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하나, 그리고 순한먼지들의 책방
몇주 째 오른쪽 눈에 이물감이 든다. 눈을 감았다 뜨면 시야가 흐리고 이물감에 몹시 불편하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작은 이물질이 눈 안에 들어 있었다.
가뭄에 콩나듯 책을 산다. 요즘엔 소설보다는 시집을 산다. 자주가던 도서관도 멀리하고, 이러저러한 사유로 심신이 약해진 탓인지 호흡이 긴 소설을 읽기가 버겁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작은 글씨들이 눈에 잘 들어 오지 않느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지만 당혹스럽다.
시력이 나빠졌나, 혹은 합병증이 생겼나, 불안한 마음으로 안과 검진을 했는데, 이물감은 속눈썹 하나가 원인이었다. 바보같이 속눈썹 하나 때문에 몇주를 고생했다. 다행이 염려하던 합병증도 없고 시력은 정상이란다. 속눈썹 하나를 빼니 그동안 오른쪽 눈을 괴롭혔던 이물감과 불편함이 사라졌다.
정우영 시인의 시집 '순한먼지들의 책방'을 읽고 있다. 순한 먼지들의 책방. 사막의 건조함처럼 메마르던 나른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집의 제목이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먼지 가득한 방안에서 순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솟는 공허와 칼날같은 쓸쓸함이 나를 삼키려 들때면 시집을 읽으며 위로를 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