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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신비 간직한 남한 최고의 산
한라산
모처럼 친구들과 2박3일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주말을 이용 금요일 저녁 7시반 비행기에 탑승, 제주도 남쪽 표선에 있는 샤인 빌 리조트에 머물렀다. 첫날인 토요일에는 도보여행코스인 '올레길'를 걸어보고, 다음날에는 친구들과 별도로 나홀로 한라산 등반길에 나섰다. 한라산은 영실코스와 어리목 코스로 윗세오름까지는 여러번 오른 적이 있으나 백록담 정상까지 오르기는 10여년만에 두번째이다.
날씨가 정말 화창하다. 정상의 백록담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에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한라산을 오르는 길은 성판악코스 (성판악->정상까지 / 9.6km / 4:30 소요), 관음사코스 (관음사->정상 / 8.7km / 5:00 소요), 어리목코스 (어리목->윗세오름 / 4.7km / 2:00 소요), 영실코스(영실->윗세오름 / 3.7km / 1:30 소요) 가 있다.
현재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는 정상출입이 허용되고 있으나,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는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만 등반이 허용되며 돈네코코스는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등산을 통제하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내에서는 관음사 야영장에 한하여 취사와 야영이 가능하며 그 외에는 취사 및 야영을 금지하고 있다. 한라산은 일기가 급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전에 확실한 산행 준비를 요하며 특히 지역에 따라 물이 귀하여 식수는 사전에 꼭 지참하여야 한다.
이번 한라산 등산은 성판악에서 백록담 정상을 오른 후 관음사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지도상으로는 약 9시간 소요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작년 10월 혼자서 설악산 대청봉과 공룡능선을 1박2일 총 18시간에 걸쳐 넘은 후 고산산행으로는 8개월만에 다시 나홀로 산행이다. 한라산 등 국립공원의 경우 지도표시가 잘 돼 있어 혼자 산행을 해도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생각으로 애써 태연한 마음을 가져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난한 등산코스중 하나인 공룡능선의 나홀로산행 경험도 자신감을 더해준다.
한라산의 높이는 해발 1,950m이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제3기 말∼제4기 초에 분출한 휴화산이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줄기는 제주도 중앙에서 동서로 뻗는다. 남쪽은 경사가 심한 반면 북쪽은 완만하고, 동서쪽은 비교적 높으면서도 평탄하다.
정상에는 둘레 약 1.7㎞, 지름 500m의 화구호인 백록담(白鹿潭)이 있으며, 주위 사방에 흙붉은오름[土赤岳]·사라오름[砂羅岳]·성널오름[城板岳]·어승생오름[御乘生岳] 등 360여 개의 측화산을 거느리고 있다.
1002년(고려 목종 5)과 1007년에 분화하였다는 기록이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나오는데, 1455년(조선 세조 1)과 1670년(현종 11)에는 지진이 일어나 피해가 컸다는 기록도 있다.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해마다 1월 마지막 주에는 어리목을 중심으로 눈꽃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제주도는 2007년 6월 27일 제주화산섬 자체와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전세계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성판악코스의 경우 버스 이용시에는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16도로 경유 서귀포행 시외버스를 타고 약 40여분 지나면 등산입구인 성판악휴게소에 이른다. 성판악코스는 한라산 등반코스중 평탄하고 무난한 코스로 등산로 중간에 있는 봄철 진달래꽃이 장관을 이루는 진달래밭이 유명하다. 이 코스의 특징은 등반길이가 긴 반면 등산로가 비교적 평탄하며, 진달래밭 까지는 숲에 가려져 전망이 그리 좋지 않으나 진달래밭에 이르러 시야가 트이며 사방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구상나무 군락지를 지나 약 1시간30분 소요된다.
등산로에는 서어나무 등 활엽수가 우거져서 삼림욕하면서 걷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이다. 등산로는 주로 돌길로 되어 있어서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5.2km 지점에 사라악 약수터가 있으나 물은 준비하는 것이 좋다. 속밭대피소까지는 등산로가 평탄한 편이고, 사라악약수터부터 진달래밭까지는 약간의 경사가 있다.
아침 7시 반경에 성판악휴게소에 도착, 오랫만에 온 곳이라 잠시 여기 저기 둘러봤다. 성판악휴게소는 그 자체가 해발 750m 높이에 위치해 있으며, 주차장, 화장실과 함께 '성널샘'이라고 부르는 샘도 있다. 아침식사를 하지못하고 올라온 등산객들의 경우에는 이곳에서 간단히 해장국이나 김밥, 국수, 오뎅 등을 사먹을 수 있다. 등산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한라산 정상 등산안내'판에는 주요구간별 거리, 왕복 총 19.2km, 9시간이 소요된다는 안내와 함께 진달래밭대피소에서 13:00 이후에는 정상에 오르지못한다는 주의표시가 되어 있다.
드디어 7시40분경에 산행을 출발했다. 등산로입구부터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완전한 숲길이다. 나무계단, 돌계단, 목제데크길로 평평한 산책로가 계속 이어진다. 약 40분쯤 가니 해발 900m표지석이 나타나고 다시 20분 쯤 더 가니 1,000m 표지석이 보인다.
아침산행길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여름 등산인데도 덥지가 않고 시원하기만 하다. 새소리, 바람소리가 정겹다. 자연의 소리를 벗삼으면서 혼자서 한라산 정상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하늘을 덮고 있는 빽빽한 숲속 바닥은 온통 산죽으로 덮혀 있다. 산죽밭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기분이다. 등산로 양쪽은 입구부터 계속 로프줄로 펜스를 쳐놓고 있어 로프를 넘어가지만 않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주말이라 등산객들도 자주 만난다.
성판악대피소에서 4.1km, 1시간 20분 정도 오르면 속밭대피소에 이른다. 제법 넓은 공간에 정자 모양의 대피소가 세워져 있고 화장실도 있다. 이곳에서 잠시 쉰 후 다시 진달래밭대피소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몇분 정도 오르니 다시 1,100m 표지석이 나타나고 ,속밭대피소에서 1.1km, 20분 정도 오르면 샘터가 있다. 사라악약수터라고 부르는 샘터이다. "이곳 외에는 마실 물이 없습니다"라는 안내도 걸려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약간의 비탈길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숲은 여전히 울창하다. 사라악약수터에서 30분 정도 더 가면 1,300m표지석이 다시 나타난다. 얼마나 더 올랐을까. 하늘을 찌르는 울창한 숲이 사라지고 낮은 키의 관목숲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갑자기 하늘이 훤히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서 사람들이 지껄이는 소리도 들린다. 진달래밭대피소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10시 반경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했다. 이곳 대피소는 해발 1,500m높이에 위치해 있다.
성판악에서 이곳까지는 7.3km, 2시간 50분이 걸렸다. 성판악에서 진달래밭대피소까지는 매우 완만한 비탈길이다. 중간에 약간의 돌계단, 나무계단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지길 수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대피소안 공간이 꽤 넓다. 이곳에는 매점도 있고 화장실도 여러개 있다.
대피소 입구에는 한라산 진달래밭의 전설도 씌여있다. 이곳 한라산은 4월과 5월에는 털진달래가 온산을 뒤덮고, 6월에는 산철쭉이 푸른 잎사귀와 함께 붉은 꽃 물결을 이룬다. 오백장군의 흘린 피가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되어 한라산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 30분 정도 쉰 후 11시에 다시 산행길에 나선다. 등산로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13;00 이후에는 정상에 갈 수 없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왕복시간이 거의 9시간 내외 걸리다 보니 당연한 경고이다. 하절기(5-8월)에는 13;00, 춘추절기(3,4,9,10월)에는 12;30, 동절기(11,12,1,2월)에는 12;00로 통제시간이 바뀐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 백록담 정상까지는 2.3km 남았다.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곳에서부터는 지대가 높아 낮은 구상나무숲이 이어지고 오르는 길도 약간 가파르다. 대피소에서 20분쯤 오르면 1,600m 표지석이 나타나고 다시 20분 더 가면 1,700m 표지석이 보인다. 시야가 트이면서 한라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뒤로는 내가 올라 온 산 허리가 평야처럼 광활하게 펼쳐지고 멀리 정상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도 보인다.
등산로 길가에는 이름모를 꽃들도 여기 저기 보인다. 특히 구상나무숲길에는 낮은 나무에 핀 붉은 색의 꽃이 만발해 있다. 붉은병꽃이라고 불리워지는 꽃나무이다. 구상나무군락지대를 1시간쯤 걸어가면 급경사가 나온다. 구상나무는 해발 1,500m 이상에 분포되어 있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구상나무숲길이 끝나면서 계단길이다. 계단 시작점에는 1,800m 높이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계단길 주위에는 나무들이 거의 없다. 마치 황무지 같다. 계단 사이 사이에 노란색의 구름미나리아제비꽃이 여기 저기 보인다. 급경사의 계단 길을 숨가쁘게 오른다. 계단 중간 쯤 올랐을까? 조그만 노루 한마리가 바위 뒤에서 놀라 뛰어나간다. 반갑다. 한라산 노루가 이 높은 곳까지 오르는 가 보다. 나무계단을 20분 가까이 올랐을까? 정상안내소가 보이고 넓은 목제데크 공간에 모여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정상이 눈앞이다. 오랫만에 올라보는 한라산 정상, 마음이 설레고 걸음이 빨라진다.
드디어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이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 정확히 1시간 30분 걸렸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 화산폭발의 자취인 백록담 분화구가 있는 곳. 갑자기 2년전 여름에 올랐던 백두산 천지가 생각난다. 백두산 천지를 돌아 8시간 반 동안 서파에서 북파로 2,664m의 청석봉, 2,691m의 백운봉 정상 등을 넘었었고, 오늘은 오랫만에 남쪽 끝 한라산 정상 백록담 앞에 다시 서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정상에는 안내소와 함께 '한라산 동능 정상'이라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고 백록담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목제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앞에는 백록담 둘레 1.7km, 깊이 108m라는 안내판도 있다.
백록담은 옛부터 신선들이 힌 사슴을 타고 놀았던 연못이라는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늦은 봄에도 녹지않아 은빛처럼 하얗게 빛나는 설경을 녹담만설(鹿潭晩雪)이라 하여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로 불리운다. 백록담에는 한라산 특산식물을 포함한 167여종의 식물이 자생하며, 분화구 안 구상나무 숲에는 수십마리의 노루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날씨가 너무도 화창하다. 백록담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좌측 능선 남벽 아래 구상나무숲이 보이고, 우측 바닥에 물이 조금 고여 있다. 10여년 전에 올랐을 때는 운무에 가려 겨우 사진을 찍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백록담의 속살이 고스란히 보인다. 비가 오지않아서인지 백록담 안에 물이 조금밖에 없다. 여름인데도 이곳에 오르니 제법 쌀쌀하다. 서둘러 바람막이옷을 꺼내입고 가져온 빵 몇조각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대신했다. 정상 목제펜스에는 성판악 코스 9.6km, 관음사 코스 8.7km라고 쓰여진 나무판이 걸려 있다.
정상에서 약 30분쯤 머믄 후 1시 경에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 입구는 목제데크길이다. 유네스코자연유산에 속해 있는 한라산 등산로가 너무 인공적인 곳이 많아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한라산국립공원의 신용만 씨에게 물어보니 등산객들의 편의와 함께 한라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하산길에는 여기 저기 고사목들이 서 있다. 우측은 넓은 구상나무숲이다. 발가벗은 고사목들이 파란 구상나무숲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생과 사의 극명한 비교이다.
10분 쯤 내려오니 좌로 백록담 모습이 더욱 가까이 보인다. 로프로 펜스를 만들어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다시 5분 정도 내려오면 좌측으로 백록담 우측 북벽 암릉과 암벽이 잘 보이는 곳에 이른다.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한라산 정상의 웅장한 암릉과 절벽이 절경이다. 백록담 전망대에서는 볼 수 없는 경관이다.
백록담 정상에서 1.3km 정도 내려오면 왕관바위 헬기장이다. 왕관바위는 관음사코스를 대표하는 절경 중의 하나이다. 산 정상에 왕관을 쓴 것 처럼 거대한 바위군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웅장하다. 왕관바위는 이곳에는 잘 보이지않고 삼각봉 대피소 가는 건너 등산로에서 바라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헬기장에서 하산길쪽으로 바라보면 북벽암릉에서 내려오는 아름다운 능선이 보이고 능선상단에는 병풍바위 모양의 암벽도 보인다. 장구목바위라고 하는 암벽이다.
헬기장 좌측으로 가파른 등산로를 내려가면 계곡 아래에 용진각대피소 터가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의 신용만씨에 의하면 이곳은 2년전 태풍 나라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용진각 계곡은 비가 많이 오면 등산객들이 건너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 현재 용진각현수교를 설피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8월경이면 완공될 예정이라 한다.
용진각 계곡을 건너 30분 쯤 가면 삼각봉대피소에 이른다. 삼각봉대피소는 용진각대피소가 없어진 후 새로 지은 대피소이다. 삼각봉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이다.
삼각봉 가는 길에 바라 본 건너 왕관바위와 백록담 암벽,암릉과 계곡이 장관이다. 삼각봉은 백록담 정상에서 2.4km, 약 1시간 반 정도 내려오면 뾰족하게 우뚝 솟아오른 암봉이다. 이곳에서 관음사까지는 아직 6.3km남았다. 모양이 삼각형 모양의 바위봉우리여서 삼각봉이라 이름 붙여졌다. 삼각봉대피소에서 조금 내려오면 개미목이라고 부르는 등산로를 지나게 된다.
삼각봉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하산길을 재촉한다.
삼각봉대피소에서 1시간 정도 더 내려오니 해발 1,000m 표지석이 보이고, 그곳에서 다시 10분 정도 더 내려오면 탐라계곡대피소에 이른다. 정상에서 이곳까지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탐라계곡대피소에서 관음사등산로입구까지는 3.2km거리이다.
탐라계곡대피소에서 50분 정도 내려가면 좌측계곡에 구린굴이라는 굴을 만나게 된다. 이 굴의 총 길이는 442m, 진입로의 너비는 대략 3m쯤 되는데 조상들이 구린굴을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로 활용하였다는 내용이 문헌에 남아있으며, 구린굴 밖의 주변을 살펴보면 선인들이 남긴 집터와 숯가마터흔적도 볼 수 있다.
구린굴에서 관음사 등산로입구까지는 이제 1.5km남았다.
한라산은 성판악에서 정상을 거쳐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동안 정상부근 일부만 제외하고는 거의 전 등산로가 울창한 숲길로 되어 있어 봄, 가을, 겨울은 물론, 여름산행 코스로도 매우 좋은 곳이다. 1,950m의 높은 산을 이렇게 어렵지않게 오를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이다. 성판악 코스는 완만한 숲길로 되어 있어 오르기는 쉽지만 경관이 덜 좋은 반면, 관음사 코스는 가파른 편이지만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훌륭하다. 따라서 기왕 한라산 정상을 오른다면 성판악 코스로 올라서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는 것이 한라산의 진면목을 보는 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등산로 주변이 거의 내내 산죽밭으로 되어 있는 것도 특이하다. 등산로에서 보이는 것으로만 말한다면 한라산 전체가 온통 산죽으로 덮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성판악에서 새벽공기를 가르며
수평선처럼 잔잔하게 깔려있는 산죽밭 사잇길 따라
한라산 백록담 정상을 오른다
깊은 숲 그늘 아래
온통 산죽물결이 출렁인다
산죽은 자기분수를 잘 지키며 산다
키가 크면 바람앞에 쉽게 부러질수 있다는 걸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늘 낮은 자세로 이름없는 풀나무로 사는데 만족한다
혼자 독불장군으로 살지도 않는다
함께 모여 서로 몸을 비비고 의지하면서
이웃들과 따뜻하게 살아간다
얇은 잎가지에 아침이슬이 영롱하다
바람소리에 몸을 흔들어 화답하고
새소리 풀벌레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울창한 나무가지 틈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수줍은 듯 몸을 움추리고 고개를 숙인다
산죽의 겸손함과 살아가는 지혜
새삼스럽지만 오늘 또 한 수 배웠다
드디어 관음사 야영장이 있는 관음사 지구 안내소에 도착, 혼자 천천이, 여유있게 산행하다 보니 총 9시간이 소요됐다. 진달래밭대피소에서의 30분 쉰 시간을 뺀다면 8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글/사진 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