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신주 (新州) - (1)
6조가 어느날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신주 (新州)로 돌아가련다. 그대들은 서둘러서 나룻배를 손질하라."
제자들이 말하였다.
"스님께서 지금 떠나시면 언제쯤 돌아오시겠습니까?"
이에 6조가 말하였다.
"잎이 떨어져서 뿌리로 돌아가니, 돌아올 때엔 입이 없느니라."
해인신(海印信) 이 송했다.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나니
돌아올 때엔 입이 없네.
물이 불어나니 배가 높아지고
까마귀가 날고 토끼가 달린다.
만일 숲 속의 사자 새끼었다면
세 살이면 넉넉히 큰소리 치리라.
향산량(香山良) 이 송했다.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가니 햇수를 셀 수 없고
올 때엔 입이 없나니 친함과 친하지 않음이 분면하다.
우연한 기회에 강서(江西)의 말 할 필 태어나니
얼마나 많은 천하의 사람을 밟아 죽였는고.
법진일(法眞一) 이 송했다.
5온(蘊) 산 덩어리가 모두 공하여서
올 때에 입이 없고 갈 때엔 자취 없네.
잎이 져서 뿌리로 가는 뜻 알고자 한다면
나중에야 비로소 이 종지(宗旨)를 알리라.
송원(松源) 이 송했다.
구름이 트이니 하늘이 넓어지고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네.
안개 낀 파도로 고개 돌리니
뱃노래 저 멀리 마을을 지나네.
천의회(天衣懷) 가 상당하여 말하였다.
"현황(玄黃)이 진실하지 않거늘 검고 흰 것이 그 어찌 허물이 되랴? 6조 대사가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니, 돌아올 때엔 입이 없다' 하였으니, 만약 이 이야기
를 안다면 유마(維摩)의 장실(丈室)에 곧장 들어가 금빛 광명 속에 앉아서 시방세
계의 4성(聖)과 6범(凡)을 두루 보되, 마치 손바닥 위의 암마륵(菴摩勒) 열매를 보는
것같이 하며, 또한 무더기의 중생들이 생사의 긴 밤중에 빠져서 곤히 잠들어 전혀 깨
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리니, 새벽 닭소리 한 마디를 외쳐서 그들의 잠을 깨워 준
다면 얼마나 상쾌한 일이겠는가? 만일 이와 같이 한다면 가히 '깊은 마음으로 티끌
같이 많은 세계에 바치면, 부처님이 은혜에 보답한다' 하리라. 비록 그러하나 옛사람
이 말하기를 '나를 비웃을 이는 많고 나를 반기는 이는 적다'고 했느니라."
법운수(法雲秀) 가 염(拈) 하였다.
"올 때 입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갈 때도 콧구멍이 없느니라."
오조연(五祖演)이 염하였다.
"조사의 그런 말이 깨달음에는 아직도 부족함이 있구나"
설봉료(雪峯了)가 이 이야기에서 "조사가 신주(新州) 국은사(國恩寺)로 가서
열반에 드셨다" 고 한 데까지를 들어 말하였다.
"그 늙은이가 바쁘게 되었구나. '잎이 떨어져서 뿌리로 돌아가니 돌아올 때엔
입이 없다' 하였으니, 그것이 신주(新州)로 가는 길이구나."
깔깔 하고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조사와 같이 죽고 같이 태어날 자가 있는가?"
불안원이 선원(禪院)을 떠나던 날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고? 갔다가 다시 와서 무엇하겠는가? 보지 못했는가?
동산(東山) 선사가 말하기를 '알량한 대 조사가 깨달음이 아직 모자란다' 하였
느니라."
이어 깔깔 하고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여러분 알겠는가? 한 게송을 들어 보라."
그러고는 게송을 읊었다.
뿌리고 돌아가 참뜻을 얻는단 말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동구(洞口)에 사는 진나라 사람, 사립문을 반쯤 닫았네.
떨어진 꽃은 이미 흐르는 물을 따라갔는데
공연한 어두운 들 구름만이 모여 있네.
송원(松源) 이 상당하여 말하였다.
"잎이 떨어져서 뿌리로 돌아가니, 돌아올 때엔 입이 없다' 하니, 신선의 묘한
비결은 부자 사이에도 전하지 않는다. 어찌해야 손으로 받는 구절을 말할 수
있을까? 많은 곳에는 조금 보태고, 적은 곳에는 조금 줄여라."