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조난사고 예방법
폭설에 갇힌 가족을 구하러 나섰던 제임스 김이 지난 12월 6일에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가족과 7 일 동안 같이 있다가, 헬기가 두 번이나 지나치는 것을 보고 구조를 요청하러 떠났다. 가족은 이틀 후에 구조되었지만, 그는 모자도 쓰지 않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눈 덮힌 산길을 걷고 영하 6도씨의 추운 밤을 새고 계곡물을 헤엄쳐 건넌 후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이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근육이 떠는 것을 오한이라고 한다. 소변을 본 후에 오한을 느끼는 것도 체온을 올리는 생리현상이다. 체온이 더 떨어지면 오한이 멈추고, 체온이 35 도씨로 내려가면 뇌기능이 떨어져서 판단력이 없어지고, 32 도씨가 되면 온 몸의 근육이 강직되어 웅크린 자세가 되고, 30 도씨가 되면 의식을 잃고 심장이 멎는다. 겨울철에 조난을 당했을 때 대처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 째, 체온을 보존해야 한다. 두피의 혈관은 수축이 되지 않아서 체온의 40%를 방출하기 때문에 모자를 써야 한다. 바람이 불면 체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영하 6 도씨에서 초속 20 미터의 바람이 불면 영하 10 도씨의 효과가 나타난다. 구조시간이 늦어질 것 같으면 눈구덩이나 나뭇가지로 개인 움막을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는 금속재질이어서 열을 잃기 때문에 차체를 눈으로 덮어야 한다. 난방이 필요하여 타이어나 프라스틱을 태울 때는, 일산화중독을 막기 위해 환기를 시켜야한다. 차량의 휘발유는 헝겊으로 적셔서 꺼낼 수 있고, 운반할 통이 없으면 눈이나 흙과 섞어서 운반한다. 둘 째, 마실 물을 확보한다. 사람은 물만 먹어도 40-60 일을 살 수 있다. 물을 전혀 먹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서 5 일 동안 생존할 수 있다. 눈을 직접 먹으면 입에 동상을 입기 때문에 녹여서 마셔야 한다. 얼음을 먹는 편이 좋다. 더 잘 녹기 때문이다. 조금씩 마시지 말고 한꺼번에 많이 마셔야 갈증을 덜 느낀다. 세 째, 식량을 분할한다. 첫 3 일간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 위장이 줄어들어야 소량만 먹어도 허기를 안 느끼기 때문이다. 조금씩 여러 번 먹는 것 보다 하루에 한 끼 먹는 것이 배고픔을 덜 느낀다. 네 째, 방향을 모르면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마을을 발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동할 때에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거나 메모로, 다음 목적지와 떠난 시간을 표시해 놓는다. 눈 위를 걸을 때에는 발목을 감싸서 눈이 신발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한다. 얼음 위에서는 체중을 분산하기 위해 엎드리거나 기어서 간다. 다섯 째, 구조대의 눈에 띄기 쉽게 한다. 주위에 색깔 있는 물건이나 천을 늘어놓는다. 연기를 피울 때에는 젖은 나무가 좋다. 호르라기를 불거나 거울을 비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체온증에 있는 사람을 보면 즉시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담요를 머리 끝까지 덮어주고 따뜻한 물을 마시게 한다. 절대 술을 마시게 하면 안된다. 술은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의 활용을 방해하고 혈당을 떨어뜨려서 오한을 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조난자가 오한이 없다면 아주 심한 저체온증이기 때문에 담요만으로는 부족하다. 건강한 사람 여러명이 껴안거나, 따뜻한 물병을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 넣는다. 조난자가 사망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일단 체온을 올린다. 외국의 문헌에 의하면 심부체온이 28 도씨까지 내려갔다가 살아난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 수 백 건의 조난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 국립공원의 안전관리반, 소방본부, 산림항공관리본부 등에서 구조대를 운용하고 있다. 구조작업에는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고 구조대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조난은 주로 여가활동에서 비롯된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무리한 계획을 피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병인 (의사, 신경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