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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도령낭장(麟州都領郞將) 홍덕(洪德) 공적(功績)(고려사절요)
卷十二 明宗 1176년 丙申六年
1176년 丙申六年
春正月. 金遣大監阿典溥等來, 賀生辰. 時, 軍旅西征, 慮客使覘我虛實, 發神騎抄猛班, 迎于道路.
봄 정월. 금(金)에서 대감(大監) 아전부(阿典溥) 등이 와서 〈임금의〉 생신을 하례하였다.
이때 군대가 서경을 정벌하는 중이라 금의 사신[客使]이 우리나라의 허실(虛實)을 엿볼까 염려하여 신기초맹반(神騎抄猛班)을 보내 길에서 맞이하게 하였다.
公州鳴鶴所民亡伊亡所伊等嘯聚黨與, 自稱山行兵馬使, 攻陷公州. 遣祗候蔡元富郞將朴剛壽等宣諭, 賊不從. 二月. 召募壯士三千, 命大將軍丁黃載將軍張博仁等討之.
공주(公州) 명학소(鳴鶴所) 백성 망이(亡伊)와 망소이(亡所伊) 등이 당여(黨與)를 불러 모으고 스스로 산행병마사(山行兵馬使)라 칭하며 공주를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지후(祗候) 채원부(蔡元富)와 낭장(郞將) 박강수(朴剛壽) 등을 보내 타일렀으나[宣諭] 적이 따르지 않았다.
2월에 장사(壯士) 3,000명을 불러 모으고 대장군(大將軍) 정황재(丁黃載)와 장군(將軍) 장박인(張博仁) 등에게 명하여 토벌하게 하였다.
金人以兵船十餘艘侵掠東海霜陰縣.
금(金)나라 사람이 병선(兵船) 10여 척으로 동해(東海)의 상음현(霜陰縣)을 침략하였다.
三月丙午朔. 日食.
3월 병오 초하루. 일식이 있었다.
趙位寵使人詐爲居士服, 請兵於西北州鎭, 至靜州被執.
조위총(趙位寵)이 사람을 시켜 거짓으로 거사(居士)의 복장을 하고 서북지역의 주(州)와 진(鎭)에 병사를 청하였으나 정주(靜州)에 이르러 사로잡혔다.
鄭仲夫以病請免.
정중부(鄭仲夫)가 병으로 관직에서 물러나기를 청하였다.
東海水黃濁三日, 變爲血色.
동해 바닷물이 3일간 누렇게 탁해지더니 핏빛으로 변하였다.
麟州人康夫祿升鄭臣等殺防守將軍蔡允和. 王遣內侍祗候崔存往諭之. 未幾, 又殺義州分道尹光輔防禦判官李彥升, 以應位寵, 位寵遣人, 署諸城酋豪以僞官. 麟州都領郞將洪德謀執其人以拒之. 夫等袖刃至德家, 欲害之, 德伏兵於門, 斬之.
인주(麟州) 사람 강부(康夫)·녹승(祿升)·정신(鄭臣) 등이 방수장군(防守將軍) 채윤화(蔡允和)를 죽였다.
왕이 내시지후(內侍祗候) 최존(崔存)이 가서 타이르게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의주분도(義州分道) 윤광보(尹光輔)와 방어판관(防禦判官) 이언승(李彥升)을 죽이고 조위총(趙位寵)에 호응하니 조위총이 사람을 보내 여러 성의 추호(酋豪)를 거짓 관직[僞官]에 임명하였다.
인주도령 낭장(麟州都領 郞將) 홍덕(洪德)이 그 사람을 잡아 항거하고자 꾀하였다.
강부 등이 소매 속에 칼날을 숨기고 홍덕(洪德)의 집에 가 그를 해치고자 하였는데, 홍덕(洪德)이 군사를 문에 숨겨두었다가 강부를 베었다.
位寵出城, 與官軍戰, 佯敗而還, 官軍逐至龍興德部, 位寵回軍擊之, 官軍死者甚多.
조위총(趙位寵)이 성을 나가 관군과 전투하다, 거짓으로 패한 척하고 돌아가니 관군이 뒤를 쫓아 용흥덕부(龍興德部)에 이르자 조위총이 군대를 돌려 공격하니 관군 가운데 죽은 자가 매우 많았다.
兵馬使奏, “與南賊戰不利, 士卒多亡, 請募僧以濟師.”
병마사(兵馬使)가 아뢰기를
“남적(南賊)과의 전투에서 이기지 못하고 사졸(士卒)이 많이 죽었으니 청하건대 승려를 모아 군사를 늘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散員同正崔察松告僕射宋有仁謀亂, 案驗無實, 黥察松配島, 籍沒其家.
산원동정(散員同正) 최찰송(崔察松)이 복야(僕射) 송유인(宋有仁)이 반란을 꾀한다고 고발하였는데, 자세히 조사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으므로 최찰송에게 자자(刺字)하여 섬으로 유배 보냈고 그 집을 적몰하였다.
夏四月辛丑. 夜黑氣從西北橫亘東南, 廣如布. 太史奏云, “不出三月, 西京必敗.”
亘(뻗칠 긍).
여름 4월 신축. 밤에 검은 기운이 서북쪽으로부터 동남 방향으로 뻗었는데 너비가 베와 같았다.
태사(太史)가 아뢰기를, “3개월을 지나지 않고서 서경(西京)이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五月. 引見群臣, 訪時政得失.
訪(찾을 방) : 묻다.
5월. 여러 신하를 불러들여[引見] 당시 정치의 득실(得失)을 물었다.
六月. 陞亡伊鄕鳴鶴所爲忠順縣.
6월. 망이(亡伊)의 고향인 명학소(鳴鶴所)를 높여 충순현(忠順縣)으로 하였다.
尹鱗瞻攻西京通陽門, 杜景升攻大同門, 破之, 城中大潰, 擒位寵斬之, 囚其黨十餘人, 餘皆慰撫, 居民按堵如故. 謁太祖眞殿, 函位寵首, 遣兵馬副使蔡祥正來, 告捷. 梟位寵首于市, 又送位寵妻孥及俘獲百餘人. 先是, 鱗瞻忽聞西京城上讙譟, 問之, 云, “城上人呼立龍而賀之.” 鱗瞻曰, “位寵將死矣. 去人與頭, 豈可生乎.”
俘獲(부획) : 捕虜 전투(戰鬪)에서 사로잡힌 적군(敵軍).
讙(시끄러울 환). 譟(떠들 조).
윤인첨(尹鱗瞻)이 서경(西京)의 통양문(通陽門)을 공격하였고, 두경승(杜景升)은 대동문(大同門)을 공격하여 문을 부수니 성안이 크게 무너졌으며 조위총(趙位寵)을 사로잡아 베고 그 당여 10여 인을 가두었으며 나머지는 모두 위로하고 성에 거하는 백성들은 예전처럼 편안히 살게 하였다[按堵].
태조(太祖)의 진전(眞殿)에 배알(拜謁)하고 조위총의 머리를 함(函)에 담아, 병마부사(兵馬副使) 채상정(蔡祥正)을 보내서 싸움에서 이겼음을 보고하였다.
조위총의 머리를 저자에 효수하였고 또 조위총의 처자식과 포로[俘獲] 100여 인을 보냈다.
이보다 먼저 윤인첨(尹鱗瞻)이 문득 서경성 위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듣고 물으니 이르기를, “성 위에서 사람들이 입룡(立龍)이라 외치며 축하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윤인첨이 말하기를, “조위총이 장차 죽겠구나! 사람과 머리를 떼었으니 어찌 살겠는가?”라고 하였다.
遣樞密院副使李文著大將軍宋慶寶往西京, 奬諭諸將.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 이문저(李文著)와 대장군(大將軍) 송경보(宋慶寶)를 보내 서경(西京)에 가서 여러 장수를 격려하고 타이르게[奬諭] 하였다.
秋七月. 尹鱗瞻遣秘書少監庾世績, 表賀平西, 授世績少府監.
가을 7월. 윤인첨(尹鱗瞻)이 비서소감(秘書少監) 유세적(庾世績)을 보내 표문을 올려 서경을 평정한 것을 하례하니 유세적에 소부감(少府監)을 제수하였다.
遣吏部侍郞吳光陟, 詔班師. 加尹鱗瞻推忠靖難匡國功臣上柱國監修國史. 遣參知政事陳俊, 迓勞諸將于金郊驛, 復遣弟平涼侯, 賜宴于馬川亭, 諸將凱還, 賜宴勞之.
班師(반사) : 군사(軍士)를 거느리고 돌아옴. 迓(마중할 아).
이부시랑(吏部侍郞) 오광척(吳光陟)을 보내 군사를 이끌고 돌아오라는 조서를 내렸다.
윤인첨(尹鱗瞻)에게는 추충정난광국공신 상주국 감수국사(推忠靖難匡國功臣 上柱國 監修國史)를 더하여 주었다.
참지정사(參知政事) 진준(陳俊)을 보내 금교역(金郊驛)으로 수고한 여러 장수를 마중하게 하였으며, 왕의 동생 평량후(平涼侯)를 보내 마천정(馬川亭)에서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장수들이 개선하자 잔치를 베풀어 주어 공로는 치하하였다.
八月. 將軍金光英路遇一旗頭來揖馬前者, 光英怒其不拜, 捉囚于街衢. 其黨群聚擅放之, 便至光英家呼譟. 光英拔戟拒之, 衆怒甚, 光英懼踰垣而避, 其衆毀屋舍乃去.
8월. 장군(將軍) 김광영(金光英)이 길에서 말 앞에 와서 읍하는 기두(旗頭) 1명을 만났는데, 김광영은 그가 절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그를 가구소(街衢所)에 잡아 가두었다.
그 무리가 떼 지어 몰려와 멋대로 그를 풀어주고 곧바로 김광영의 집으로 가 소리 지르며 큰 소리로 떠들었다.
김광영이 창을 빼 들고 막았으나 그 무리의 분노가 심하였으므로 김광영은 그들이 담을 넘을까 두려워하여 피하였는데, 무리가 집을 헐어버리고 갔다.
諸領府軍人揭匿名榜云, “侍中鄭仲夫及子承宣筠女壻僕射宋有仁擅權橫恣, 南賊之起, 其源繇此. 若發軍征討, 必先去此輩然後可.” 筠聞之, 懼乞解職, 累日不出.
繇(말미암을 유).
여러 영부(領府)의 군인들이 이름을 숨기고 방(榜)을 내걸고 이르기를, “시중(侍中) 정중부(鄭仲夫)와 그의 아들 승선(承宣) 정균(鄭筠)과 사위인 복야(僕射) 송유인(宋有仁)이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며 방자한데, 남적(南賊)이 일어난 것은 그 근원이 여기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만약 군대를 내어 가서 토벌하려면 반드시 먼저 이 무리를 제거한 연후에야 가능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정균이 이를 듣고 두려워하며 관직에서 해임해 줄 것을 간청하고 여러 날 동안 나오지 않았다.
以少卿朴挺羲爲西京副留守.
소경(少卿) 박정희(朴挺羲)를 서경부유수(西京副留守)로 삼았다.
賜秦幹公等三十人明經四人及第. 故事, 新及第許於街路張樂以爲榮, 比因兵亂久廢, 至是, 復之.
진간공(秦幹公) 등 30인과 명경(明經) 4인에게 급제를 하사하였다.
고사(故事)에 새로 급제한 사람에게는 거리에서 음악연주하는 것을 허락하여 영광스럽게 하였는데, 근래에는 병란(兵亂)으로 인해 오래도록 폐지되었다가 이때 이르러 다시 시행하게 하였다.
九月. 遣將軍朴純刑部郞中朴仁澤, 往諭南賊.
9월. 장군(將軍) 박순(朴純)과 형부낭중(刑部郞中) 박인택(朴仁澤)을 보내 가서 남적(南賊)을 타이르게 하였다.
南賊攻陷禮山縣, 殺監務.
남적(南賊)이 예산현(禮山縣)을 공격하여 함락하고 감무(監務)를 살해했다.
將軍李永齡別將高得時隊正敦章等爲李義方謀報仇於鄭仲夫, 事泄, 重房捕竄于遠島. 永齡等本義方門客也.
장군(將軍) 이영령(李永齡), 별장(別將) 고득시(高得時), 대정(隊正) 돈장(敦章) 등이 이의방(李義方)을 위해 정중부(鄭仲夫)에게 원수갚기를 도모하다가 일이 누설되니 중방(重房)에서 체포하여 먼 섬으로 귀양보냈다.
이영령 등은 본래 이의방의 문객(門客)이었다.
良醞令同正盧若純主事同正韓受圖詐爲平章事李公升尙書右丞咸有一內侍將作少監獨孤孝等書, 投亡伊, 欲引與爲亂, 亡伊執其使, 送于安撫別監盧若沖, 若沖收械押還. 王命承宣文章弼鞫問, 若純等曰, “今, 弑君之賊當途爲大官, 吾輩不勝憤激, 欲引外賊, 與之誅翦, 顧吾輩名微, 恐或不從, 以公升等素有物望, 故詐爲其書耳.” 王聞而義之, 重房奏請其罪, 皆黥配遠島. 若沖以若純之兄, 亦坐黜.
押(누를 압). 憤激(분격) : 몹시 분(憤)하여 성냄.
양온령동정(良醞令同正) 노약순(盧若純)과 주사동정(主事同正) 한수도(韓受圖)가 평장사(平章事) 이공승(李公升)과 상서우승(尙書右丞) 함유일(咸有一), 내시 장작소감(內侍 將作少監) 독고효(獨孤孝) 등의 편지를 거짓으로 만들어 망이(亡伊)에 보내고 그들을 끌어들여 난을 일으키고자 하였다.
망이가 그 사신을 붙잡아 안무별감(安撫別監) 노약충(盧若沖)에 보냈더니 노약충은 형틀을 채워 개경으로 보냈다.
왕이 승선(承宣) 문장필(文章弼)에게 명령하여 국문하게 하였더니 노약순 등이 아뢰기를,
“지금 임금을 시해한 역적이 권력을 잡고 대관(大官)이 되었으니 우리는 몹시 분하고 화가 나는 것을 이길 수가 없어 지방의 적[外賊]을 끌어들여 그들을 베어 없애버리려고 하였다.
돌아보면 우리들의 이름이 미미하여 혹시 따르지 않을까 두려워 이공승 등은 평소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명망이 있으므로 거짓으로 그 편지를 만들었다. 라고 하였다.
왕이 듣고는 의롭다 여겼으나 중방(重房)에서 그 죄를 주청하므로 모두 자자(刺字)하여 먼 섬으로 유배 보냈다.
노약충은 노약순의 형으로 또한 연좌되어 쫓겨났다.
冬十一月. 遣將軍吳叔夫如金, 賀正, 將軍吳光陟郞中尹宗誨謝執送徐彦, 進玉帶二腰.
겨울 11월. 장군(將軍) 오숙부(吳叔夫)를 금(金)에 보내 신정을 하례하였고 장군(將軍) 오광척(吳光陟)과 낭중(郞中) 윤종회(尹宗誨)가 서언(徐彦)을 잡아 보내준 것을 사례하였으며, 옥대(玉帶) 2개를 진상하였다.
十二月. 中書侍郞平章事尹鱗瞻卒. 鱗瞻, 平章事彥頤之子. 爲人聰悟過人, 雖千百人, 一問姓名, 輒記不忘. 庚寅之後, 武臣用事, 鱗瞻每被掣肘, 脂韋自保而已. 及平西, 賞罰不中, 措置失宜, 致使西北降附之民屢叛, 物議少之.
聰悟(총오) : 사물(事物)에 대(對)한 이해(理解)가 빠르고 영리(怜悧ㆍ伶俐)함.
掣肘(철주) : 팔굽을 당긴다. 는 뜻으로, 간섭(干涉)하여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함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脂韋(기름지, 가죽 위) : 부드러운 가죽.
物議(물의) : 어떤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行動)에 대(對)해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란(論難)하는 상태(狀態).
12월.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 윤인첨(尹鱗瞻)이 죽었다.
윤인첨은 평장사 윤언이(尹彥頤)의 아들이다.
사람됨이 보통 사람보다 총명하여 비록 천 명, 백 명이라도 한번 이름을 들으면 항상 기억하고 잊지 않았다.
경인년(1170) 이후 무신이 권력을 잡자 윤인첨은 매번 견제[掣肘] 당해 지조(志操) 없이 시속(時俗)에 아첨[脂韋]하며 자기를 보존할 뿐이었다.
서경(西京)을 평정함에 미쳐 상벌이 공평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마땅함을 잃어 서북지역에서 항복하고 귀부(歸附) 하여 온 백성들이 여러 차례 배반하게 하니 사람들의 평판이 그를 비난하였다.
遣大將軍鄭世猷李夫爲處置兵馬使, 分左右道, 往討南賊. 世猷等聚開國寺門前, 練兵閱月而後行.
대장군(大將軍) 정세유(鄭世猷)와 이부(李夫)를 보내 처치병마사(處置兵馬使)로 삼고 좌도(左道) 우도(右道)로 나누어 가서 남적(南賊)을 토벌하게 하였다.
정세유 등이 개국사(開國寺)문 앞에 모여 한 달 동안 군사를 훈련 시킨 뒤 떠났다.
初, 西北諸城皆附位寵, 宣州鄕貢進士房瑞鸞謂其兄孝珍得齡曰, “今, 位寵脅誘諸城土豪, 僞署官職, 令收兵赴西京, 我曹亦預其中. 吾婦翁尹仲瞻以兵馬判官在從兄鱗瞻麾下, 壻攻婦翁, 情所不忍. 況位寵所謀不軌, 終必自敗, 兄宜熟計.” 孝珍等然之, 夜密誘州人曰, “位寵始以誅賊臣爲名, 故諸城響應, 稱兵詣闕, 及至郊圻, 兵始交鋒, 西人敗衄, 官軍追擊, 僵尸盈途, 雖欲收餘燼, 復謀旅拒, 氣勢已沮, 不可復振, 所恃者惟險固耳. 若王師一朝猝拔西京, 移軍臨之, 闔城必爲虀粉. 且位寵之志不止討賊, 若不改圖, 恐與同惡, 流醜後世. 今欲率先倡義, 去逆效順, 諸君亦有意乎.” 州人皆服. 有都領郞將義儒, 受僞署爲將軍, 獨不可, 孝珍狙射斃之, 卽遣人告義州, 義州人亦殺僞酋景綽等以應, 俱遣人從間道齎賊首, 飛報行營, 諸城聞之, 皆罷兵. 事聞, 王嘉之, 賜孝珍爵散員, 瑞鸞以同正, 屬內侍, 得齡留本州爲戶長. 至是, 州人嫉孝珍獨受爵賞, 遂殺得齡及其母.
瑞(상서 서). 鸞(난새 란). 圻(경기 기). 僵(넘어질 강).
猝拔(졸발) : 성이나 보루를 갑작스럽게 함락함. 虀(절인김치 제). 粉(가루 분).
闔(문짝 합) : 어찌 ~아니하랴. 狙(엿볼 저). 斃(죽을 폐). 齎(가져올 재).
예전에 서북(西北)지역의 여러 성이 모두 조위총(趙位寵)에게 붙었는데, 선주(宣州)의 향공진사(鄕貢進士) 방서란(房瑞鸞)이 그 형 방효진(房孝珍)과 방득령(房得齡)에게 일러 말하기를,
“지금 조위총은 여러 성의 토호(土豪)들을 협박하고 꾀어 거짓 관직을 임명하고 병사를 모아 서경(西京)으로 가도록 하고 있어 우리도 그 가운데 참여하고 있습니다.
내 장인[婦翁] 윤충담(尹仲瞻)은 병마판관(兵馬判官)으로서 〈장인의〉 종형(從兄)인 윤인첨(尹鱗瞻)의 휘하에 있으니 사위가 장인을 공격하는 것은 인정상 차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물며 조위총이 반역을 도모하는 것은 끝내는 반드시 스스로 패할 것이니 형님들은 마땅히 깊이 생각하여 계획을 세우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방효진 등이 그러하다고 여기고 밤에 몰래 선주 사람들을 달래며 말하기를, “조위총은 처음에는 적신(賊臣)을 죽인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기 때문에 여러 성에서 호응하였으며 군대를 일으켜[稱兵] 궁궐을 향해 갔는데, 개경 근교[郊圻]에 이르렀을 때 병사들이 처음 교전[交鋒]하게 되자 서경 사람들은 싸움에서 졌고, 관군이 추격하여 시체가 길에 가득하니 비록 살아남은 이들을 거두어 다시 군대를 꾸려 저항하고자 모의하려 해도 기세가 이미 꺾여 다시 〈세력을〉 떨칠 수 없으며, 믿는 것은 오직 험난한 지세와 견고한 성곽뿐이다.
만약 임금님의 군대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서경을 공격해서 빼앗고 군대를 옮겨 이곳을 공격한다면 성 전체가 반드시 부서져 가루가 될 것이다.
또 조위총의 뜻은 적을 토벌하는데, 그치지 않으니 만약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면 〈조위총과〉 더불어 동악(同惡)으로 후세에 추하게 전해질까 두렵다.
지금 솔선하여 의병을 일으켜[倡義] 역적을 제거하고 순리대로 힘쓰려고 하니 그대들 또한 여기에 뜻이 있는가?”라고 하였다.
고을 사람들이 모두 복종하였다.
도령낭장(都領郞將) 의유(義儒)라는 이가 있어 거짓으로 장군(將軍)에 임명되었는데, 홀로 불가하다 하므로 방효진이 기회를 엿보아 활을 쏘아 죽이고 곧바로 사람을 보내 의주(義州)에 고하니 의주 사람들 또한 거짓 우두머리[僞酋]인 경탁(景綽) 등을 죽여서 호응하였으며 함께 사람을 보내 적의 머리를 가지고 사잇길을 따라가서 행영(行營)에 빨리 보고하니 여러 성에서 그 소식을 듣고 모두 군대를 해산하였다.
일이 알려지자 왕이 가상히 여기고 방효진에게 산원(散員)의 관작을 하사하였고, 방서란에게는 동정(同正)을 하사하고 내시(內侍)에 속하게 했다.
이에 이르러 고을 사람들은 방효진만 홀로 벼슬과 상을 받은 것을 시기하여 마침내 방득령과 그 어미를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