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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여행 팔일째 (톨레도 - 마드리드)
어느덧 여행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내일이면 행복했던 여행도 마무리 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오늘의 일정은 비교적 여유 있는 편이다. 톨레도를 다녀와서. 저녁땐 그동안 여러 가지로 수고하여 주신 테츠카 선생님을 위한 저녁식사가 예정되어 있다.
마드리드에서 기차로 톨레도로 이동한다. 간단한 짐 검사가 있었고, 열차가 출발하고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창밖의 풍경들을 감상하면서 삼십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 삼면이 이베리아 반도 최장의 타호강에 둘러 쌓여 있는 곳 . 스페인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역사 도시 톨레도이다.
톨레도 역에 내리자마자 시선을 확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역사 건물이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잠시 지체한 후 역사 밖으로 나서니, 관광의 도시 답게 제일 처음으로 보이는건, 톨레도 시티 투어 버스다.
아름다운 톨레도 역사 (기차역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투어 버스를 타고 돌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택시로 5분거리인 톨레도 마요르 광장에 도착, 첫 번째 목적지인 톨레도 대성당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골목 골목 작은 기념품 가게나, 과자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이런 곳들은 성당을 방문하고 나서 천천히 둘러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엘그레코의 성의를 탈의하는 예수의 그림이 있는 톨레도 성당은 1227년에 건설을 시작하여 266년이 지난 1493년도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거의 삼백년에 걸쳐 완성된 만큼 그 규모도 대단하다. 건물의 길이 113m, 너비 57m, 중앙의 높이 45m에 이른다고 하는데, 꼭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지 않더라도, 밖에서 볼 때도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톨레도 대성당 전경 ( 카메라 화면에 다 들어가지 않는다.)
10유로라는 조금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본다.
대성당 입장권과 성당 안내서
약간 어두운 실내. 권위를 나타내는듯 거대한 기둥들과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성당 천장의 프레스코화 (회반죽이 마르기전에 재빠르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 프레스코화의 특성상, 화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엄청난 육체적 고통이 수반된 작업이었으리라)
햇살을 받아 신비롭고 영롱하게 빛나는 스테인드 글라스
엘그레코의 성의를 탈의하는 예수
그림에서 오른쪽 아래 바닥을 바라보는 사람과, 왼쪽 아래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곳. 구겨진 편지 같은 하얀 쪽지가 보인다.
엘그레코는 그 속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고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확인 했을 것을, 복습의 과정에서 알았으니 아쉽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공부를 하고 갔었더라면, 큰 성당 안에 채워진 보물들을 놓치는것 없이, 더 자세하게 보고, 느끼고 감동까지 얻어 올 수 있었을 텐데..... 여행 준비가 부족했던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성당 안내서를 보니 미사 시간이 나와 있다. 중세의 톨레도 성당에서의 미사라.... 여기서 그레고리오 성가라도 울려 퍼진다면, 신실한 신자가 아니더라도, 왠지 그 장엄하고 성스러운 분위기에 저절로 마음이 정화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겠는가. 시간만 맞출 수 있다면 미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 저러한 아쉬움을 가지고 성당을 나섰다. 나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올까?
대성당을 나와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다니며, 기념품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발바닥이 아프도록 돌아다닌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대성당의 첨탑
처음에 도착했던 마요르 광장으로 나와 반대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밀 조밀 작은 상점들이 몰려 있는 대성당 가는 길과는 대조적으로 한산하다.
대성당 맞은편으로 난 이 문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오른쪽 옆으로 빵집이 보인다(맛있는 집이라고 소문난 곳이라고 하여, 나도 과자 몇개를 구입하였다~^^)
바닥조차 아름다운 톨레도 거리에서 열심히 잘 다녀준 발 사진도 찍고
스페인의 자랑인 세르반테스의 동상 앞에서 해맑게 웃어도 보고
기념품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습도 담아 본다.
이제 다른 길로 인적이 드문 언덕길을 오르니 바로 톨레도의 알카사르성이다. 알카사르는 아랍어로 궁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세고비아의 아름다운 알카사르성을 먼저 보았기 때문일까? 톨레도의 알카사르성은 소박하게 느껴졌는데, 직사각형의 형태로 각 모서리의 거대한 탑이 인상적이다. 정사각형 바닥 평면과 그 귀퉁이에 탑을 설치하는 건축 방법의 기원이 된 것이 바로 이 알카사르성이라고 한다. 이 성은 스페인 내전 당시 완전히 파괴 되었다가 나중에 완벽하게 다시 복원한 것으로 현재에는 군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곧 모여야 할 시간이었으므로,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
톨레도의 알카사르성. 지금은 군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톨레도는 도시 전체가 역사 박물관이라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하루나, 길게는 이틀 정도 머무르면서 엘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 있는 산토 토메 교회나, 엘그레코의 집, 고고학 박물관등을 견학하면서, 중세의 도시 톨레도를 천천히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화가 엘그레코. 엘그레코는 16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스 화가로, 이름인 엘그레코는 스페인어로 그리스사람이라는 뜻이다. 로마에서 충분한 재정적 지원 없이 작업하던 그가 스페인 교회 관료의 도움으로 톨레도에 정착하게 되고, 이곳 톨레토에서 40년을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엘그레코라고 불렀고, 지금까지도 본명인 도메니코스 테오토코 풀로스보다 엘그레코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회화의 잘 보이는곳에 그리스문자로 자신의 본명을 적어 넣었다고 한다. 회화에 서명을 넣는다는 것은 당시에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는데, 화가로서의,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 생각해 본다.
스페인의 3대 화가라면, 벨라스케스, 고야, 그리고 엘그레코라는데, 어째서 나는 그를 알지 못하였을까..... 여튼, 그의 그림은 몇 점 밖에 보지 못하였지만, 색이 주는 느낌이 신비롭다. 엘그레코를 공부하다가 발견한 그림중 신비한 푸른색으로 뒤덮인 ‘톨레도 풍경과 지도’는 실제 본 것이 아닌데도 가슴이 설렌다. 엘그레코의 집에 이 그림이 있다는데, 직접 보았다면 어땠을까.... 더 알고 싶고, 앞으로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화가이다.
톨레도의 작은 식당에서 신선한 샐러드와 파예야로 조금 늦은 점심 식사를 한다. 작은 식당에서의 음식을 주문하고,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웠던 이야기들을 나눈다. 한 순간도 버릴 것이 없는 즐거운 추억의 순간들이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위해 역으로 향하는 길. 테츠카 선생님은, 톨레도 도시 전체를 한 눈에 조망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우리를 이끄셨는데, 그곳은 파라도르 호텔. 양해를 구하고, 이곳 옥외 카페에서 톨레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아.... 그 감동이란...... 중세로의 시간 여행. 시간은 멈추어 있고, 푸른 하늘아래, 저 멀리 대성당과 알카사르성이 보인다. 그리고 코발트빛의 타호강이 이 모든 것을 넓은 품에 끌어안듯이 흐르고 있다. 근사하다. 나는 지금 중세의 역사 도시 톨레도에 있다. 그리고 엘그레코가 그랬듯이 나도 이 도시를 참 많이 사랑하게 될 듯하다.
도시를 품에 안고 흐르는 코발트빛 타호강과 오른쪽으로 알카사르성, 왼쪽에 대성당이 보인다.
엘그레코 “톨레도 풍경과 지도”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과 나란이 두고 감상하니, 그림 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마드리드 아토차역에 도착하니 오후 6시 이전이다. 저녁 식사를 일찍 하고 휴식을 취하면 좋으련만, 예약한 식당은 저녁식사 준비는 오후 8시부터이니, 그 이전에는 식사를 제공해 줄 수 없단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매뉴얼대로.... 요즘엔 한국의 식당들도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곳이 많아졌지만, 오후 8시면 좀 늦은 시간인데, 아직 적응이 잘 안된다.
호텔에서 조금 쉬다 나갈 것인가, 마드리드 시내를 다시 한 번 가 볼 것인가.....
서현언니와 원장님은 잠시 고단한 몸에 안식을 주러 호텔로 향하고, 선생님과, 영애언니, 미정언니, 해미와 나는 씩씩하게 다시 마드리드 시내로 향했다.
내일이면 안녕해야 하는 곳. 플라사 마요르 (마요르광장)에 다시 한 번 인사를 고한다.
Adios.... 오래도록 기억될 이곳.
마드리드 중심부 제로 베이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마요르 광장에 해가 지기 시작한다. 우리 여행의 시계도 이처럼 저물고......
솔 광장에선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 그들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어둠이 내리는 자리엔,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고..... 솔 광장의 마스코트. 살딸기 먹는 곰동상도.....안녕... 안녕....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솔 광장역으로 지하철을 타러 가야지.
스페인에서 첫 식사를 했던 그 식당에서 테츠카 선생님과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식사시간. 며칠동안 동행했던 피아니스트 요코 선생님도 함께하는 즐겁고 맛있는 시간이다.
긴 여정동안 젊은이보다 더한 열정과 에너지로 우리를 가이드 해 주셨던 테츠카 선생님. 내 이름에 들어간 꽃 화(花)에, 일본어로 꽃을 하나라 하니, 하나짱으로 불러주셨던 테츠카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나는 어린아이가 된 듯,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었음은 말 할 것도 없다.
“테츠카 선생님. 선생님이 함께 해 주셔서, 더욱 풍성하고 알찬 여행이 되었습니다. 또한, 많이 배우고, 즐겁게 사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도 행동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는 행복했던 스페인 여행을 추억할 때 마다, 선생님도 함께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열흘 남짓한 시간 속에서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런 헤어짐에는 언제나 익숙해지려는지.... 그렇게 아쉽고 고마운 마음들을 서로 나누는 시간도 끝이 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테츠카 선생님과 요코 선생님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해 드렸다. 무엇이든 서투르더라도 표현해야 알 수 있고, 알 수 있어야 더 잘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언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고 싶은 말이 뜻대로 되지 않아 어려워 할 때, 상황에 적절한 단어들을 가르쳐 주었던 요코선생님.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고마웠다며 CD 한 장을 건네주신다.
선물로 받은 요코 선생님의 연주 음반 (알베니스, 그라나도스등의 기타 명곡이 피아노로 연주되어 있다)
앗! 이것이 무엇인가? 2011년에 발매된 요코 선생님의 연주 음반이다. 여행 중 있었던 요코 선생님의 연주회에 가지 못한 아쉬움이 컸었는데, 뜻밖의 선물에 아쉬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예쁜 추억이 하나 더 쌓였다.
CD에 싸인을 받고 숙소에 돌아와 살펴보니, 이 음반은 좀 특별하다. 잘 알려진 피아노곡을 연주한 음반이 아니다. 오히려, 피아노보다, 기타로 더 많이 연주되는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스페인적인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타 연주곡으로 익숙한 알베니스, 그라나도스, 타레가, 망고레를 피아노로 들을 수 있다니..... 감동이다. 일상으로 돌아가 이 음반을 들을 때마다, 스페인 여행의 추억 속에 기타와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겠지. 늘 곁에 두고 감상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선물, 감사합니다. Gracias
요코 선생님과 로마 수도교를 배경으로 (바람이 불어 표정이 재미있다..ㅋ)
시간이 참 빠르다. 이번 여행, 스페인에서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그동안의 시간들을 생각해보니,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알차고 꽉 찬 시간들이었다. 내일은 행복한 여행의 정점을 찍을 프라도 미술관. 그곳은 나에게 어떤 기억들을 선물로 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의 문을 살며시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