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維摩經)
제 9품 둘이 아닌 법문(入不二法門品)
그때 유마힐이 여러 보살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보살이 어떻게 해서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까. 각각 생각나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 모임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법자재(法自在)라,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나고 없어지는 것을 둘로 여깁니다만, 법은 본래 나지도 않고 없어질 것도 없나니,
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 가는 것입니다.”
또 덕수(德守)보살이 말했다.
“나와 내 것을 둘로 여깁니다만,
내가 있으므로 말미암아 내 것이 있는 터인즉,
만일 내가 없으면 내 것도 없을 것이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불현보살이 말했다.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을 둘로 여깁니다만,
만일 법을 받지 아니하면 얻을 수 없을 것이며,
얻을 수 없으므로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고 지을 것도 없고 행할 것도 없나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덕정(德頂)보살이 말했다.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을 둘로 여깁니다만,
더러운 것의 참 성품을 보면 깨끗한 것도 없으므로
결국 적멸한 모습을 따르게 되나니,
이것이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선숙(善宿)보살이 말했다.
“움직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둘로 여깁니다만,
움직이지 아니하면 생각이 없을 것이요,
생각이 없으면 분별이 없을지니,
이것을 통달하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선안(善眼)보살이 말했다.
“한 모양과 모양 없는 것을 둘로 여깁니다만,
만일 한 모양이 곧 모양 없는 것인 줄을 알면,
모양 없는 것도 취하지 아니하여
평등한데 들어갈 것이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묘비(妙臂)보살이 말했다.
“보살 마음과 성문의 마음을 둘로 여깁니다만,
마음 모양이 공하여 환술(幻術)과 같은 줄을 관하면,
보살의 마음도 없고 성문의 마음도 없을지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불사(弗沙)보살이 말했다.
“착함과 착하지 못함을 둘로 여깁니다만,
만일 착함과 착하지 못함을 일으키지 아니하면 형상 없는 데에 들어가 통달할지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사자(獅子)보살이 말했다.
“죄와 복을 둘로 여깁니다만,
만일 죄의 성품을 통달하면 복의 성품과 다르지 아니할지니,
금강 같은 지혜로 이 모양을 분명하게 알아서 얽힘도 없고 풀림도 없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사자의(獅子意)보살이 말했다.
“번뇌있는 유루(有漏)와 번뇌없는 무루(無漏)를 둘로 여깁니다만,
만일 모든 법이 평등함을 안다면 유루다 무루다 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아니하여,
형상에 집착하지도 아니하고 형상 없는데 머물지도 아니할지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정해(淨解)보살이 말했다.
“하염있는 것[有爲]과 하염없는 것[無爲]을 둘로 여깁니다만,
만일 일체잡념을 여의면 마음이 허공과 같아서 청정한 지혜가 걸릴 것 없을지니
이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 나라연(那羅延)보살이 말했다.
“세간과 출세간을 둘로 여깁니다만,
세간의 성품 공한 것이 곧 출세간이니,
그 가운데에서 들어가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