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달리는 버스의 창밖에는 자전거길이 보인다. 그러고는 문득 깨닫는다. ‘아…….내가 자전거여행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구나…….’ 불과 몇 시간 전에 끝나 해산한 여행이 마치 꿈만 같다. 여행이 꿈이 아니란 것은 까맣게 타버린 나의 팔과 안 아픈 곳이 없는 내 몸이 말해주고 있다. 다시 창밖의 자전거 길을 본다. 충주의 우리가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시작점과 가까운 길을 지나고 있다. 우리가 며칠을 고생하며 온 길을 버스 따위가 뭐라고 1시간 만에 오나…….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꿈같았던 지난 여행을 다시 되돌아본다. 첫째 날 짧은 연휴를 즐기고 서로 얼굴들을 보니 반갑기만 하다. 덕분에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아지고 그 속을 뚫고 공지를 하셔야하는 선생님의 힘은 배로 든다. 처음 집합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3일간 더 하시면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공지 및 집합과 점심식사가 끝나고 출발한다.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첫 출발은 정말 상쾌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봤을 자전거 여행을 내가 하게 되다니.......하는 생각과 첫 출발이 주는 특별한 낭만에 젖어 즐겁고 상쾌하게 출발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 지나자 뜨거운 태양이 느껴지고 엉덩이가 아파오고 주렁주렁 매단 짐이 거추장스러워져서 달리기가 불편해졌음을 느낀다.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그냥 꾹 참고 숙소만 생각하며 페달을 밟다 보니 큰 도로에 있는 고속도로 하나가 나왔다. 그때부터 힘이 확 솟았던 것 같다. 그 주유소가 예전에 가족들과 수안보로 여행 와서 잠시 멈춰서 기름을 넣었던 주유소였다. 그때 기억 상으로는 출발한지 얼마 안돼서 기름을 넣었기 때문에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예상대로 얼마안가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설마 했는데 역시 가족여행 때와 같은 숙소여서 반가웠다. 저녁은 각자 7000원씩 받아서 해결하기로 했다. 우리 고1은 너무 귀찮은 나머지 방에 앉아 그냥 자장면을 시켜먹었다. 이런 경험도 색다른 추억인 것 같다. 피곤하지만 자기엔 너무도 아까운 우리들의 시간이기에 11시까지 놀다가 잠자리에 들어 그대로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둘째 날 조쌤이 말씀하시기로는 굉장히 험난한 코스라고 다들 긴장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출발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하…….초반부터 코스가 이러니 얼마나 힘들까…….’하는 걱정이 물밀려오듯이 밀려왔다. 올라가고올라가고올라가고올라가고올라가고올라가고올라가고올라가고 올라가고……. 끝이 없이 올라갔다. 물도 줄어들고 서로간의 말 수도 줄어드는데 다리의 고통만이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다고 오르막만 있지는 않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물론 내리막이 오르막의 길이에 비해 짧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내리막을 내려올 때는 행복했다. 가다가 가다가오르락내리락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어느새 지선 쌤이 기다리시는 마지막 큰 고개의 정상에 올랐다. 그때의 그 기쁨과 안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특히 그때 먹은 메로나는 세계 최고의 아이스크림이었다. 물도 보충 받고 사진도 찍고 했으니 다시 출발했다. 고통도 출발과 함께 따라와서 나를 괴롭혔다. 또다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가 숙소와 가까워질수록 나는 고통을 더는 방법을 깨달아갔다. 그것은 아무생각이 없는 무념무상의 상태로 가는 것이다. 멍……하니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보면 저 멀리 보였던 길이 어느새 내 발밑을 지나고 있다. 이 페달을 밟고 있는 발은 내 발이 아니오……. 길이 가는 것이냐 내가 가는 것이냐…….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숙소인 한옥 게스트에 도착 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우리 전통 한옥의 자태를 뽐내는 멋진 집이었다.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제비가 산다는 것이다. 그 녀석 덕에 눈이 간지럽고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가 막 나왔다. 저녁도 맛있게 먹고 잠도 춥지만 그럭저럭 잘 잤다. 마지막 날이다. 물론 내일 집에 가긴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오늘은 원래 일정대로라면 70km를 달려야 하지만 모두의 컨디션을 보아하니 그것은 무리일 것 같아 조쌤이 코스를 반으로 줄여주셨다. 정말 정말 감사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 코스는 언덕도 몇 개 안된다고 하셨다. 그러나 막상 출발하고 보니 3분의1이 언덕이었다. 부들부들하다.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여서 얼마 가지 않아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짧다니……. 정말 행복함을 느끼며 굉장히 맛있는 건지 배고파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는 산채비빔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금방 도착했다. 70km의 반이면 35km일 텐데 35km가 이렇게 짧은가……싶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3시경.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무료한 시간들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드디어 집 가는 날 버스시간 탓에 예정 시간보다 빨리 해산을 했다. 표를 끊고 버스에 탔다. 피곤이 몰려와 잠이 들었다. 5월 9일 1시 돌아가는 버스안의 달콤한 낮잠에서 깼다. 집으로 달리는 버스의 창밖에는 자전거길이 보인다. 그리곤 이번 여행에 대해 생각해본다. 분명 얻어가는 게 있는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한편이 뭉툭한 또 뭉클하게 하는 무엇인가 모를 여러 감정 등을 얻어간다. 머리로 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다. 이렇게 몸으로도 배운다. 난 앞으로 달렸지만 지난 일까지 돌아보게 한 이번여행.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마음을 비우고 뒤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혼자 카메라 들고 다시 떠나보고 싶은 여행. 나는 이 여행이 준 소중함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