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두시에 잠이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여 몸이 많이 무겁습니다. 아침은 시금치 된장국. 사 온 장류라 조미료 맛이 납니다만 맛있게 먹습니다. 7시 34분 701번 버스. 졸면서 가다보니 조천 만세 동산. 이제 올레길을 두 번째 돕니다. 나 혼자가 아니라서 일행 중 한 분이 안 간 코스를 같이 가 주려니 두 번째 도는 겁니다.
19코스. 18.6KM. 8시 35분 만세 동산을 출발하여 해변으로 신흥리 해수욕장. 전에 모래톱이 보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물이 들어와서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름 있는 함덕 해수욕장. 널리 알려져서인지 함덕 해수욕장 주변엔 호텔 들 각종 숙박시설과 상가, 식당 등이 즐비합니다. 해변과 모래가 참 곱습니다.
함덕 해수욕장 지나 서우봉. 고우덕인가 하는 이장이 낫과 호미로 2003년부터 2년에 걸쳐 길을 내었다고 표시해 놓았습니다. 몇 군데 어디 가잰 햄수광? 하영 아파 등 제주 말 간판을 세워 놓았습니다. 몇 개 외웠는데 금방 잊습니다. 사진을 찍어 둘걸. 서우봉 너머 내리막길은 아름다운 바다와 파란 마늘, 무, 보리밭.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어서 북촌 마을. 아 정말 있어서는 안될 가슴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마을. 너븐숭이 4.3기념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처음 올레길 걸을 때, 국어교육 연구회 문학 기행 때, 그리고 이번. 1948. 1월 17일 300여명이 무참히 학살 당한 아픔의 현장. 너무나 처참한 기록을 영상으로 보면서 사람이 사는 지역적 공간과 역사적 시대 등의 운명을 생각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그 시기에 그 지역에 살았다는 것 외에 무슨 f인과가 있었겠습니까? 이런 4.3 사건의 희생 현장이 올레길 일주에 세군데 있습니다. 1코스 종점 부근 광치기 해변, 그리고 알뜨르 비행장 가기전 산 기슭. 그리고 이곳. 무거운 마음으로 기념관을 보고 위령탑, 그리고 현기영 작가가 직접 해설을 했던 순이 삼촌의 무대를 보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북촌 포구 입구의 식당, 전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시간이 11시 15분. 너무 이른 듯하여 그냥 북촌 포구를 지납니다. 큰 길을 건너 숲 속 길. 오늘은 잠을 잘 못 자서인지 술이 좀 과했는지 무척 힘이 들고 다리가 아픕니다. 이제 점심 먹을 식당이 없습니다. 다행히 일행이 작은 빵 을 싸 온 것이 있어 그거 두 쪽과 기념관에서 넣어 온 귤 두 알로 허기를 속입니다.
작은 마을 지나 다시 큰 길 건너고 숲길. 산 속의 교회, 동복리 운동장,
숲 속의 운동장이 인상적입니다. 이어서 벌터진 동산. 거대한 풍력 발전 단지. 바닥의 바위들이 인상적인 벌터진 동산을 벗어나 이제 김녕 농로. 그런데 길을 따라 무심코 걷다 보니 표지를 놓쳤습니다. 뒤돌아 가기는 너무 멀리 오고 다리가 아프고 힘이 없어 그냥 내쳐 큰 도로로 내려 가기로 하고 그냥 갑니다. 그런데 이 시멘트 길이 지나치게 꼬불꼬불하고 지나치게 멀리 돌아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이 도로로 내려서서 김녕으로 갑니다. 30분은 돌아 가는 것 같습니다.
아픈 다리와 피곤한 몸으로 간신히 어제 올레를 시작했던 남흘동 정류장. 전에 김녕 읍내에 적당한 식당이 없었던 기억이 나서 배가 고픈데도 그냥 버스를 탑니다. 식사를 어찌할까 궁리하다가고성리 내려서 아주 허름한 식당에서 동태탕 점심을 먹습니다.
3시도 넘어서. 그리고 저녁은 그냥 각자 알아서 하기로 하고 건넙니다. 난 7시 반 쯤 식은 밥 두 숟갈로 때웁니다. 아 힘든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