은 듯한
색
바람에 흔들려
살랑살랑 춤출 때 마다
나는 은은한 너의 향기
벚꽃
그대로 계속 있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