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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동백나무
꽃은 6∼8월에 피고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꽃자루에 달리는데, 위쪽에서는 1개씩 달리고, 아래쪽에서는 2개씩 달린다. 꽃의 지름은 약 10mm이고, 꽃잎은 5개이며 연한 붉은 색 또는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이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길이가 4mm이며 3개의 맥이 있고 작은꽃자루와 함께 털이 있다.
암술머리는 길이가 1mm 정도이고, 열매는 삭과이며 곧게 서고 5개로 갈라지며 긴 털과 잔털이 빽빽이 섞여 있다. 한방에서는 식물체와 열매를 현초(玄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사지마비·관절불리·타박상·이질·만성설사·장염·피부가려움증·옴·악창에 효과가 있다. 한국·중국·일본·시베리아·북아메리카·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5월 말에서 6월 초에 걸쳐 아카시아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조롱조롱 종이 매달리듯 흰색의 꽃이 피는 나무가 때죽나무다. 때죽나무의 족보를 보면 때죽나무과, 때죽나무속, 때죽나무다. 족보가 말해주듯 때죽나무라는 독보적인 한 일가를 이루는 나무다. 때죽나무과라는 족보에 드는 나무가 전 세계에 약 150여 종이나 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좀쪽동백나무 등 3종이 자생하고 있다.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는 거의 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은데 꽃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때죽나무는 잎겨드랑이에 2~5송이의 꽃이 달리는데, 쪽동백나무는 줄기 끝의 꽃대에 많은 꽃송이가 달려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다.
중부 이남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때죽나무는 필자가 살고 있는 강화의 산엔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데 전국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쪽동백나무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남양주시의 한 지인은 자주 천마산을 오르내리는데 거기에선 쪽동백나무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때죽나무는 볼 수 없다고 한다. 식물들도 다투지 않고 각기 그 자라는 터를 비켜감으로써 winwin 하는 것이리라 생각하니 서로 이기고 차지하려 욕심 부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때죽나무의 이름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나무껍질에 때가 많아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 이야기, 열매껍질에 에고사포닌이라는 마취성분이 있어 이를 빻아 물에 풀어 넣어 물고기를 기절시켜 많이 잡을 수 있다 하여 '물고기를 떼로 죽이는 나무'라 하여 때죽나무로 불렀다고도 한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6.25동란 중 두 번째 철수(1.4후퇴라 한다) 때 충북 황간이란 곳으로 피난하여 거기서 1년여를 지내면서 그 여름 토박이 친구들과 산에서 나무열매를 따다가 짓찧어서 학교 앞 좁은 도랑에 풀고 물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신기하게도 물고기들이 둥둥 뜨는 것을 소쿠리로 건져내어 고기를 잡은 기억이 있는데 그 때 열매가 때죽나무 열매였던 것이다.
때죽나무의 흰 꽃이 아래로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종과 닮았다 해서 서양에서는 ‘눈종’이란 뜻으로 ‘snowbell'이라고 한다고 하며, 속명의 ’Styrax‘ 는 ’편안한 향기‘란 뜻으로 때죽나무의 꽃향기가 좋은 나무임을 말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꽃들이 하늘을 향하여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때죽나무 꽃은 고고한 빛깔과 아름다운 향기를 가졌음에도 다소곳이 땅을 향하여 피어 있다. 그래서 꽃말이 ‘겸손’이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하였듯 때죽나무에게서 겸손을 배운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첫댓글 감사합니다.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