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2102
구병시식11
동봉
요령 소리
이제요령 흔들면서 두루두루 청하나니
저승길의 영가들은 이소리를 들으시고
삼보님의 뛰어나신 가지력을 이어받아
오늘여기 이도량에 모두함께 오옵소서
[振鈴偈]
以此振鈴伸召請 冥途鬼界普聞知
願承三寶力加持 今日今時來赴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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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佛具의 요령搖鈴/鐃鈴을
영어로는 스몰벨small-bell이라 한다
다시 말해서 작은 종이란 뜻이다
불교에는 사물四物이 있는데
쇠붙이로 주조鑄造한 범종이 있고
무쇠로 된 구름 모양 운판이 있으며
동물 가죽으로 된 법고가 있고
나무로 깎아 만든 목어가 있다
요령은 한 손으로 쥐고 흔들어
소리를 내는 작은 종이다
목어木魚보다 작은 목탁은
휴대용 불구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조계종 사찰에서는
목탁 요령 2가지로 집전한다
도량에 따라 경쇠를 치고
작은북을 치기도 한다
아무튼 범종을 비롯하여
법고, 목어/목탁, 운판 등은
세 때에 걸쳐 울리는 타악기다
쇠붙이는 어디에서 생산되는가
땅속 깊은 곳에서 채취한다
그러므로 지옥 중생을 위하여
범종을 치고 요령을 흔들어 알린다
법고는 가죽으로 만들었기에
네발 가진 중생들을 위해 치며
목탁 대신 목어를 울리기도 한다
운판은 구름 운雲에 널빤지 판板으로
하늘을 나는 생명붙이를 위한다
남귀 여귀男鬼女鬼가 있는데
앞서 이미 얘기한 바와 같이
영가와 책주에게도 남녀가 있다
구병시식은 남자 귀신과 함께
여자 귀신을 시식상 옆에 모신다
사물 중 요령은 범종을 대신하고
소고小鼓는 법고를 대신하며
목탁은 곧 목어를 대신하고
경쇠로 운판을 대신한다
여기 진령게振鈴偈의 역할이라면
요령을 흔드는 타종 의식이다
범종은 종을 제자리에 둔 채
바깥에서 마치로 종을 때려
소리를 내는 불구佛具며
요령은 종bell 자체를 흔들어
안에 있는 추를 움직여
소리가 나가게 하는 불구다
어떻게 범종과 더불어 요령이
지옥 중생을 깨울 수 있다는 걸까
앞서 보듯 쇠붙이 출처는 땅이다
북은 동물 가죽으로 만들기에
축생을 위해 필요한 도구며
운판은 구름의 상징이라
하늘의 생명붙이를 위함이다
목어/목탁은 물고기 모양이다
작법 도구로 범위가 매우 넓다
땅과 하늘을 나는 생명보다
민물과 바다에서 사는
생선魚과 조개貝 류類가
수십 배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목어/목탁의 사용 빈도는
다른 사물에 비하여 훨씬 높다
대승불교권에서 의식을 집전할 때
목탁을 뛰어넘는 불구는 없다
요령보다 목탁을 많이 쓰나
저승길冥途 만큼은
으레 요령이 우선한다
이른바 명도귀계冥途鬼界는
저승길에서 만나는 귀신 세계다
이들에게는 쇳소리가 꼭 필요하다
소위 '칵테일 파티 효과'에서
동전의 예를 들곤 하는데
저승길 귀신들에게 있어서도
놋쇠 요령 소리는 깊은 잠을 깨운다
어둠無明 속 긴긴長 밤夜에 잠든
귀신에게는 요령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진령게에서는 설한다
이제요령 흔들면서 두루두루 청하나니
저승길의 영가들은 이소리를 들으시고
.....라고 말이다
명도는 곧 저승길이다
같은 길 도道/途 자 중에서
길 도道 자는 길路이고 갈래趣며
닦아가야 할 정신道德 세계다
하나 이 길 도途 자는 다르다
이는 지옥 아귀 축생처럼
삼악도三惡道로 뻗은 길이다
이는 너의 길이 아니고
그의 길, 남의 길이 아니다
바로 내余가 걸어갈辶 길途이다
어둠에 덮힌 저승길을 가려면
어떤 소품들이 필요할까
뭐니뭐니해도 밝은 빛이다
횃불이나 손전등이 필요하고
태양이나 달빛, 별빛도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빛은 장애물에 약하다
회절성이 아닌 직진성 때문이다
그래서 덧붙이는 얘기인데
저승길에 무랑광이 필요하다
무량광無量光은 부처님 명호다
직진성에 회절성을 더한 빛
곧 아미타바Amitabh의 빛이다
아미타바는 빛뿐만이 아니라
무량수無量壽를 지닌 부처님이다
이른바 아미타유스Amitayus다
누구도 덕을 쌓지 않고는
편히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어둡고 외롭고 험한 저승길에는
무량광불 빛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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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오르내리는 부처/사진 꾸밈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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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2020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