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끓인 황태국은 맛이 좋습니다. 그런데 밤에 해놓은 밥이 질고 딱딱하고 영 맛이 없습니다. 특히 쌀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 인터넷과 각종 네트웍이 되지 않아 갑갑하기 짝이 없고 게다가 현관문이 시건이 되지 않습니다. 관리인은 볼 수도 없고. 몇 번을 들락날락하다가 7시 34분 차가 7시 26분에 오는 바람에 간신히 허겁지겁 승차. 김녕 남흘동 정류소에서 하차. 바닷가 넓은 공터 시작점에서 8시 5분 올레 걷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다행히 비가 오지 않습니다. 바람은 불지만 흐려서 했빛이 나지 않아 걷기 좋습니다. 김녕 성세기 해변 모래밭을 배경으로 기념 인증 샷.
자그만 환해장성을 지나고 해변과 들길들을 걸어 월정 해변. 10시 15분. 해변 전에 올레 맛집 월정 해녀의 집은 시간이 너무 일러 그냥 지납니다. 그리고 풍력 발전 인증 단지.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쉬이익 기이한 음을 내며 돌아 갑니다. 큰 것 작은 것 바다에 있는 것 등 다양한 11기가 있고 다음 지점에 11기가 또 있습니다. 월정 해변은 해수욕장이고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다리쉼을 좀하다가 해변 전망 좋은 찻집에 들어갑니다.
점심 밥값과 맞먹는 비싼 커피라떼로 폼을 잡으며 쉬다가 다시 걷습니다.
길가 간판에 농공단지내 어촌계 식당이 있다고 되어 있어서 내심 그 곳에서 점심을 먹었으면 하였습니다. 시간도 얼추 열두시 쯤 될 것 같아서요. 그러나 거대한 양식장 등을 돌아 나가면서도 식당은 찾을 수 없습니다. 영원 포구 지나 좌가 연대.
이번 코스에도 개들이 많습니다. 풀어 놓은 개들도 많아서 막 쫓아 오기도 하고 사람이 끌고 가던 어떤 송아지만한 큰 개는 내가 올레 길을 놓친 것 같아 물어보려는데 내게 마구 기어 올라 기겁을 했습니다. 에구머니나 개새끼.
결국 제 때 점심을 먹지 못하였습니다. 귤 한 개 그리고 양갱 하나로 간신히 기갈을 면합니다. 추수한 당근 밭에서 이삭을 하나 줍습니다. 버려진 당근 이삭이 너무 많습니다. 아깝기 짝이 없습니다. 흠이 있거나 너무 크거나 작은 것 등 상품 가치가 떨어 지는 것들은 가차 없이 버려서 추수한 밭에 당근이 즐비합니다. 이곳 평대리의 당근이 전국 수확량의 6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우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여자 올레 꾼과 잠시 대화. 서울에서 왔다는데 참 발걸음이 가볍 습니다. 오늘 20,21코스를 다 한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아마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동리 지나며 12시. 이제 별 수 없이 세화리 20코스 종점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부지런히 걸어 1시 10분. 20 코스를 마칩니다.
어제 그 이천 식당의 정식. 주인과 대화합니다. 주로 배달을 전문으로 하니 홀에는 주력하지 않는답니다. 당근 밭 일하는 곳에 10여명 이상이 보통이고 밭가운데 묘소를 이장하는 일이 한 달에 두세번 있는데 보통 50명에서 백명 분을 한답니다. 해안가 쓰레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올레꾼이나 관광객이 쓰레기를 버린다하는데 그게 아니다. 폐어구들, 건축 폐기물, 생활 쓰레기들인데 그게 왜 올레꾼이 버린 것이냐 그랬더니 고충을 이야기 합니다. 쓰레기를 안 치우는게 아니랍니다. 하루 죽어라 치워도 다음날 파도에 다시 쓰레기들이 몰려 온답니다. 작년에 일본 톳, 먹지 못하는 톳이 어마어마하게 밀려 왔는데 이놈은 치우지 않으면 부패해서 그 악취를 견딜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어선들이 쓰레기를 싣고 나가 바다에 그냥 버린답니다. 그러면 그것이 결국 다시 해안으로 밀려 들어 온답니다. 걸것 같습니다. 이래서 소통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야기 듣기 전에는 제주 분들이 뭍 사람들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신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또 올레꾼들에 대한 시각. 원래 종달리 사는 사람으로 이장직도 맡고 있는데 동네 노인들이나 어르신들은 개발하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 하는 것을 싫어 하신답니다. 그냥 조용히 어촌으로 살고 싶어 한답니다. 일하는데 한가히 놀러 오는 사람들 보기도 싫고 동네가 다 보이는 것도 마땅치 않고. 그래서 젊은이들이 개발 등을 할라치면 반대가 심하다지요. 그래서 하멜 표류 기념비도 원래 종달리에 세워야 하는데 다른 곳으로 갔고 또 무슨 시설도 다른 곳으로 갔답니다.
주인의 소개로 오일 수산에 가서 우럭을 3마리 만원에 사고, 옥돔을 13,000원에 한 마리 샀더니 덤으로 생선을 한 마리 더 줍니다. 저녁 식사할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그냥 숙소에서 우럭 매운탕을 끓일 작정입니다. 그리고 옥돔도 한 마리 튀기고.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옥돔 대신 덤으로 준 생선 튀기고 매운탕 맛있게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