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말로 새 낱말을 만들고 이름을 짓자.
한글이름연구소 소장 리대로
한글날은 572년 전 우리 글자 훈민정음(한글)을 새로 만들어 널리 쓰자고 알린 날을 기념일로 정한 날이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1926년 우리 글자를 살리고 써서 자주독립 기틀을 다지자고 조선어학회 회원과 애국선열들이 ‘가갸날’이라고 정했다가 1928년에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고 한글을 빛내고 우리말을 지키는 했다. 일제는 이 일을 하던 분들을 잡아다가 감옥소에 가두고 모진 고문을 해서 이윤재, 한징 두 분은 옥사하셨다. 이렇게 지키고 갈고 닦은 우리 말글로 광복 뒤 미국 군정 때에도 공문서와 교과서를 만들고, 1446년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한글을 알리고 빛냈다.
그런데 미국 군정 때부터 끈질기게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반대하던 일본 식민지 친일 지식인들은 일본 한자말을 한자로 적자고 주장하면서 1990년에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렸다. 이들은 경제를 살리려면 노는 날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노동자를 더 부려먹고 한글을 죽이려는 속셈으로 그랬다. 그러나 한글은 그렇게 쉽게 죽을 글자가 아니고 죽여서는 안 되기에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이 25년을 싸워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고 다시 공휴일로 되돌렸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말과 한글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말이 있고 우리 글자가 있는데도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적지 않더니 오늘날엔 미국 말글로 이름을 짓고 미국말을 우리 공용어로 하자고까지 한다. 신라 경덕왕(서기 750) 때부터 힘센 나라 중국 문화를 섬기면서 사람이름은 말할 거 없고 땅이름, 관직이름까지 중국 것을 그대로 본 따거나 중국식으로 바꾸면서 뿌리 내린 언어사대주의 때문이다. 중국 문화와 한문 섬기기가 미국말 섬기기로 바뀌었다.
참으로 못나고 부끄러운 일이다. 광복 뒤부터 우리 말글로 공문서와 교과서를 만들고 한글날마다 한글사랑을 외친 덕에 국민 모두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국민수준이 높아져서 반세기만에 우리 경제와 민주주의가 빨리 발전해서 외국인들이 한강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칭찬했었다. 그런데 그 한글과 한글날이 얼마나 고마운지도 모르고 짓밟으며 일본식 한자혼용을 하겠다면서 영어 바람을 일으키면서 말글살이가 어지럽게 되고 선진국 문턱에서 헤매다가 얼빠진 나라가 되어 국제통화기금의 경제식민지가 되었다.
일찍이 120년 전 주시경 선생은 “나라말이 오르면 나라고 오른다.”면서 국어연구학회를 만들고 우리 말법을 연구해 많은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서 일본 식민지 지배를 받을 때에도 그 제자들이 중심이 되어 한글날을 만들고 우리 말글을 지키고 살렸다. 그 덕으로 오늘날 그 말꽃이 펴서 우리 노래와 연속극이 세계에 떨치고 있다. 그렇다. 그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얼이고 정신이다. 그 나라 말글이 살면 그 나라도 살고, 빛나면 그 나라도 빛난다. 한글사랑이 나라사랑이라며 한글로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국민들이 힘차게 일할 때에 우리가 선진국 문턱까지 왔었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든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입으로만 한글을 사랑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안 쓰는 것은 거짓이고 바보스런 일이다. 한글이 빛나려면 남의 말글로 이름을 짓는 것부터 버리고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우리말을 우리 한글로 쓰는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교육, 행정, 전문용어를 다시 우리 토박이말로 바꾸고 미국 전문용어를 그대로 쓰지 말아야 한다. 중국, 일본, 북한도 미국 전문용어를 되도록 제 말로 바꾸어 써야 한다. 그래야 우리 얼이 살고 말글이 빛난다.
그래야 얼이 찬 국민, 힘찬 나라가 되고 우리 자주문화가 꽃피고 노벨상을 타는 사람도 많이 나온다. 그럴 때에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있고 남북통일도 빨리 된다. 그리고 중국, 일본, 미국 들 강대국들이 우리를 깔보지 않게 되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 수 있다. 중국 말글로 이름을 짓고 쓰면 중국 사람이 되고, 일본 말글로 이름을 짓고 쓰면 일본 사람이 된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인과 모습이 많이 닮았기에 더욱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우리 말글로 말글살이를 해야 한국인으로 떳떳하게 살 수 있다. 우리 말글로 이름을 짓고 새 낱말을 만드는 일은 우리가 더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